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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옛 그림] (36) 밉지 않은 청탁의 달인
청화백자로 만든 잔 받침이다. 바닥에 그림이나 무늬 대신 글씨가 씌어 있다. 가는 붓으로 쓴 해서체는 반듯하다. 다섯 자와 두 자씩 돌아가며 쓰였는데, 마주 보는 대칭형이 간동한 디자인이다. 읽어보니 칠언절구다. 무슨 까닭으로
2010-09-06 17:53
[오늘 본 옛 그림] (35) 달빛은 무엇하러 낚는가
억지꾸밈이라곤 전혀 없는 그림이다. 휑한 공간이 오히려 시원하다. 듬성듬성한 소재 배치가 수선스럽지 않아 정겹다. 심심풀이로 그려서일까, 애쓰지 않은 천진함이 정갈한 산수인물화다. 화면 위에 흘려 쓴 초서 두 자는 ‘현진(玄
2010-08-30 17:38
[오늘 본 옛그림] (34) 지고 넘어가야 할 나날들
‘보부상’은 봇짐장수와 등짐장수다. 둘 다 조선의 떠돌이 장사치다. 봇짐장수는 부피가 작은 비단, 구리, 수달피 등을 보자기에 싸서 다녔고, 등짐장수는 부피가 큰 어물, 소금, 토기 등을 지게에 지고 다녔다. 장 따라 부랑하는 그
2010-08-23 18:50
[오늘 본 옛 그림] (33) 벼슬 높아도 뜻은 낮추고
멋쩍은 퀴즈 하나 내보자. 이 양반의 패션에서 어색한 걸 고른다면? 정답은 모자와 옷. 격에 안 어울리는 복색이다. 모자는 벼슬아치의 오사모인데 옷은 야인의 평복이다. 무인으로 치면 투구 쓰고 베잠방이 걸친 꼴이다. 이 엉뚱한
2010-08-16 17:39
[오늘 본 옛 그림] (32) 난초가 어물전에 간다면
소동파가 어느 날 난초 그림을 보았다. 난은 가슴 설레도록 아름다웠다. 시심에 겨워 그는 시 한 수를 적었다. ‘춘란은 미인과 같아서/ 캐지 않으면 스스로 바치길 부끄러워하지/ 바람에 건듯 향기를 풍기긴 하지만/ 쑥대가 깊어 보
2010-08-09 17:46
[오늘 본 옛 그림] (31) 매미가 시끄럽다고?
입추 뒤에 말복이 버티고 섰다. 가을 초입에 질긴 여름이 도사리고 있으니 계절의 지혜는 선들바람 먼저 맞으려는 윤똑똑이를 나무란다. 처서가 오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하지만 여름 매미는 입추가 돼도 여전히 운다. 외가
2010-08-02 17:35
[오늘 본 옛 그림] (30) 한 집안의 가장이 되려면
가장(家長)은 존엄하다. ‘장’은 어른이자 맏이다. 노련한 기량, 관후한 성정, 웅숭깊은 배려가 어른의 자질이다. 그 덕목에서 가장의 권위가 나온다. 아버지, 아들, 손자가 함께 등장하는 옛 그림은 드문데, 김득신의 풍속화를 보면
2010-07-26 17:42
[오늘 본 옛 그림] (29) 수박은 먹는 놈이 임자?
정선은 ‘진경산수의 대가’다. 참다운 풍경은 있는 풍경이다. 그는 실재하는 것을 존중했고, 예술의 아우라가 현실에서 태어남을 믿었다. 그는 또 ‘화성(畵聖)’으로 불린다. 성(聖)의 반열에 오른 그는 속(俗)에서 답을 찾았다. 하
2010-07-19 19:13
[오늘 본 옛그림] (28) 발 담그고 세상 떠올리니
시원한 여름나기에 묘수랄 게 없던 시절, 물은 참 고마운 싼거리였다. 산지사방에 냇가, 강가, 바닷가가 지천이라 여기 덤벙 저기 풍덩하는 새 여름이 갔다. 미역이 마땅찮은 산골은 물맞이가 제격이다. 폭포수가 뒤통수로 떨어져 더
2010-07-12 17:37
[오늘 본 옛그림] (27) 화가는 그림대로 사는가
메추라기는 못생긴 새다. 작아도 앙증맞기는커녕 꽁지가 짧아 흉한 몸매다. 한자로 메추라기 ‘순(?)’은 ‘옷이 해지다’라는 뜻도 있다. 터럭이 얼룩덜룩한 꼴이 남루한 옷처럼 보인다. 메추라기는 또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누더기
2010-07-05 17:48
[오늘 본 옛 그림] (26) 나를 물로 보지 마라
동자를 거느린 두 선비가 너럭바위에서 계곡을 내려다본다. 가운데 바위 사이로 두 갈래 물길이 터졌는데, 물살은 물거품이 일 만큼 세차다. 때는 여름이다. 승경(勝景)은 아니지만 볼수록 눈이 시원해지는 그림이다. 그린 이는 이한
2010-06-28 17:57
[오늘 본 옛그림] (25) 구름 속에 숨은 울분
얼른 보면 무슨 그림인지 모른다. 넘실거리는 파도인가, 노후 차량이 내뿜는 매연인가. 둘 다 아니다. 소용돌이치는 먹장구름이다. 세상에, 거세게 휘감기는 구름덩어리로 화면 온 곳을 다 채우다니, 조선 그림에 이런 장면은 일찍이
2010-06-21 17:42
[오늘 본 옛그림] (24) 옆 집 개 짖는 소리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그림이다. 그림에 적힌 글을 보면 뜻이 곧장 읽힌다. ‘한 마리 개가 짖자 두 마리 개가 짖고, 한 마리 개를 따라 만 마리가 짖네. 아이에게 문 밖에 나가보라 했더니, 달이 오동나무 높은 가지에 걸렸다 하네.
2010-06-14 17:48
[오늘 본 옛 그림] (23) 대나무에 왜 꽃이 없나
소동파가 서슴잖게 말한다. “고기반찬 없이 밥 먹을 수 있어도 대나무 없이 살 수는 없다.” 동파가 대통밥과 죽순을 더 좋아해서 그런가. 천만에, 식미와 상관없다. 그는 덧붙인다. “고기를 못 먹으면 야위지만 대나무를 안 심으면
2010-06-07 17:48
[오늘 본 옛 그림] (22) 센 놈과 가여운 놈
매의 사냥솜씨는 놀랍다. 온몸이 무기다. 매서운 눈은 높은 곳에서 넓은 지역의 먹잇감을 꿰뚫어 본다. 날카로운 부리는 뼈를 단숨에 으스러뜨리고 억센 발톱은 숨통을 단박에 끊어버린다. 게다가 급강하하는 속도가 쏜살같다. 꿩
2010-05-31 17:48
[오늘 본 옛 그림] (21) 숨은 사람 숨게 하라
18세기 화원 장득만(張得萬)이 그린 ‘아이에게 묻다’는 채색이 곱고 구도가 단정하다. 정조가 즐겨 본 화첩 속에 있는 그림이다. 바자울 둘러싸인 시골집은 단출한데, 문간에 선 소나무가 멋지게 휘었다. 마당 쓸던 아이가 손
2010-05-24 17:50
[오늘 본 옛 그림] (20) 나무랄 수 없는 실례
거나해진 노인이 몸을 못 가눈다. 소나무에 기댔지만 한 발이 휘청거리고 눈이 아예 감겼다. 가관인 건 갓 모양이다. 오는 길에 냅다 담벼락을 박았는지 모자가 찌그러졌고 챙이 뒤틀렸다. 망건 아래 머리칼이 삐져나오고, 귀밑털과
2010-05-17 17:49
[오늘 본 옛 그림] (19) 덧없거나 황홀하거나
양귀비꽃 피는 오월이다.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투정할 꽃이 양귀비다. 모란이 ‘후덕한 미색’이라면 양귀비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그 고혹적인 자태는 쉽게 보기 어렵다. 함부로 키우다간 경을 친다. 열매에서 나오는 아편 때
2010-05-10 17:46
[오늘 본 옛 그림] (18) 가려움은 끝내 남는다
콧등이 뾰족하고 털이 부슬부슬하다. 긴 꼬리와 만만찮은 덩치로 봐 토종개는 아니다. 뒷다리로 가려운 곳을 벅벅 긁는 꼴이 우습다. 생생한 실감은 놀랍다. 터럭 한 올까지 세심하게 묘사해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린 이는
2010-05-03 17:42
[오늘 본 옛 그림] (17) 연꽃 보니 서러워라
한적한 여름날 오후 별당의 뒤뜰. 연못 가득 푸르촉촉한 잎들이 살을 부비며 연연한 티를 뽐낸다. 그 사이로 두어 송이 연꽃, 연분홍빛 봉오리가 수줍다. 꽃들의 생기는 색에서 드러난다. 붉고 푸른 태깔은 목숨붙이의 복받치는 새뜻
2010-04-26 18:09
[오늘 본 옛 그림] (16) 사람 손은 쓸 데 없다
비 오면 꽃 피고 바람 불면 꽃 진다. 피고 짐이 비바람에 달렸다. 물은 누굴 위해 흐르는가. 낙화와 유수에 교감이 있을 턱 없지만 시인은 기어코 사연을 만든다. ‘떨어지는 꽃은 뜻이 있어 흐르는 물에 안기건만/ 흐르는 물은 무정
2010-04-19 17:50
[오늘 본 옛 그림] (15) 선비 집안의 인테리어
선비의 망중한을 그린 작품이다. 온갖 물건을 바닥에 늘어놓은 선비가 비파를 뜯는다. 볼 사람, 들을 사람 없으니 버선을 벗어던진 맨발차림이 좋이 홀가분하다. 단원 김홍도는 그림 속에 선비의 심사를 써놓았다. ‘종이로 창을 내고
2010-04-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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