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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산책] 불의 벽화
붉은빛을 발하며 벽이 타오른다. 훨훨 타던 불이 사그라진 자리엔 검은 그을음이 남았다. 타오름과 소멸을 거듭한 끝에 촘촘한 추상 패턴이 만들어졌다. 비정형의 삼각기둥이 무수히 도열한 ‘불(火)의 벽화’다. 물감도, 붓도 없이 오
2018-06-09 05:00
[미술산책] 매혹의 근대 풍경화
누런 흙바닥이 훤히 드러난 언덕에 기이한 형태의 나무들이 들어서 있다. 가지가 축 처진 걸 보니 죽어가는 나무인 듯하다. 화면 뒤쪽으론 나지막한 잡목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았다. 분명 을씨년스러운 야산 풍경인데 녹색과 적색, 황토
2018-06-02 05:06
[미술산책] 아름다운 그림, 아름다운 공헌
사과, 복숭아를 그린 정물화는 폴 세잔(1839∼1906)이 가장 유명하다. 세잔은 ‘사과로 서양미술사를 제패했다’고 평가될 정도로 탁월한 정물화 연작을 선보였다. 대상의 본질을 끈질기게 파고들며 평범한 주제를 위대한 미술로 끌어올
2018-05-26 05:05
[미술산책] 시원한 소나기 같은 그림
화폭 가득 검은 새 한 마리가 그려졌다. 새의 머리는 사람이고, 양 날개엔 물고기가 얹혀져 있다. 무심한 듯한 표정의 ‘인간 새’는 우리를 지긋이 응시한다. 천연덕스러우면서 수수께끼 같은 그림을 그린 이는 노은님이다. 독일서 작
2018-05-19 05:02
[미술산책] 세라믹 풍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예쁜 풍선이다. 꽃송이 같은 둥근 점을 누르면 꽃향기가 퍼질 듯하다. 마음까지 가뿐해진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웬걸, 딱딱한 세라믹이다. 묵직하고 차갑다. ‘폭신한 풍선’이란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진
2018-05-12 05:00
[미술산책] 사랑스러운 딸 클라라
17세기 유럽을 풍미했던 바로크 미술의 대가 루벤스(1577∼1640)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예쁜 딸이었다. 루벤스는 딸이 다섯 살이었을 때 그 앙증맞은 모습을 그렸다. 거장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빼어
2018-05-05 05:02
[미술산책] 흰 소, 이 땅의 가족이야기
회색 빛 마당에 흰 소 두 마리가 조용히 앉아 있다. 커다란 눈망울로 화폭 밖을 응시하는 순한 소다. 소 주위에는 호랑이와 토끼, 별과 달이 자리를 잡았다. 살구나무는 탐스러운 분홍색 꽃을 활짝 피웠고 새는 힘차게 하늘을 난다. 작
2018-04-28 05:05
[미술산책] 봄, 꽃, 그리고 생명
하얀 화폭에 그어 내린 붓의 스트로크가 경쾌하다. 굵은 붓에 원색의 물감을 듬뿍 묻혀 새 싹이 움트는 산과 붉은 태양, 활짝 핀 꽃을 부드럽게 표현했다. 상형문자 같은 선들이 조화를 이루며 매혹을 선사한다. ‘붓’으로 봄을 예찬한
2018-04-21 05:05
[미술산책] 폐허에 만든 예술도서관
독서 인구는 많이 줄었지만 멋진 서가를 갖춘 도서관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던 사람들도 그곳에 가면 책 속으로 절로 빠져들고 싶어진다. 미국 시카고를 무대로 활동하는 예술가 티에스터 게이츠(45)가 만든 도
2018-04-14 05:00
[미술산책] 초현실적 동화
커다란 눈의 소녀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 허리까지 오는 까만 머리채와 테이블 위에 살포시 올려진 손 때문에 어두운 화면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소녀의 왕방울 같은 눈이 가닿은 곳은 유글레나(연두벌레)라는 생
2018-04-07 05:02
[미술산책] 매화, 찬란한 이 봄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굵은 붓으로 툭툭 점을 찍듯 그려낸 꽃잎들이 섬광처럼 빛난다. 길고 혹독했던 추위를 딛고 터뜨린 뽀얀 꽃망울에서 봄의 새 기운이 가득하다. 옛 선비들이 즐겨 그렸던
2018-03-31 00:00
[미술산책] 다시 불러보는 그 이름, 나혜석
이 그림은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9폭으로 이뤄진 작품 중앙에 한 여성의 시신이 보인다. 흰 광목으로 사체를 덮었지만 맨발이 삐죽 드러나 있다. 신발도 못 신은 채 처참한 최후를 맞은 이는 나혜석(1896∼1948)이다. 우리나라 최
2018-03-24 05:01
[미술산책] 십자가 처형
십자가는 기독 신앙의 요체이다. 십자가와 부활을 빼놓곤 기독교를 논할 수 없다. 서기 326년 예루살렘에서 예수가 실제 매달렸던 십자가(True Cross)가 발견되면서 화가들은 ‘십자가 처형’을 그리기 시작했다. 11세기 말 다프니는 예
2018-03-17 05:05
[미술산책] 한땀 한땀, 치유의 바느질
단추만한 크기의 붉은 헝겊들이 동심원을 이루고 있다. 중앙에서 아홉 겹으로 촘촘히 뻗어나간 점들로 탐스러운 꽃이 만들어졌다. 붉은 꽃이다. 우윳빛 헝겊 위에 160여개의 꽃잎을 아플리케 기법으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작가는 루이즈
2018-03-09 17:59
[미술산책] 옛 가로등, 작품이 되다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도심 윌셔대로에 수백 개의 가로등이 열과 오를 맞춰 서있는 것을 말이다. 저녁 무렵 이 거리를 지나쳤다면 “와, 가로등이 숲을 이뤘네”라고 탄성을 질렀을지도 모른
2018-03-02 17:36
[미술산책] “사람은 간데 없고 달빛만 푸르네”
고요히 흐르는 강 위로 보름달이 둥실 떴다. 구름처럼 뽀얀 달무리가 달을 부드럽게 에워싸고 있다. 강둑에는 낡은 정자가 보이고, 소나무 세 그루가 가지런히 서 있다. 늠름하게 뻗은 중앙의 소나무는 잎새가 무성하다. 여름이면 그 무
2018-02-23 17:57
[미술산책] 아름다움을 빚어온 아흔의 손
얼굴을 알 수 없는 여성이 한쪽 무릎을 세우고 포즈를 취했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붉은 재킷에 청바지를 곁들인 차림이 멋스럽다. 팔목의 대담한 팔찌, 공들인 손톱장식에서 범상치 않은 감각이 드러난다. 그런데 이런 사진 앵글,
2018-02-09 17:34
[미술산책] 자코메티에 맞닿은 조각
무언가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철판들이 이어져 직립의 구조물이 됐다. 굵은 철사며 쇠사슬도 보인다. 크기도 제각각, 형태도 제각각인 쇠붙이를 용접해 붙이다 보니 거칠고 투박한 질감이 도드라졌다.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켜켜이 쌓인
2018-02-02 18:21
[미술산책] 파리? 트럼프타워 앞에 세우라고
노랑 주홍 빨강 파랑… 색색의 튤립이 활짝 피었다. 열두 송이의 튤립 부케다. 젤리처럼 달콤하고, 장난감처럼 가뿐하다. 알록달록한 막대풍선을 꼰 듯하지만 실은 육중한 스테인리스스틸이 소재다. 무게는 자그마치 35t. 높이도 12m나
2018-01-26 18:05
[미술산책] 일상의 자유로운 투영
낡은 모자를 쓴 화가가 야외에서 그림 작업에 한창이다. 노랑 꽃, 빨강 꽃이 흐드러지게 핀 들판에는 누드의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델 위로 황금빛 태양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오고, 꽃들은 햇살을 받아 즐겁게 노래한다. 화
2018-01-19 18:13
[미술산책] 예술을 부르는 손짓
엄지와 검지 끝을 살며시 모으니 동그라미가 됐다. ‘오케이’, 또는 ‘좋다’는 신호다. 합창단이나 교향악단 지휘자가 저런 손짓을 했다면 단원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감돌았을 것이다. 그것도 양 손으로 2개의 동그라미를 만들었으니
2018-01-12 17:55
[미술산책] 우리다운 미술을 찾아서
우유 빛 백자 항아리를 품에 안거나 머리에 인 여인들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다. 반라(半裸)의 여성들은 저마다 다른 자세로 포즈를 취했다. 시선도 제각각, 표정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이다. 오른쪽 여성의
2018-01-0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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