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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태용] 모든 순간이 詩다
주변에서 조용한 입소문을 타고 들려오는 영화가 있다. 바로 짐 자무시 감독의 ‘패터슨’이다. 영화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살고 있는 ‘패터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버스운전사의 일주일간 일상을 담아내
2018-01-07 17:36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한라산을 오르며
눈 덮인 한라산에 올랐다. 눈 소식도 드물었고 날씨까지 포근해 꿈꾸던 설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황홀한 설경이었다. 봄에 오르다 포기했던 가파른 계단 길이 눈에 덮여 만들어진 완만한 오르막은 훨씬 걷기에 수월했다. 생전
2018-01-04 17:30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청첩장의 유효기간
요즘엔 종이 대신 모바일 청첩장을 돌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서랍 하나는 청첩장 보관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몇 년 만 지나도 활자가 증발하는 영화표나 기차표에 비하면 청첩장에 박힌 활자들은 거의 영구적인 것처럼
2018-01-02 18:05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노란 개를 찾아서
올해는 무술년(戊戌年)이다. 연초가 되면 늘 그렇듯 한동안 무술년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덕담, 그리고 말장난이 이어질 것이다. 몇 마디 더 덧붙이고 싶지만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아재개그가 될 것 같아 넘치는 장난기를 그만두기로 한
2017-12-31 17:22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우리 엄마들
‘엄마들’에 관한 일이 많은 요즈음이다. 우선은 작은이모. 소프라노 가수였던 이모는 독일 연수도 다녀오고, 오페라에도 출연하고, 합창단을 꾸려서 해외공연도 가는 등 활동이 왕성했다. 그런 이모가 기억을 잃어간다. 자식도 잘 못
2017-12-28 19:13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늙지 않는 영화들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실시간 검색어 목록에서 ‘967달러’를 봤다. 그 구체적인 금액의 출처는 영화 ‘나 홀로 집에’였다. 주인공 케빈이 시킨 룸서비스 비용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 홀
2017-12-26 17:36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종이상자
연말연시가 되면서 집집마다 대문 앞에 빈 종이상자들이 쌓여 있다. 바람이 불면 길에 상자들이 흩어져 보행자들의 통행에 지장을 주게 된다. 빈 종이상자 안에는 비닐 재질의 완충재까지 들어 있다. 도시가 커지면서 생활 쓰레기 또한
2017-12-24 18:09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허기
고양이가 또 토했다. 일주일쯤 집을 비운 뒤 돌아온 참이다. 그간은 친구가 하루 한 번 들러 밥을 주고 화장실을 치워줬더랬다. 예전에도 한 번 썼지만, 어린 시절 홀로 헤매던 길고양이 출신인 맹랑이는 밥 조절을 못 한다. 있으면 있
2017-12-21 17:29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여행의 묘미
곧 유럽 배낭여행을 간다는 학생들이 내게 소매치기 예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옷 수선하는 집에 점퍼를 맡겨서 안주머니를 만들어달라고 해. 뭐든 지퍼 달린 안주머니가 가장 안심이야. 요즘엔 주머니가 달린 팬티도 있는 것 같던데
2017-12-19 17:59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차나무
우리나라에서 겨울에 꽃피는 나무가 더러 있다. 남쪽의 난대식물 중 동백, 비파, 목서, 구골나무 따위 상록활엽수는 찬바람이 불면 맑은 향을 퍼뜨린다. 특히 차나무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꽃망울이 부풀고 첫 얼음이 얼 무렵 새
2017-12-17 17:24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예순 즈음에
최근 일주일 사이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수년 전부터 수십 년 전 사이에 있었던 인연의 끈이 연속해서 이어진 것이다. 기억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는 것도 잊었던 인연들이었다. 아마 제주에 내려오지 않았다면 영영 끊어져
2017-12-14 17:45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두부와 벽돌
샐러리나 파프리카를 장바구니에 담을 때의 기분은 참치 통조림이나 라면을 담을 때와는 좀 다르다. 어쩐지 좀 산뜻하고 부지런해지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마트에 갈 때마다 여러 채소를 종류별로 담곤 한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채소
2017-12-12 17:41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소나무 가로수
우리의 옛 풍속에 정월달이면 한 해를 맞이하는 뜻으로 어른들께 새해 인사를 드렸다. 가까이 모시는 어른들은 직접 세배(歲拜)를 드렸으나 멀리 계신 분께는 서신으로 안부를 전했는데 수복강녕을 담은 소나무와 학 그림을 즐겨 사용했
2017-12-10 17:32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요가를 하면서
놀다 다친 데에 자동차 사고로 놀란 허리와 다리를 부여잡고 애고애고 한동안 끙끙거리다 주위의 권유로 요가를 시작하게 됐다. 가만히 앉은 채 몸을 이리저리 비틀기만 하는 심심한 운동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전혀 흥미를 못 느끼던
2017-12-07 17:47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노각입니다
집 근처 편의점에 갔더니 사장님이 나를 향해 “택배재벌이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에 새 책을 출간했던지라 몇 군데 보낼 일이 있었고, 그래서 편의점 택배를 좀 이용했던 것이다. 그래봤자 열 건이 조금 넘는 발송이었는데 재벌 소리
2017-12-05 17:43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지하철에서
지하철에서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서울 지하철이지만 승객 중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를 가끔 보게 된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걷는 사람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오랜 관습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가만히 서
2017-12-03 17:50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백설공주의 죄
법을 가르치는 사회교육과 선생님이 재미있는 페이퍼를 보여주었다. 동화 속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점을 찾아오라는 과제를 냈더니 이런 글들이 나왔다면서. 내가 받은 것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백설공주’ 두 편에
2017-11-30 17:52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발통역
삿포로에서 돌아오던 비행기 안이었다. 나는 3-3 배열 좌석의 복도 쪽에 앉아 있었고, C가 가운데, 그리고 창가 쪽엔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저기요” 하고 말을 걸어오기 전까진 한국인인 줄만 알았다. 그녀는 세관신고서
2017-11-28 17:37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은행나무
잡지사 사무실은 늘 손님이 많다. 오랜만에 찾아간 터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젊은 여직원이 “누군가 화장실에 갔다 왔나 봐요.” 그 말을 들으니 내 신발부터 먼저 보게 된다. 잠시 후 다른 손님 두어 분이 들어왔다. 확
2017-11-26 17:28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한밤중 아무도 몰래
아주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보았다. ‘한밤중에 아무도 몰래.’ 조그만 여자 아이 하나가 한밤중에 문득 눈을 뜬다. 같은 방의 언니는 아무리 흔들어도 안 일어나고 엄마 아빠도 쿨쿨 자고 있다. 아이는 할 수 없이 혼자 화장실에 간다.
2017-11-23 18:49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제철의 아름다움
매번 마지막인 것처럼 무화과를 먹고 있다. 이맘때 무화과를 생과로 먹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무화과는 8월부터 11월까지 즐길 수 있는 과일이고, 거짓말처럼 겨울이 되면 사라져서 다음 해 초여름까지는 보이지도 않으니 말이다. 무
2017-11-21 17:32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모과
잡지사 문을 들어서는데 향긋한 과일 냄새가 내게로 와 포근히 안겼다. 남창으로 새어드는 한 가닥 햇살이 작은 소쿠리의 모과를 비추고 있었다. 실내를 가득 채운 농익은 모과향, 확실히 모과는 눈으로 먹는 과일이다. 크기는 다른 어
2017-11-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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