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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전수민] 편리를 포기할 각오는 됐나요
문이 열리자마자 후끈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더 이상 발 디딜 틈 하나 없어 보이는 안쪽을 향해 기어코 네댓 명이 몸을 욱여넣었다. 옷자락만큼 구겨진 얼굴들이 무언가를 보고는 이내 더 찌푸려진다. 전동휠체어다. 출근길 만원 전
2017-05-26 17:29
[창-박지훈] 꽃을 기다리는 마음
매년 봄이면 서가에서 꺼내 읽는 소설이 있다. 윤대녕의 단편 ‘상춘곡’이다. ‘벚꽃이 피기를 기다리다 문득 당신께 편지 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작품을 읽고 나면 마음이 질펀해지면서 또다시 봄이
2017-05-12 17:40
[창-유성열] 출산을 강요하지 마라
대한민국 출산지도. 전국의 지역별 합계출산율, 출생아 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에서 만들었던 지도다. 특히 지역별 가임기 여성인구 수를 표시한 지도가 여성뿐 아니라 남성까지 아연실색케 했다. ‘출산지도가 아니라
2017-04-28 18:43
[창-이경원] 제보자
그는 오래전부터 제보자였다고 말했다. 즐겨 택하던 수단은 대학교 정문 앞 공중전화였다. “여보세요, 신문사죠? 이런 건 취재 안 합니까? 체대 교수가 학생 상금을 가로챈단 말입니다.” 그의 대학 지도교수는 그가 전국대회에서 우승
2017-04-14 17:32
[창-김미나] 123 프로젝트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는 혼자 남을 남편을 생각하며 용기를 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글을 써내려갔다. 제목은 ‘내 남편과 결혼하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남편을 향한 마지막
2017-03-31 18:41
[창-강창욱] 어쩔 수 없는 일
여전히 시끄러운 오늘도 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랑에 관한 것이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고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로부터 사랑받거나 사랑받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
2017-03-17 17:33
[창-전수민] 평범함의 난이도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누군가 당신을 두고 이런 말을 한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 있겠다. 크게는 두 갈래로 나뉠 것이다. 조금은 섭섭하거나,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거나. 잘난 것도 특별한 것도 없이 흔하
2017-03-03 17:39
[창-강주화] 십시일반
점심 식사를 하면서 책을 읽는 사내 독서모임에 나간다. 얼마 전 한 사람이 참석 여부를 알리는 걸 잊고 모임에 왔다. 10명이 모였는데 주문된 도시락은 9개뿐이었다. 누군가 “밥을 한 숟가락씩 떠서 나눠먹자”고 했다. 한 그릇에 각
2017-02-17 18:01
[창-유성열] 대박의 꿈
누구에게나 대박을 터뜨린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살아가면서 모두가 꿈꾸지만 실제 대박이라고 부를 정도로 큰 횡재를 얻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요새처럼 금전적 이득이 대박의 기준이라고 한다면 35년 인생에서 딱 두 번 꿈을
2017-02-03 18:50
[창-이경원] 뻗치기
“오늘은 너무 피곤합니다.” 드디어 나타난 그는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었다. “제가 편지를 보냈던 그 기자입니다!” 따라붙으며 명함을 건네는 손을 그가 가볍게 밀어냈다. “명함은 이미 받았습니다.” 편지봉투는 열어 봤다는 뜻이
2017-01-20 17:51
[창-김미나] 이름
어느 때보다도 어수선하게 새해를 맞았다. 망가진 나라 모습에 기가 찼다가 이젠 감정의 파동조차 사라진 시점에 달했다. 더 이상 놀랄 일이 없다. 쏟아지는 해괴망측한 뉴스엔 염증이 났다. 이토록 절망적인 뉴스뿐이란 사실은 참담하
2017-01-06 17:28
[창-강창욱] 그건 사랑이었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각본 없는 막장 드라마에 지친 독자를 위해 쉬어가는 코너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이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바꿔 말해야 할진 모르겠다. 절충해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라고
2016-12-23 18:06
[창-전수민] 믿는다는 것
“사랑하는 수민이에게. … 내년에도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동생과 잘 지내야 한다. 산타 할아버지가.” 산타클로스의 편지를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발견해버렸다. 그것도 아빠 책상서랍에서. 편지 속 글씨는 아무리 봐도 책상 위
2016-12-09 17:25
[창-강주화] 햄버거를 먹는 시간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한 손에 햄버거를 쥐고, 빵을 한입 베어 먹으며 걷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지난달 말 독일에 갔을 때다. 사람들이 바빠 보이는 건 아니었다. 햄버거를 씹으며 가로수를 보기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2016-11-25 18:39
[창-유성열] 갤럭시 노트7과 대통령의 차이
지난 8월 중순 한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에서 갤럭시 노트7 사전예약 주문 버튼을 눌렀다. ‘얼리어답터’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이전에 쓰던 휴대폰이 땅에 부딪히면서 박살났고 새 폰이 필요했다. 어차피 2년4개월간 사용하며 할부금까
2016-11-11 18:23
[창-이경원] 그녀가 하면 로맨스
‘최순실 파일’이 담긴 태블릿PC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비선실세 논란 정국의 가장자리에서 나도 무엇인가를 손에 넣긴 했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이 나라를 걱정하던 정치인들은 감사 종료가 선언되자 썰
2016-10-28 17:25
[창-김미나] 혐오가 뒤덮은 세상
“저 사람 진짜 극혐이다. 극혐.” 버스 안에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이 말했다. 옆에 앉은 친구는 깔깔대며 웃었다. 가리킨 손가락 끝에는 남루한 옷을 입은 꾀죄죄한 모습의 한 노숙인 여성이 있다. 여성이 바닥에 대자로 뻗어 풍경을
2016-10-14 17:59
[창-강창욱] 지하철
출근길 만원 지하철 객차 안에서 나는 매일 한 줄기 콩나물이 되어 여의도로, 서대문으로, 광화문으로 실려 간다. 이 비정한 공간은 일말의 직업적 사명이나 자부심, 일의 보람 따위를 비웃으며 돈벌이의 당위나 목적까지도 잊게 만들고
2016-09-30 18:11
[창-전수민] 數의 독재
뇌의 어느 한 구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의심을 한 지 오래다. 두정엽(頭頂葉), 아마 여기 문제인가 보다. 정수리에서 뒤통수로 넘어가는 길목쯤에 있는 뇌의 이 부분이 맡은 역할 중 하나가 수학적 사고력이라고 한다. 나
2016-09-02 18:14
[창-강주화] 사드 배치 이후
지난 주말 필리핀 마닐라에서 대규모 시위가 전개됐다는 외신이 있었다. 사진 속 시민들은 ‘마르코스는 영웅이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현 대통령에게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1917∼1989)의 유해를 국립묘지 영
2016-08-19 19:15
[창-유성열] 이걸 왜 만들었을까
바퀴 달린 접시 크기의 기계 위에 토마토소스통이 얹혀 있다. 아마도 원격으로 조정되는 듯한 이 기계는 음식물 앞으로 이동해 소스를 쥐어짠다. 음식 위에 소스가 과다하게 뿌려졌고, 조준을 실패해 사방으로 튄다. 몇 달 전 온라인에
2016-08-05 18:25
[창-문수정] 지하철 무용담
지하철 안에서 한 중년 남성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얼굴에 감정이 쉽게 드러나는 사람 같았다. 놀란 표정이 스치더니 이내 안달 난 듯한 눈빛으로 주변을 이리저리 살폈다. 다음 정거장을 안내하는 방송이 객실에 흐르자 남성은 다급해
2016-07-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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