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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윤고은] 몸을 입은 옷
우산을 챙겨 나간 날은 펼쳐볼 일도 없더니, 일기예보를 간과하고 나간 날은 꼭 비가 온다. 그 결과가 비닐우산 몇 개로 남아 있다. 네댓 개가 뽀송뽀송한 채 대기 중인데도, 밖에서 비를 만날 때는 또 우산이 없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2017-11-14 17:45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홍시와 곶감
서점가 골목 식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잘 익은 감 가지가 눈길을 끌었다. 여러 개의 탐스러운 감이 달린 가지에서 짙은 가을을 느낄 수 있다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경하는 열차에서 감이 달린 가지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시골에서 돌
2017-11-12 18:20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11월의 숲
몸이 녹작지근하고 날은 꾸무럭하다. 억새는 바람 속에 햇살 담뿍 받으며 춤추는 걸 보아야 제격이니, 이런 날은 숲에 가는 게 더 낫다. 집 근처 한라생태숲으로 향한다.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매끈하게 닦인 산책길 뒤쪽으로는 무성
2017-11-09 17:26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그뤠잇한 스튜핏
항공권 검색 앱 중의 하나인 ‘스카이스캐너’는 멋진 기능을 갖고 있다. 출발지를 ‘대한민국’으로, 도착지를 ‘어디나(everywhere)’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전국 모든 공항에서 어디론가 향하는 비행편이 쭉 뜬다. ‘가장
2017-11-07 17:24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누룽지
산행 때마다 누룽지를 한 봉지씩 가지고 오는 이가 있었다. 남들은 비상식으로 캐러멜이나 초콜릿 같은 것을 가져오는데 그는 한결같이 누룽지였다. 이가 부러질 것 같이 딱딱하지만 작은 부스러기를 물고 한참을 굴리다 보면 입안에 침
2017-11-05 17:26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무화과나무
자그만 화분을 선물 받았다. 큰 가지 하나와 거기서 비어져 나온 작은 가지 하나로 단출한 무화과나무였다. 작은 가지가 별 변화를 안 보이는 동안 큰 가지는 무럭무럭 자랐다. 저러다 혹시 화분이 넘어지기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2017-11-02 18:41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층간욕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종종 층간소음이나 층간흡연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난 별 관심이 없었다. 딱히 그 불편에 연루된 적이 없으니 그저 강 건너의 일로 생각했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베란다에서 담배 냄새가
2017-10-31 17:26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수수팥떡
매달 한 번씩 식물탐사를 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에는 안면도로 가는 차 안에서 한 회우가 수수팥떡을 담은 도시락을 열었다. 손녀의 생일떡이라며 하나씩 맛보라고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먹은 수수팥떡이었다. 옛날엔 집안의 자녀가
2017-10-29 17:45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따라비 오름의 개
비가 오락가락하는 주말이었지만 오름에 올랐다. 분화구 세 개가 아름답게 흐르는 능선을 만들어 오름의 여왕이라고도 불린다는 따라비 오름. 억새가 한창인 계절이니 날씨 상관없이 장관이리라는 생각이었다. 과연 멋진 풍경이었지만,
2017-10-26 18:09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줄서기의 달인
나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만, 매번 챙겨보지는 않는다. 페이스 조절 때문이다. 방송을 보고 나면, 결국 달인의 가게에 가서 줄을 서게 되니 말이다. 원고 마감을 하지 못한 채 달인의 베이글이나 크루아상을
2017-10-24 18:04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능이
시골 친지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다. 스티로폼 상자를 여는 순간 고향산천의 꽃향기와 물소리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내용물을 다칠세라 이끼를 깔고 덮은 정성이 겹겹이 배어 있었다. 능이 몇 송이에서 그토록 풍성한 가을을 느낄 수
2017-10-22 17:44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용감한 엄마들 2
이 지면에 제주의 미혼모 공동체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가장 필요한 게 엄마들의 치아 치료라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다.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 치과의사인 사촌동생에게 연락을 해봤다. 베트남으로 이민을 간 동생이 틈틈
2017-10-19 17:36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동전 한 닢
마르탱파주의 소설 ‘완벽한 하루’에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을 사는데 수입의 대부분을 쓰는 독자가 나온다. 전 지구인이 읽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여서 매달 꾸준히 책을 사고 여기저기 몰래 뿌리는 행위를 계속한다. 나는 아직 그런
2017-10-17 17:32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유명 메이커
소녀는 혼자 훌쩍이면서 등교하는 날이 많았다. 그날도 실내화만 신은 발을 종종거리면서 앞서고 뒤에 어머니가 운동화를 들고 따르고 있었다. 또 신발 때문에 집에서 야단을 맞은 것 같았다. 가세가 어려운 어머니로서는 10세 딸이 그
2017-10-15 17:56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미로 체험
벼르던 미로공원에 가봤다. 혼자 갔다가 애먹었다는 체험기를 읽고서 연휴 일행 많을 때까지 미뤄뒀던 터였다. 날은 화창했고 가족 여행객들로 공원은 북적였다. 그 뒤만 졸래졸래 따라다니면 미로 빠져나오기는 일도 아닐 거라는 예상
2017-10-12 17:35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기록하는 자유
내가 머물렀던 암스테르담의 호텔에서는 ‘THINK IN INK’라는 문장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리듬감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잉크로 생각’하라는 메시지에 공감했다. 그리고 이 도시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집, 프린선흐라흐트 263번지
2017-10-10 17:36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비둘기할머니
정오 무렵에 가끔씩 공원에서 비둘기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비둘기를 돌보는 할머니한테 유해조류에게 먹이를 주면 위법이라고 말린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가엾은 비둘기들을 위해 자주 공원을 찾는다. 큰 가방에 조며 싸라기
2017-10-08 17:00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올바른 판단
길에서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어깨너머로 얼핏 보니 누군가 쓰러져 있는 것 같았다. 한 청년이 남자를 인도로 끌어 올리고 있었다. 옆 사람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 했다. 청년의 옆얼굴이 낯이 익었다. 구
2017-10-01 16:05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남자다움
새벽 비행기 안. 자리 운이 좋지 않다. 가운데 자리인 데다 양옆에는 커다란 덩치의 남자들이다. 둘 다 다리를 떠억 벌리고 앉아 있다. 아무리 옹송그려도 어딘가가 닿는다. 이 사람들은 왜 이런 자세로 앉는 거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2017-09-28 17:31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사물의 바디랭귀지
우리를 동요하게 만드는 것, 삶에 어떤 소요를 불러오는 것이 늘 거창한 존재들만은 아니다. 흔해서 도처에 널려 있는, 사소한 풍경이 가진 동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를테면 방금 내린 커피 한 잔에서 뜨거운 김이 솟는 걸 볼 때 새삼
2017-09-26 18:32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할머니의 사탕
달리는 전철 안에서 예닐곱 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옆에 앉은 젊은 엄마가 조용히 하라고 제지했으나 아이는 막무가내였다. 손에는 로봇 장난감을 들고 노래를 하는데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옆자리의 아
2017-09-24 17:58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전용차로 사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제주공항을 막 벗어나 시내로 가는 길이었다. 1차로가 버스전용차로임을 알리는 파란색이어서 나는 2차로로 가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앞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라고 일렀고, 신호등은 직진 좌회전 녹색이었다. 제주
2017-09-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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