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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옛 그림] (58) 꽃노래는 아직 멀구나
1월은 ‘맹춘(孟春)’이고 2월은 ‘화견월(花見月)’이랬다. 해 바뀌자마자 봄바람과 꽃노래라니, 호시절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토록 성급하다. 그래서일까, 송나라 장거는 수선스런 봄 타령을 슬그머니 타박하는 시를 지었다. ‘강가
2011-02-14 17:52
[오늘 본 옛 그림] (57) 다복함이 깃드는 집안
‘가장’이란 말에 덮인 봉건적 권위는 요즘 시대에 도리질당해도 그 본색은 수고와 희생이 앞서기에 경건하다. ‘장’은 높고 크고 넉넉하다는 의미를 아우른다. 글자꼴도 심상찮다. 수염과 머리카락이 넘실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2011-02-07 18:09
[오늘 본 옛 그림] (56) 눈 오면 생각나는 사람
멜대가 휠 정도로 나뭇짐을 진 텁수룩한 사내가 비탈길을 내려온다. 먼 산과 나뭇가지가 간밤에 내린 폭설로 하얗다. 눈이 그쳐도 산바람은 차갑다. 사내는 실눈을 뜨고 입을 꾹 다물었다. 짚신에 감발을 친 아랫도리가 엉거주춤한 기
2011-01-31 17:34
[오늘 본 옛 그림] (55) 다시 볼 수 없는 소
‘소’라고 불러보면 눈물이 난다. 무슨 죄가 깊어 이런 꼴을 겪는가. 주삿바늘 앞에서 새끼를 사타구니에 감추고, 죽을 힘 다해 마지막 젖을 물리는 어미 소는 눈물치레로 위령(慰靈)할 수가 없다. 이러고도 우리는 방아살을 넣어 설
2011-01-24 17:36
[오늘 본 옛 그림] (54) 하늘처럼 떠받들다
두 사람은 부부다. 아내가 남편에게 밥상을 차려온다. 이마에 닿을 듯 상을 들고 가는 아내는 공손하기 그지없다. 남편도 두 손 맞잡이하며 아내를 맞는다. 바로 ‘거안제미(擧案齊眉)’의 고사를 풀이한 그림이다. 18세기 화원 출신
2011-01-17 18:21
[오늘 본 옛 그림] (53) 헤어진 여인의 뒷모습
너덜너덜한 벽 해묵은 기와집. 담벼락 샛길로 여인이 걸어간다. 얼굴 보이지 않으려고 머리에 처네를 썼다. 옥색 치마가 겅둥해 속바지가 나왔다. 분홍신은 어여쁘고 작달막한 키, 펑퍼짐한 엉덩이는 수더분하다. 요즘 여자의 몸매와
2011-01-10 17:37
[오늘 본 옛 그림] (52) 누리 가득 새날 새 빛
새해에 보고픈 그림이다. 오른쪽 산등성이 너머로 붉게 떠오르는 아침 해, 멀리와 가까이 중중첩첩한 연봉에 뾰족한 수목과 훤칠한 소나무, 위쪽은 대궐처럼 으리으리하고 고래 등처럼 솟은 전각, 아래쪽은 야트막히 자리 잡은 고즈넉
2011-01-03 17:37
[오늘 본 옛 그림] (51) 날 겁쟁이라 부르지 마
산토끼 두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누런 흙빛을 띤 몸통에 검은 반점이 촘촘하다. 귀는 쫑긋이 세우고 눈은 두리번거린다. 엇갈리게 앉은 한 놈은 고개 돌려 뒤를 돌아보고, 등을 봉긋하게 세운 한 놈은 곧 뜀박질하려는 자세다. 둘 다
2010-12-27 17:48
[오늘 본 옛 그림] (50) 살자고 삼키다 붙잡히고
물고기 두 마리가 꿰미에 묶여있다. 아가리를 벌린 놈은 등에 얼룩이 있고 살이 올랐다. 곁에 새끼도 덩치만 작지 닮은 꼴이다. 둘 다 쏘가리다. 매운탕거리로 으뜸인 쏘가리는 먹성 좋고 오동통해 별명이 ‘물(水)돼지’다. 그림조차
2010-12-20 17:53
[오늘 본 옛 그림] (49) 근심을 잊게 하는 꽃
사대부 화가 남계우는 별명이 ‘남 나비’다. 나비 그림만큼은 조선 제일이었다. 수백 종의 나비를 채집해서 꼼꼼히 관찰하고 치밀하게 묘사했다. 나비 한 마리를 잡다 놓쳐 십 리 길을 따라간 그다. 생물학자는 나중에 그의 그림에서
2010-12-13 18:20
[오늘 본 옛 그림] (48) 정성을 다해 섬기건만
자로는 공자의 제자다. 그는 명아주잎과 콩잎으로 끼니를 때웠다. 쌀이 생기면 백리 먼 길을 걸어 부모를 찾았다. 따스운 밥을 지어 바라지했다. 그는 부모를 여읜 뒤에 부귀를 얻었다. 백 대의 수레와 만 섬의 곡식이 따랐다. 진수성
2010-12-06 17:40
[오늘 본 옛 그림] (47) 신분 뒤에 감춘 지혜
나무들 우거지고 계곡 물 흐르는 골짜기에 어부와 나무꾼이 보인다. 길쭉한 지겟다리 뒤로 땔감이 푸지다. 나무꾼은 등짐을 부리고 다리쉼을 한다. 낚싯대와 망태기, 삿갓을 앞에다 놓은 이는 어부다. 한갓진 얘기를 나누는 그들이 태
2010-11-29 17:58
[오늘 본 옛 그림] (46) 견뎌내서 더 일찍 피다
첫눈 온다는 소설이다. 추위 속에도 볕이 남아 소설은 ‘소춘(小春)’이라 불린다. ‘작은 봄’은 봄이 아니라 ‘희망’일 테다. 북풍한설이 제철 아닌 목숨붙이를 쓸어가도 목숨은 철 철의 기억이 남아 뒷날을 도모한다. 희망은 더러
2010-11-22 18:01
[오늘 본 옛 그림] (45) 연기 없이 타는 가슴
문살 사이로 등잔불이 얼비치는 단칸 누옥이다. 나어린 서생이 늦도록 책을 읽는다. 반듯한 정자관에 또렷한 이목구비, 서생의 낯빛이 야물다. 보름달이 떴는가, 마당은 쓴 듯이 환하고 사립문 얽은 가닥이 훤하다. 잎 지고 헐벗은 나
2010-11-15 17:49
[오늘 본 옛 그림] (44) 둥근 달은 다정하던가
어스름 새벽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떴다. 머리 푼 은자가 나무에 기대 무연히 펼쳐진 하늘을 본다. 그는 긴 소맷자락 사이로 손을 들어 달을 가리킨다. 냇물은 갈래지어 흐르고 나뭇잎은 휘청거린다. 새벽을 기다려 밤을 지새운 은자
2010-11-08 17:41
[오늘 본 옛 그림] (43) 술주정 고칠 약은?
주선(酒仙) 이태백조차 말했다. “흐르는 물은 칼로 자를 수 없고 쌓인 시름은 술로 씻을 수 없다.” 아무리 들이켜 본들 시름은 쓰린 위벽에서 다시 도진다. 양생(養生)에 도움을 주는 술은 정녕 없는가. 주법이 주효할 성싶다. 송나
2010-11-01 17:41
[오늘 본 옛 그림] (42) 긴 목숨은 구차한가
낙목한천(落木寒天)에 홀로 피는 꽃이 국화다. 서리가 그 꽃색을 지울 수 없고 삭풍이 그 꽃잎을 지게 할 수 없으니 국화는 버젓한 오상고절이다. 여북하면 남송의 문인 정사초가 국화 고집을 시로 읊었을까. ‘차라리 향기를 안고 가
2010-10-25 17:40
[오늘 본 옛 그림] (41) 이 세상 가장 쓸쓸한 소리
세상에서 가장 맑은 소리는? ‘파초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다. 뿌듯하기는 ‘야삼경에 아들 글 읽는 소리’요, 정나미 떨어지기는 ‘아내가 악쓰는 소리’다. 구슬픈 소리는 ‘가난한 처녀가 꽃 파는 소리’, 설레는 소리는 ‘미인이
2010-10-18 17:41
[오늘 본 옛 그림] (40) 무용지물이 오래 산다
아랫도리 훌렁 벗은 배젊은 아이가 쇠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송곳눈에 두 다리의 흙뒤가 볼록 솟은 걸 보면 용쓰는 티가 난다. 소는 나무 뒤에서 앙버틴다. 코뚜레가 빠질 지경인데 저리 황소고집을 부린다. 그림에 붙은 제목
2010-10-11 17:58
[오늘 본 옛 그림] (39) 사나운 생김새 살뜰한 뜻
얼룩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곱살한 가을 들국화 앞에 웅크리고 앉았다. 철따라 털갈이한 고양이는 터럭 한 올 한 올이 비단 보풀보다 부드럽고 야단스런 반점은 눈에 띄게 짙어졌다. 함초롬하게 핀 국화는 어떤가. 초추의 햇살이 반가
2010-10-04 17:48
[오늘 본 옛 그림] (38) 모쪼록 한가위 같아라
그림 그린 날짜가 위쪽에 적혀 있다. ‘갑자 중추에 김두량이 그리다(甲子仲秋金斗樑寫)’ 갑자년은 1744년이다. 중추는 가을이 한창인 무렵, 곧 음력 8월이다. 그림에 보름달이 뜬 걸로 봐 때는 한가위일 테다. 지금 우리는 266년 전
2010-09-27 17:42
[오늘 본 옛 그림] (37) 대찬 임금의 그림 솜씨
혹부리 바위 뒤에 들국화 송이송이 샐그러지게 피었다. 위로 거우듬하고 아래로 배뚜름하게 짝을 이룬 꽃과, 가운데 얼굴만 살짝 들이민 꽃이 잘도 어울려 건드러진 구도를 이룬다. 줄기와 잎은 짙은 먹, 꽃은 옅은 먹으로 그려 농담
2010-09-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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