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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옛 그림] (102·끝) 가고 오고 푸르고 시들고
키 작은 풀들이 자욱한 곳에, 가는 대나무 한 그루 곧게 올라가다 맨 끝에서 왼쪽으로 굽는다. 가지에 매달린 청록 빛깔 잎사귀가 눈이 시리도록 청신하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대라고 하지만, 잎잎이 저리 새뜻하니 대
2011-12-26 18:06
[오늘 본 옛 그림] (101) 나그네 반기는 시골주막
시골의 참맛은 소박하고 솔직한 데 있다. 소박해서 꾸밀 까닭이 없고, 솔직해서 속내가 훤히 비친다. 대처의 정나미는 다르다. 경우가 바른 대신 셈이 빠르다. 딱 받는 만큼 준다. 시골의 마음 씀씀이는 오지 않아도 먼저 간다. 인심
2011-12-19 17:32
[오늘 본 옛 그림] (100) 은자여, 저 다리를 치워라
중중첩첩 바위산 에워싼 곳에 초가집 세 채 옴팍하게 자리 잡았다. 어디 저렇게 세상과 담쌓은 데가 있나 싶다. 대나무와 매화는 가꾼 손길이 없어 위로 옆으로 내키는 대로 자랐다. 볼작시니 눈 내린 겨울이다. 시간조차 얼어붙는 적
2011-12-12 18:01
[오늘 본 옛 그림] (99) 차 향기 번지는 붓글씨
한자의 글꼴은 난삽하다. 프랑스의 문인 장 콕토는 한탄한다. “마치 손발을 버둥거리는 듯, 비참한 움직임이 비극적이다.” 그의 눈에는 글자의 뜻보다 모양이 먼저 들어왔다. 아닌 게 아니라 몸을 비비 꼬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필획
2011-12-05 17:46
[오늘 본 옛 그림] (98) 맛있는 들놀이의 즐거움
잔설이 솔잎에 희끗하다. 돗자리 위에 둘러앉은 남녀들이 회식을 벌인다. 가운데 놓인 화로 위에 토막 낸 쇠고기 예닐곱 점이 지글지글 익어간다. 접시에 갖은 야채들이 담겨있고 개다리소반에 크고 작은 그릇들이 올려졌다. 국자를
2011-11-28 17:45
[오늘 본 옛 그림] (97) 걷는 길이 사는 길
장 보러 나온 여염집 부부가 아니다. 먼 길 고달프게 다리품 파는 행상이다. 아내조차 치마 걷은 바짓부리에 행전을 찼으니 부부의 하염없는 고생길이 까마득하다. 벙거지 쓴 텁석나룻 남편은 알구지 있는 지게 작대기를, 북상투 꼴을
2011-11-21 18:43
[오늘 본 옛 그림] (96) 꽃이 부끄러운 뒷거래
국화꽃 더미 앞에서 벌어진 얄궂은 장면이다. 웃통 벗고 맨살을 드러낸 사내가 대님을 맨다. 구겨진 상투 아래 머리칼은 흐트러졌다. 길게 땋은 머리에 댕기 늘어진 소녀가 고개를 갸울인다. 구김살 진 치마와 속곳을 채 추스르지 못
2011-11-14 17:48
[오늘 본 옛 그림] (95) 서리 밟고 가는 먼 길
날은 음력 초사나흘 무렵, 해 지자 초승달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산골이다. 어지러이 늘어선 나목 사이로 민가는 멀어 아득하고 굽은 산길은 가까워 또렷하다. 우마(牛馬) 두 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갈 길을 재촉하는데, 길마 위에 얹
2011-11-07 17:53
[오늘 본 옛 그림] (94) 울며 응원하는 기러기
만물이 시드는 가을, 잎은 가지를 떠나고 해는 땅에서 멀어지고 벌레는 숲으로 숨는다. 식솔을 거느린 기러기 떼는 어떤가. 가을 깊어질 즈음 나타나 강물이 먼 늪지로 날아든다. 길고 긴 대열을 지어 우짖으며 나는 기러기는 오고 가
2011-10-31 17:44
[오늘 본 옛 그림] (93) 제 이름 부르지 않는 새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아서 그럴까, 참새는 누명을 자주 쓴다. 죽을 때는 ‘짹’하고 죽지만 살아서는 황새 뜻을 모르는 오종종한 미물이란다. 여름에 해충을 먹다가도 가을철 농작물에 날아들면 참새는 돌팔매를 맞는다. 참새처
2011-10-24 17:30
[오늘 본 옛 그림] (92) 손 타지 않아 발랄하다
음력 9월을 ‘국월(菊月)’이라 한다. 진나라 처사 도연명이 9월 9일 중양절에 술이 없어 대신 국화꽃을 땄기 때문이다. 국화는 은거를 상징한다. 도연명이 숨어살면서 동쪽 울타리에 국화를 심었던 까닭이다. 그와 국화는 떼려 해도
2011-10-17 17:49
[오늘 본 옛 그림] (91) 두레의 꿈이 피는 들판
일이 놀이가 되는 삶은 얼마나 복된가. 단원 김홍도가 그린 ‘벼 타작’은 보람찬 대동사회의 바탕이 선하다. 삼복의 땡볕 아래 여문 나락은 옹글고, 거두는 자의 기쁨은 푸지다. 알곡을 터는 농군의 일머리가 손에 잡히고 가을걷이의
2011-10-10 17:35
[오늘 본 옛 그림] (90) 단풍은 예쁘기만 한가
산속에 가을 정취 들차다. 나무들 어지러이 머리 풀고, 비탈 바위 납작 바위 키를 재는 풍경이 스산하다 못해 수선스럽다. 얼키설키한 구도와 나고 드는 소재가 시선을 안착시키지 못하는 그림이다. 찾아보면 눈 둘 곳이 있긴 하다.
2011-10-03 17:33
[오늘 본 옛 그림] (89) 풍성하고 아련한 꿈
한 발 치켜든 수탉이 ‘꼬끼오’ 목청을 뽑는다. 쭉 뻗은 볏은 늠름하고, 털은 빗질한 듯 고우며, 꼬리는 맵시가 넘친다. 어미 암탉은 병아리를 모아놓고 입에 문 벌레를 나눠 먹인다. 수탉 뒤로 보이는 꽃과 나무. 꽃은 탐스러운 모
2011-09-26 17:43
[오늘 본 옛 그림] (88) 손 안에 달빛 붙잡아도
나뭇가지에 둥실 달이 걸렸다. 강물에도 달이 얼비친다. 가을이다. 보름달이다. 나뭇잎만한 조각배는 기우뚱, 노인이 뱃전에 기대 물에 뜬 달을 건진다. 살랑대는 물이랑에 행여 달빛이 깨질라 소맷자락 젖는 줄 모르고 두 손 살그머
2011-09-19 17:44
[오늘 본 옛 그림] (87) 기러기 날아가고 나면
밤기운이 서늘해져 풀잎에 이슬이 맺히면 백로(白露)다. 순진한 아이가 “이슬은 풀이 흘리는 땀”이라고 말한다. 이슬은 땀땀이 반짝인다. 영롱해도 그러나 가뭇없다. 삼국지의 조조는 시에 한숨을 싣는다. ‘술잔 앞에서 노래하지만
2011-09-05 17:37
[오늘 본 옛 그림] (86) 원숭이의 사랑과 보은
어미와 새끼 원숭이가 절벽 아래를 살핀다. 청록색 이끼와 잔풀로 덮인 바위는 허공에 깎아 세워 의지 가지가 안 보인다. 뛰어내리기에 어림없다. 살금살금 물러서며 등 뒤로 붙는 새끼와 한 발 앞 디딘 어미의 자세에 조심성이 넘친
2011-08-29 17:50
[오늘 본 옛 그림] (85) 석 달 열흘 놀아보라고?
몹쓸 짓 벌어지는 대갓집 뒤뜰이다. 사방관 속에 상투는 동여맨 지 얼마나 됐을꼬. 소맷부리 꼬일 정도로 냅다 손목을 잡아채는 저 양반, 상판대기를 보니 턱밑에 수염 한 톨 없이 맨송맨송하다. 벌건 대낮에 낭패를 당한 여종은 엉거
2011-08-22 17:28
[오늘 본 옛 그림] (84) 용과 봉이 짝을 이루다
그림 속에 적힌 두 토막의 글부터 읽어보자. ‘봉의 날개처럼 길고 짧은 대나무 관에서/ 용의 울음보다 처절한 소리가 월당(月堂)에 퍼지네.’ 앞에서 악기 모양을 설명하고 뒤에서 악기 소리를 묘사한 시구다. 어떤 악기가 봉 날개를
2011-08-15 17:31
[오늘 본 옛 그림] (83) 참외 버리고 호박 먹으랴
물 좋은 채소와 과일이 아가리 널찍한 쟁반에 담겨 있다. 통 굵은 수박은 밭에서 금방 따온 듯 건실한 윤기가 흐르고, 가지 두 개는 꼭지가 오돌토돌한 게 싱싱하다. 참외는 선명하게 골이 졌고 겉이 유난히 단단하다. 오른쪽 구석에
2011-08-08 17:31
[오늘 본 옛 그림] (82) 아들아, 자식 좀 낳아라
잎맥 또렷한 잎사귀 아래 포도송이가 드문드문, 티 없이 잘도 여문다. 어쩌면 이토록 씨알이 낱낱이 굵고 탱탱할까. 풋된 알과 익은 알 모두 속이 차 옥구슬 같다. 위로 아래로 삐져나온 덩굴손은 기댈 곳을 찾으며 하늘거린다. 여름
2011-08-01 17:42
[오늘 본 옛 그림] (81) 덜 그려도 다 그렸다
챙이 벌어진 갈삿갓에다 어린애 내리닫이처럼 생긴 도롱이가 수수하기보다 후줄근하다. 비 가리는 우장(雨裝)이 저 모양새면 진갈이 다니는 농투성이이련만 어째서 가래 하나 들지 않았을꼬. 누구인가, 그대는. 짚신 한 짝 안 신고 앞
2011-07-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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