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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박지훈] 문학적 시간
그 옛날 많은 여성들이 그랬듯 세상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글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할머니는 아궁이 앞에 앉아 타고 남은 재에다가 ‘가’를 쓰고 ‘나’를 쓰면서 한글을 깨쳤다. 하지만 그 시절 여자가 글을 배우는 걸 탐탁지 않게 여
2018-11-10 04:00
[창-박세환] 공부밖에 할 게 없었어요
고3 담임은 모의고사가 끝나면 교단에 서서 점수를 불렀다. “500! 490! 480…” 요란하게 가채점 결과를 조사했다. 당시 반 1등은 매번 480∼490점에서 주뼛대며 손을 들었다. 호명하는 점수가 내려갈 때마다 숨이 턱 막혔다. 450점에
2018-10-27 04:00
[김병수의 감성노트] 자기복잡성
“사람은 언제나 한결같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와 인식을 자기개념(self-concept)이라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일을 잘 하는가. 가족과
2018-10-20 04:06
[창-김철오] 가을의 괴물
루사는 우리나라에서 최악의 태풍으로 기억되는 이름이다. 2002년 8월 31일 제주도로 상륙해 9월 1일 강원도 속초에서 소멸됐다. 213명이 사망하고 33명이 실종됐다. 재산피해액은 5조1479억원. 지금까지 최대 기록이다. 인명피해 규모
2018-10-13 04:05
[창-유성열] 고양이들의 도시
짙은 어둠이 골목 구석구석 깔리면 빛나는 구슬들이 희번덕거린다. 물컹거리는 듯 만질만질해 보이기도 하는 보석 같기도 한 그것들은 예전에는 도둑고양이로 불렸던 길고양이들의 눈이다. 최근 들어 고양이들의 개체수가 대폭 늘어난
2018-09-29 04:00
[창-이경원] 달려라 이민혜
2006 도하아시안게임 3㎞ 개인추발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35.6㎞ 도로독주의 금메달리스트인 전 여자 사이클 국가대표 이민혜(33)가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병상에 누워 있다. 힘차게 페달을 밟던 그의 두 다리는 암세포로 부어올랐고
2018-09-15 04:05
[창-박민지] 엄마와 딸
한신자 할머니, 저는 오늘도 엄마에게 짜증을 냈어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쉽지 않네요. 엄마와 떨어져 지낸 지는 10년쯤 됐어요. 고향은 대전인데 대학에 가면서 객지 생활을 시작했지요. 돌이켜보면 집 떠날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2018-09-01 04:00
[창-박지훈] 달나라가 있어서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2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병상에서 숨을 거두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떠올린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그건 그가 스페인의 한 과학관에서 목격한 영상이었을지 모른다. 에코는 이 과학관에서 ‘
2018-08-18 04:04
[창-박세환] 노인과 어르신
“그분,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했어요.” 의령경찰서 관계자는 수화기 너머로 말했다. 경북 의령의 한 60대 할아버지 얘기다. 그는 지난달 세 살짜리 외손자를 차에 두고 출근했다.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냥 깜빡했다고 한다
2018-08-04 04:05
[창-김철오] 이방인
노인은 한밤중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제주도 남부의 해안길을 따라 걸어왔다. 좁은 어깨에 얼룩진 민소매 셔츠를 걸쳐 입고 메마른 발을 슬리퍼에 끼워 넣은 허름한 행색이 보인 건 스무 걸음쯤 앞으로 다가왔을 때였다. 열 걸음
2018-07-21 04:00
[창-유성열] 천연 상술
아주 먼 옛날 인류는 힘이 없었다. 짐승에 의해 찢기고 재해에 죽어 나갔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도망치고 기도하는 일밖에 없었다. 좋은 머리를 가졌지만 생존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현실은 너무나 가혹했다. 죽은 가족을 잠깐 추
2018-07-07 04:04
[창-이경원] 김영권이 서 있는 곳
축구부 전지훈련 일정이 다가오면 전주공고의 중앙수비수 김영권은 말수가 줄었다. 김영권의 아버지는 김영권이 중학교 3학년일 때 보증을 잘못 섰다. 강원길 전주공고 감독이 김영권의 회비를 몰래 대신 냈다. 전지훈련 명단을 본 김영
2018-06-23 04:00
[창-박지훈] 지단이 될 수 없다면
테니스 스타인 로저 페더러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선수가 있나요?” 페더러는 잠시 고민하다가 3명을 꼽았다. 농구 선수인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이었
2018-06-09 05:00
[창-박세환]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최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사재 1억원을 A상병의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A상병은 강원도 철원의 부대로 복귀하다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온 유탄에 맞아 숨졌다. 당시 A상병의 아버지는 언론에 이렇게 밝혔다. “누가
2018-05-26 05:00
[창-김용권] 평양에서 먹어 본 평양냉면
#1. 바야흐로 ‘한반도의 봄’이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 남과 북에 봄이 왔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과 표정, 몸짓 하나하나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감동까지 선사
2018-05-12 05:05
[창-유성열] 하늘에서 내려온 공포의 대왕
1990년대는 세기말 기운으로 가득했던 시절이다. 종말론이 독버섯처럼 퍼졌고 큰 관심을 끌었다. 지구가 망한다는데, 내 삶이 멈춘다는데 그 어떤 다른 것이 더 중요할 수 있겠는가. 특히 ‘1999년 일곱 번째 달에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
2018-04-14 05:00
[창-김철오] 가스실에서 48시간
숨을 참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이제 절반을 넘겼을 뿐인데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 조금씩 통증이 느껴진다. 현기증도 몰려온다. 보통의 건강한 사람에게 10초의 짧은 무호흡은 어려운 도전이 아니다. 초읽기는 계속된다. 머릿
2018-03-31 05:05
[창-이경원] 아름다운 구속
사회부에서 스포츠레저부로 옮겨 일한다. 칙칙한 법원·검찰청이든 녹색 그라운드든, 들여다보면 세상은 똑같다. 그곳이나 이곳이나 뭔가가 떨어지면 툭 하고 소리가 나는 세상, 누군가 금을 넘으면 호루라기를 부는 세상. 한순간 실수
2018-03-17 05:05
[창-박지훈] ‘영감님’을 기다리며
언젠가 책을 읽다가 이런 대목에 밑줄을 그었다. 작가는 영화 ‘E.T’에서 지구에 불시착한 E.T가 창고의 잡동사니를 그러모아 통신장치를 만드는 장면을 묘사한 뒤 이렇게 적었다. “뛰어난 소설이란 분명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2018-03-02 17:33
[창-박세환] 블랙 박스
피해자에 고민 떠넘기면 성폭력 근절 요원 대중 관심받는 지금, 근본적 변화 끌어내야 항상 궁금했다. 대기업의 고위 간부, 국회의원, 판검사 등 소위 사회 권력층이 도대체 왜 말 한마디 혹은 손짓 한 번 잘못해서 인생을 망치는지
2018-02-02 18:19
[창-유성열] 통념의 늪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온 세상이 붉은색으로 빠르게 물든다. 한국에서는 축구 월드컵 시즌을 제외하고 길거리 곳곳에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가장 많을 때다. 굳이 옷 전체가 아니더라도 목도리, 장갑을 통해 최소한 붉은 포인트
2018-01-19 17:45
[창-이경원] 투수 신창호
류현진보다 나은 재능이라고 했다. 투수 전직 한 달 만에 봉황대기에서 시속 150㎞ 직구를 던졌다. 계속 포수를 하면 서울 소재 대학엔 갈 거라며 모험을 만류하던 이들이 외려 무르춤해졌다. ‘파이터형 투수’ ‘칠 테면 치라는 배짱
2018-01-0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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