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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옛 그림] (80) 전원이 곧 낙원이라네
녹음이 싱그러운 수풀, 양치기 소년이 바위에 앉아 피리를 분다. 베잠방이 차림에 웃통을 드러낸 그는 머리가 쑥대강이다. 떠꺼머리 짓기에 숱이 모자라 열 살 남짓이나 될까. 아스라이 강가에 드러누운 소, 곁에서 목동 하나가 낚싯
2011-07-18 19:41
[오늘 본 옛 그림] (79) 분수를 모르면 욕 된다
단속곳 살며시 드러낸 처녀가 마당을 질러간다. 길게 드리운 삼단 머리가 칠흑 같고, 끄트머리에 달린 치자색 댕기가 곱다. 무슨 낌새를 챘을까. 그녀가 고개를 막 돌리려는 참이다. 어이쿠, 저런! 문지방 너머로 얼굴 들이민 영감,
2011-07-11 17:37
[오늘 본 옛 그림] (78) 마음이 편해 낮잠이 달다
볕 가리개를 둘러친 노인이 책 꾸러미에 팔베개한 채 널평상에 누웠다. 깨나른한 낮잠이 슬며시 파고든다. 간밤에 비 왔나, 나지막이 안개가 나무 허리를 감싸는데 버들가지 나부대지 않아 노인의 잠이 달디 달다. 거불거리던 새조차
2011-07-04 19:09
[오늘 본 옛 그림] (77) 웃음으로 감춘 슬픔
어여쁘게 치장한 말 드리개, 그 위에 비파를 매고 올라탄 여인이 누군가. 한나라 원제의 후궁인 천하절색 왕소군. 얄궂은 운명에 이끌려 흉노 왕에게 시집가는 신세로 전락한 소군이 지금 오랑캐 땅에 들어서고 있다. 그녀를 맞는 것
2011-06-27 17:34
[오늘 본 옛 그림] (76) 이마에 스치는 솔바람
해가 높이 뜨고 낮이 길면 하지다. 하지를 넘어 모심기가 끝날 즈음 물쿠는 폭염이 온다. 더워도 시골의 여름은 농사일로 연중 가장 바쁘다. 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지 않는가. 논일 밭일에 눈코 뜰 새 없이 몸을 굴리느
2011-06-20 17:30
[오늘 본 옛 그림] (75) 말은 신발 신기가 괴롭다
사람이 신을 신듯이 소는 밭 갈 때 쇠짚신을 신고, 말은 잘 달리라고 편자를 단다. ‘개 발에 다갈’이란 말도 있다. 다갈은 징처럼 편자 박는 못인데, 꼴에 안 어울린다는 뜻으로 쓰인다. 말굽쇠인 편자는 미끄럼 방지용 스파이크다.
2011-06-13 18:05
[오늘 본 옛 그림] (74) 산수에 인기척이 없다
깎은 절벽 가운데로 나무 한 그루가 튀어나왔다. 위가 아니라 옆으로 자란 소나무다. 바위와 흙을 그러잡는 뿌리의 힘이 모지락스런 소나무는 사지가 뒤틀려도 문실문실 잘만 큰다. 자란 꼴이 반드럽지 못해도 소나무는 신령하다. 무
2011-06-06 17:41
[오늘 본 옛 그림] (73) 얼마나 닮았으면 울까
조선 초상화의 백미인 윤두서의 ‘자화상’은 국보다. 그가 그린 이 초상화는 보물이다. 윤두서는 직업화가가 아니라 문인화가다. 여기 삼아 그림을 즐긴 그가 가장 그리기 까다롭다는 인물화를, 그것도 두 점이나 후대의 문화재에 올
2011-05-30 17:42
[오늘 본 옛 그림] (72) 수탉과 암탉이 울면
몸피 좋은 닭이 날벌레를 입에 물었다. 꽁지가 나우 올라가도 볏이 낮고 시울이 민춤한 걸 보면 수탉 아닌 암탉이다. 어미가 나눠줄 모이를 쳐다보는 병아리들의 눈망울이 또랑또랑하다. 웬일일까, 한 놈은 먹이가 귀찮은지 비켜섰는
2011-05-23 17:35
[오늘 본 옛 그림] (71) 도끼자루가 썩더라도
유명 소장가가 작품 몇 점을 건네주고 대신 장기 놀이하는 그림을 그려 달라 했다. 부탁을 받은 화가 조영석은 왕희지가 거위 한 마리를 얻은 대가로 경서를 써준 일이 생각나 즐거이 이 그림을 그려주었다. 그 사연이 그림 속에 적혀
2011-05-16 17:35
[오늘 본 옛 그림] (70) 칼이 잘라내야 할 것
소나무 두 그루, 꼿꼿하건 휘건 보암보암이 잘났다. 조만하게 드리운 넝쿨이 자못 멋부린다. 허리 세우고 앉은 노인, 눈매가 예사내기 아니다. 시울이 올라가고 망울이 또렷하다. 터럭이 성깃해도 눈썹이 눈꺼풀을 덮고 구레나룻과 턱
2011-05-09 17:51
[오늘 본 옛 그림] (69) 아무리 예뻐도 그림
‘잠깨어 나가니 찬 기운 감돌고/ 귀밑머리 반듯해도 적삼이 얇구나/ 늦게 오는 봄 그녀가 하마 두려워/ 꽃가지 꺾어 들고 혼자서 본다네.’ 그림에 적힌 시가 사느랗다. 초봄이 늑장 부려 꽃은 피어도 아침이 차다. 여인은 한 송이
2011-05-02 17:44
[오늘 본 옛 그림] (68) 보이는 대로 봐도 되나
중국 황하에 용문이라는 여울목이 있다. 물살이 드세 물고기가 거슬러 오르기 힘든 곳이다. 하여 용문을 통과하는 잉어는 용이 된다고 믿었다. 이게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전설이자 ‘등용문(登龍門)’의 고사다. 우리 민화에 용
2011-04-25 17:37
[오늘 본 옛 그림] (67) 빗방울 소리 듣는 그림
화면에 주룩주룩 장대비가 내린다. 산 아래 바위는 둥둥 떠내려가고 다리 아래 빗물은 콸콸 흘러간다. 나뭇잎 사이 빗방울이 후드득 소리치며 떨어지고 강물 위로 모락모락 안개가 피어올라 산자락을 덮는다. 산과 나무와 사람이 다
2011-04-18 17:48
[오늘 본 옛 그림] (66) 느린 걸음 젖은 달빛
솔숲에 보름달이 떴다. 새들은 짝을 지어 둥지에 깃든지 오래, 시골집마저 밤안개에 가렸다. 달빛은 교교하고 수풀은 적적하다. 선들바람 숨죽이자 어디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 지팡이 짚은 노인이 타박타박 사잇길을 걷는다. 따르는
2011-04-11 17:47
[오늘 본 옛 그림] (65) 벽에 걸고 정을 주다
베어버리자니 풀이고 두고 보자니 꽃이다. 어제 울타리 아래 풀도 오늘 술잔 앞에서 꽃이다. 난초는 어떤가. 풀인 것이 난초요, 꽃인 것이 난초인데, 난초는 풀도 꽃도 넘본다. 빈 계곡에 돋아나 남몰래 향기 그윽하고 선비의 책상머
2011-04-04 18:40
[오늘 본 옛 그림] (64) 삶에 겁주지 않는 바다
‘관동십경’은 바다그림을 모은 시화첩이다. 만든 이는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김상성이다. 그는 관내 고을을 순시하면서 승경 열 곳을 골라 지방 화가에게 그리게 한 뒤 지인들의 시문을 부쳐 1748년 첩으로 꾸몄다. 당시 사대부의
2011-03-28 17:50
[오늘 본 옛 그림] (63) 한 치 앞을 못 보다
갈대 우거진 강가에서 조개와 새가 힘 겨루느라 쩔쩔맨다. 조개는 입을 앙다문 채 버티고 새는 물린 부리를 빼내려고 활개를 친다. 어부는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졌다. 요것 봐라, 웬 횡재수냐, 돌 하나 안 던지고 두 마리 다 잡게 생
2011-03-21 17:48
[오늘 본 옛 그림] (62) 물고기는 즐겁다
옛 그림에서 요모조모 상징을 따지는 사람이라면 좀 헷갈릴 작품이다. 피라미는 어린 시절을, 잉어는 과거 급제를 뜻한다. 새우는 자재한 처신과 통하고, 물풀은 타향에서 떠도는 신세와 비슷하다. 그러니 이 그림에 나온 소재로 이야
2011-03-14 17:50
[오늘 본 옛 그림] (61) 버들가지가 왜 성글까
노을빛 하늘 아래 수평선 너머로 돛배는 멀어져 간다. 바다는 푸르러도 물결은 뒤척이지 않는다. 어느새 날아왔나, 조각배 위에 날개 접은 해오라기 한 마리. 떠나는 돛배를 망연히 바라본다. 버들가지 머리 푼 봄날, 화가는 그리고
2011-03-07 17:59
[오늘 본 옛 그림] (60) 꽃 필 때는 그리워라
‘녹의홍상’은 연둣빛 저고리와 다홍치마다. 맵시 나는 여인네의 차림일진대, 거문고 메고 다리를 건너거나 방안에 오도카니 앉은 사내들이 웬일로 남세스런 태깔인가. 산과 바위에 잔설이 희뜩하고 눈발이 날리듯 매화꽃 아뜩한데
2011-02-28 17:52
[오늘 본 옛 그림] (59) 그녀는 예뻤다
휘영청 보름달이 시냇가에 뜬 밤이다. 낮게 깔린 안개가 간지러워 버들잎이 한댕거리고, 물살에 이는 물비늘은 달빛 아래 살랑댄다. 어느 겨를에 나왔나, 자드락에 소곳이 앉은 여인. 홀로 비단을 빠는데, 반드러운 머릿결과 갸름한
2011-02-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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