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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서정] 김영갑 갤러리
제주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가 ‘김영갑 갤러리’이다. 세상일을 모두 뒤로한 채 중산간에 파묻혀 제주 사진만 찍은 작가 김영갑. 그가 생전에 작업실로 전시실로 가꾸며 쓰던 폐교가 아름다운 갤러리로 변신한 곳이다. 처
2017-06-08 18:41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쓸모 있는 길
18년 전, 나는 국어국문학부 신입생이었는데 오리엔테이션을 독어독문학부에서 받았다. 학교 측의 착오가 아니고 단지 내 실수였다. 수강신청에 대한 안내가 있었고, 과목 이름이 어색할 법도 했는데 나는 그 단계에서 별 의심을 하지
2017-06-06 17:26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좋은 게 좋은 것’의 함정
얼핏 보면 비슷하거나 단순한, 하지만 파고 들어가면 매우 복잡한 사안에 대해 사람들끼리 언쟁을 하다보면 좌중의 가장 연장자면서, 유순해 보이며, 삶의 지혜가 있어 보이는 분이 하는 말은 이렇다. “자자. 그만들 해요. 좋은 게 좋
2017-06-04 17:45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흉터가 필요해
동생 가족이 제주에 와서 함께 우도로 갔다. 청년 조카들은 스쿠터, 거의 노년 어른들은 버스 투어를 하기로 했는데 스쿠터가 출발하자마자 담벼락을 들이받고 말았다. 여자인 큰애 부상이 제법 심각했다. 정강이 살이 푹 파여 나간 것
2017-06-01 18:11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등은 밀수록 좋아”
가끔 나는 이런 놀이를 즐기는데, 어떤 공간을 떠올리고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이 ‘+’인지 ‘-’인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계식 세차장을 떠올릴 때 내 기분은 ‘-’가 된다. 기계식 주차장을 떠올릴 때도 마찬가지고, 초보
2017-05-30 17:26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위장전입의 추억
내가 문학에 빠진 계기가 언제였나 생각해보면 1986년 가을에서 멈춘다. 그때 경기도 서북부 작은 읍의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아버지는 주민 대다수가 농사를 짓는 마을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출근하는 공장 노동자였다. 육
2017-05-28 17:26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사막에서 살아내기
마음이 사막 같을 때가 있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데 쉴 만한 그늘 한 점 없고 목 축일 물 한 방울 없는 듯한 때, 뜨거운 모래가 발을 휘감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도 없는 때, 살다가 그
2017-05-25 17:32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젊은 64세
아빠는 1954년생으로 올해 64세다. 얼마 전에 은퇴를 하셨고, 오래 미뤄두었던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인공고관절 전치환술. 고관절은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는 교각 같은 부위인데, 64년간 한 사람의 상체와 하체를 연결했던 고관절도 은
2017-05-23 17:34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1년 동안 변한 것
신문에 칼럼을 쓴 지 1년이 넘어가니, 1년 전과 비교하면 집안에서 나의 위상이 달라진 것을 확연히 느낀다. 매주 월요일자 칼럼이라서 원고를 써야 하는 주말이면 나는 어디에 있든 신문 원고 생각에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
2017-05-21 18:42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바삐야, 미안해
사연은 길지만 간단히 말하면 강아지 한 마리를 하룻밤 임시보호하게 되었다. 진돗개 피가 섞인 듯도 한 누르스름한 녀석은 갓 돋아난 이빨이 근질근질한지 입에 닿는 것마다 잘근잘근 씹는다. 집에 오자마자 할아버지뻘인 고양이 맹랑
2017-05-18 17:30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자동응답전화기
원고를 쓸 때 변천사를 보관해두는 작가도 있지만, 나는 최종 원고를 완성하면 그 이전 것은 모두 폐기해버리는 쪽이다. 초고라든지, 각종 자료들을. 이유를 물어보면 보다 위대한 작가로 남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둘러대는데, 실은 그
2017-05-16 18:25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늦게 온 새해
새로운 대통령, 새 정부의 뉴스를 보면 새해 같은 분위기다.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에 시끄러운 유세차들이 지나갔고, 철쭉과 흰 밥풀 꽃이 피어 있는 길을 걸어 투표장으로 가던 올봄을 많은 사람들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촛불 집
2017-05-14 17:50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룸펠슈틸츠헨
‘룸펠슈틸츠헨’이라는 독일 옛이야기가 있다. 발음하다 혀를 깨물 것만 같은 이 단어는 한 난쟁이 이름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어떤 아버지가 왕에게 자기 딸이 짚으로 금실을 자을 수 있다고 말한다. 왕은 딸을 짚이 가득한 방에 가
2017-05-11 17:40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찍고 또 찍고
생애 첫 투표를 한다는 사람의 설렘, 1등으로 투표장에 왔다는 사람의 에너지, 떡볶이와 맥주 사이에 투표를 잡아둔 사람의 치밀함까지, 아침부터 SNS에 올라오는 투표 인증샷을 보고 있다. 포즈와 표정은 제각각 달라도 인증샷 찍는 마
2017-05-09 19:00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샤이 촛불
고백하건대 지난 가을부터 겨울 동안 타올랐던 촛불집회에 한 번도 나가질 못했다. 너무 아쉽고도 부끄럽다. 토요일마다 개인적으로 뿌리치지 못할 일이 생겼고, 광장으로 나가지 못하게 내 발목을 잡는 문제가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이
2017-05-07 17:26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고맙다, 고사리
이 즈음 제주는 고사리 천국이다. 외진 산길 한 켠에 차들이 주르르 서 있으면, 그건 두말할 필요 없이 고사리 사냥족이다. 나도 제주 출신 지인을 졸래졸래 따라가 고사리를 꺾어봤다. 그거, 정말 재미있다! 갓 딴 고사리를 씻고 삶고
2017-05-04 17:29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연중무휴
뱅어포처럼 압축될 각오를 하고 올라탄 지하철이 의외로 한산해서, 황금연휴가 시작되었음을 체감했다. 도로도 막힘없이 흐르고, 급격히 데워진 기온을 보면 봄조차 휴업을 선언한 듯하다. 확실히 인구밀도가 줄어든 도심 한복판, 걷다
2017-05-02 17:32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십대의 힘
지난 금요일은 나와 남편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여태 결혼기념일이라고 특별한 이벤트를 한 적이 없는 우리 부부는 그날에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열다섯 살이 된 아들이 혼자 전철을 타고 처음으로 ‘홍대입구’까지 가서 부모의 결
2017-04-30 18:59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1㎜ 차이
목공수업에 덜컥 등록부터 하고 가보니 신나게 못질 탕탕 하는 일이 아니다. 주목장 기법이라고, 못을 쓰지 않고 홈을 내서 짜맞추는 일이다. 그러니까 나무판 끝에 손가락 마디 같은 것을 만들어 두 판을 맞물려 끼우는 것이다. 지금
2017-04-27 17:21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삼중 모닝시스템
알람을 설정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나눠볼 수 있다. 알람을 보험처럼 여기는 사람들과 화재경보기처럼 여기는 사람. 보험처럼 여기는 사람들은 설정된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에서 깬다. 생체리듬 때문일 수도 있고 긴장감 때문일 수도 있
2017-04-25 18:17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엄마의 종이컵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오이김치와 얼갈이 열무김치 담가 놨으니 가져가라고. 내가 가지러 가면 엄마는 집에 없을 거라 하셨다. “어디 가시는데?” “우리 엄마한테!” 외할머니는 3년 전 유방암 수술을 하셨는데, 그때가 구순이었다.
2017-04-23 18:33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악어, 입 다물다
공사 중인 길을 운전하고 가는데 투다닥! 요란한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살펴보니 앞범퍼 밑 부분 오른쪽이 쩍 벌어져 있다. 마치 후크 선장이 다리로 악버티고 있는 악어 입 같다. 카센터로 가자 사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우
2017-04-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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