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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사계] (끝) 폐허로 버려진 경희궁
고궁은 서울을 빛내는 보석이다. 시간의 거친 숨결에서 잠시 비껴나 있는 곳, 유장하게 흐르는 역사의 현장, 선현들과 나직이 대화할 수 있는 곳, 생성과 소멸의 원리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고궁이 있어 서울은 향기롭고, 역사문
2011-12-28 18:39
[고궁의 사계] 겨울의 친구들
동궐 일대에서 가장 이질적인 건물은 창경궁의 대온실이다. 고색창연한 궁궐에서 철과 유리라는 현대 재료를 사용해 철거대상으로 꼽힐 만하다. 그러나 동물원과 함께 1909년에 지어졌으니 100년의 연륜을 자랑하고 근대성을 나타내는
2011-12-21 17:55
[고궁의 사계] 궁궐과 민가
조선의 문신 서거정이 지은 문집에 궁궐을 묘사한 시가 있다. “…袞龍陞殿坐(성상께서 전당에 앉으시고) 振鷺入班參(백관은 조참 반열에 들었을 제) 白日明金闕(밝은 태양은 대궐을 밝히고) 紅雲捧玉函(오색구름은 옥함을 받들었네)
2011-12-14 17:36
[고궁의 사계] 추사가 새긴 留齋의 가르침
궁궐이나 사찰 등 전통건축의 현장에서 탐방객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첫 관문이 주련(柱聯)과 현판이다. 이 둘을 읽을 줄 알아야 건축의 철학을 알 수 있다. 창덕궁에서 주련과 현판이 많기로는 낙선재 권역, 이 가운데 한정당에 가면
2011-12-07 18:14
[고궁의 사계] 겨울새의 식도락
사람이나 짐승이나 생물의 본업은 먹이를 구하는 일이다. 궁궐의 새들도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봄과 여름에는 지렁이와 벌레들을 잡아먹고 가을에는 나무의 열매를, 겨울에는 낙엽을 헤쳐 먹이를 찾거나 잔디밭
2011-11-30 17:42
[고궁의 사계] 얄미운 겨우살이
종묘의 참나무 속 겨우살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나무에 얹혀 사는 행태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처럼 얄밉다. 이름은 겨우겨우 살아간다고 해서, 또는 겨울에도 푸른 모양을 지닌다 해서 붙여졌다는 데, 학자들은 겨우살
2011-11-23 17:34
[고궁의 사계] 음나무 가시 삼엄하구나
영남 사람들이 마음 놓고 부를 수 있는 나무가 있다. 해동목(海桐木). 우리말로 음나무 혹은 엄나무로 불린다. 대대로 전승된 이름이다 보니 둘을 혼용하는데, 국가식물표준목록에는 음나무로 올라있다. 새순이 두릅만큼 맛있다. 쌉쌀
2011-11-16 17:39
[고궁의 사계] 철 잊은 원앙
원앙은 참 곱다. 물감으로 그린 듯 섬세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졌다. 거기에다 늘 샤워를 해대니 털에 윤기가 난다. 원앙은 물에서 사는 것 같지만 집은 숲에 있다. 나무 구멍에 둥지를 짓고 알을 낳는다. 물은 놀이터인 셈이다. 얼마
2011-11-09 17:51
[고궁의 사계] 곤룡포 물들인 주목
부용지에 적록의 가을 풍경이 눈부시다. 변절을 상징하는 단풍이 고혹적 자태를 드러내는 동안 주목(朱木)은 예의 검푸른 빛으로 계절의 변화를 감당한다. 상록수에 붉은 이름이 붙은 것은 나무 줄기와 속살의 색깔이 그래서다. 주목
2011-11-02 17:55
[고궁의 사계] 가을 나무는 비장하다
단풍이 절정이다. 산야에 사람들이 몰린다. 나무의 절창을 듣기 위해서다. 단풍나무는 일반명사이자 고유명사다. 한국수목도감에는 이름 그대로인 단풍나무를 비롯해 설탕단풍, 고로쇠, 복자기 등 34종이 등재돼 있다. 캐나다 국기 ‘
2011-10-26 18:07
[고궁의 사계] 보리수와 보리수
창덕궁 궐내각사 인근에 보리수 열매가 예쁘게 익었다. 작은 모양이 루비를 보듯 영롱하다. 하나 둘 몇개씩 씹으면 떫지만 한 움큼 털어 넣으면 맛이 은근하다. 조선왕조실록 연산6년(1499)의 기록을 보면 전라감사에게 ‘동백나무 5
2011-10-19 01:01
[고궁의 사계] 秋色의 춘당대
창덕궁 영화당(暎花堂) 지붕에 가을 햇살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소슬바람은 기왓장을 어루만진 뒤 솔숲으로 사라졌다. 고궁의 후원은 적요하다. 영화당에 걸린 선조의 어필에 가을의 우수가 담겼다. “遠客坐長夜 雨聲孤寺秋 請量東海
2011-10-12 19:39
[고궁의 사계] 창호지를 갈며
창덕궁 후원의 건물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연경당(演慶堂)이다. 경사가 널리 퍼진다는 뜻이다. 임금 권한대행을 하던 효명세자가 아버지 순조와 어머니 순원왕후를 위해 지은 집이다. 왕이라는 골치 아픈 자리에서 물러나 일개 사대부
2011-10-05 17:39
[고궁의 사계] 감에게서 홍시에게
과일이 익으면서 가을도 깊어간다. 결실을 먼저 뽐내는 놈이 감나무다. 제사상의 주인공이기에 궁궐과 민가에서 두루 심었다. 대추나무는 밭, 밤나무는 산자락, 돌배나무는 숲 속에 심은 데 비해 감나무는 특별히 집안 가까이 두었다.
2011-09-28 17:40
[고궁의 사계] 유홍준이 걱정한 시무나무
글쓰기의 상수(上手) 유홍준이 돌아왔다. 문화재청장이라는 벼슬을 지낸 후에 처음 나온 책이 답사기 6권 ‘인생도처유상수’다. 살아가는 곳곳에 상수들이 많더라는 겸사다. 그의 글이 늘 그렇듯 읽는 즐거움을 준다. 정밀한 자료를
2011-09-21 21:39
[고궁의 사계] 정관헌과 스타벅스
덕수궁에서 대중과 자주 만나는 곳은 정관헌(靜觀軒)이다. 이름 그대로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곳이다. 이미 입식생활에 익숙한 고종은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연회를 즐겼다. 요즘 이곳에서 커피 관련 행사가 많이 열린다. 얼마 전에
2011-09-14 17:44
[고궁의 사계] 후원의 벼는 나날이 익어가고
창덕궁 후원 북단에는 옥류천을 중심으로 5개의 정자가 모여 있다. 대개 임금의 숲 속 리조트였지만 청의정(淸?亭)은 달라 왕실의 농경체험장으로 활용됐다. 궁궐에서 유일하게 초가지붕을 하고 있는 것도 이곳에서 나온 볏짚을 이용
2011-09-07 17:53
[고궁의 사계] 경희궁의 고추밭
여름이 가을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계절. 노염(老炎) 속에 고추가 영글어간다. 채전밭은 햇살과 바람의 변주로 감미롭고, 고추는 매일 조금씩 붉은색을 칠하며 결실로 치닫는다. 저 평화로운 농경의 현장은 어디일까. 서울 도심의 경희
2011-08-31 17:46
[고궁의 사계] 궁궐에 웬 너럭바위?
고궁은 고적하다. 왕조가 사라졌으니 통치공간일 수 없고 왕족이 없으니 생활공간도 아니다. 일제는 복고운동을 두려워해 궁궐에 담긴 조선의 기억을 철저히 지웠다. 국권을 되찾은 대한민국은 줄기차게 복원에 나섰으나 아직도 듬성
2011-08-24 18:00
[고궁의 사계] 지금도 마로니에는
덕수궁은 고종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통치했고, 양위했고, 승하했다. 황제 자리를 내놓은 이유는 헤이그 밀사사건이었다. 일제는 1907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파견한 밀사를 빌미 삼아 퇴위를 강요했다. 7월
2011-08-17 17:46
[고궁의 사계] 비 그치고…
한 번도 그냥 지나가는 여름이 없다. 친구의 어깨처럼 고맙던 비가, 연인의 숨결마냥 감미롭던 바람이 순식간에 폭력으로 변했다. 고궁도 비바람이 남긴 상처가 크다. 식재가 많은 창경궁 나무들이 많이 쓰러졌고, 춘당지의 물은 범람
2011-08-10 17:38
[고궁의 사계] 등나무 그늘 아래
옛 선비들은 자연에서 지혜를 찾는 일을 즐겼다.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를 그린 선비화가 강희안은 뜰에서 본받을 만한 품성을 책에 적었다. 소나무에서 장부 같은 지조를, 국화에서 은일(隱逸)의 모습을, 매화에서 품격을, 석창
2011-08-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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