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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산책] 몽파르나스 다락방과 그 거리
파리 몽파르나스 보지라르가 98번지. 한국의 신여성 이성자(1918∼2009)가 화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던 곳이다. 낡은 건물 6층의 다락방을 구한 이성자는 한 평짜리 좁은 공간에 이젤을 펴고, 그림을 그렸다. 1956년 초에 완성한 이 풍
2018-09-22 04:02
[미술산책]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통찰
아기는 엄마를 찾는지 온몸으로 울어대고, 소쿠리를 든 사람들은 종종걸음을 치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소녀, 절규하는 사람들 사이로 영화 촬영용 붐 마이크를 든 장신의 남자가 무표정하게 서 있다. 광장에
2018-09-15 04:05
[미술산책] 얼굴 없는 초상
이스라엘 출신으로 영국에서 작업하는 기드온 루빈(1973∼)은 지난해 런던 프로이트뮤지엄으로부터 전시 제의를 받았다. 정신분석학의 거장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오스트리아를 등지고 런던으로 탈주한 지 80
2018-09-08 04:02
[미술산책] 빛으로 그린 첨단회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여성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어린아이가 보인다. 아이 옆에는 할머니가 주름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공중에는 단잠에 빠진
2018-09-01 04:00
[미술산책] 슈퍼마켓을 가득 채운 현대미술
한 여성이 산더미처럼 쌓인 상품들 사이로 얼굴을 빼곡히 내밀었다. 득의만만한 표정의 그녀 주위로 주방세제, 베이비로션, 오렌지주스 등 공산품이 가득하다. 그런데 상품들을 자세히 보니 뭔가 이상하다. 플라스틱 재질이어야 할 세제
2018-08-25 04:03
[미술산책] 기억의 탁본
그곳에 들어간 관람객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미술관 한 공간을 환상적으로 바꿔놓은 작품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 때문이다. 옷깃을 여미고, 작품을 찬찬히 둘러보는 감상자들의 숨소리만 이어진다. 서도호(1962∼)의 설치작품 이야
2018-08-18 04:03
[미술산책] 달리는 기계인간
영상이 흘러나오는 6개 TV를 이고 진 로봇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있다. 2m가 넘는 육중한 몸집으로 작은 바이크에 올라탄 모습이 익살스럽다. 몸체 곳곳에는 여러 도시를 순례했음을 상징하는 스티커들이 촘촘히 붙어 있다. 대륙횡단이라
2018-08-11 04:00
[미술산책] 백년의 시간을 품은 공간
붉은색 벨벳으로 장식한 고풍스러운 공연장이 텅 비어 있다. 5층으로 이뤄진 객석과 천장에 밝은 조명이 켜졌지만 공연이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기색이 없어 클래식한 극장의 디테일이 더욱 또렷이 다가온다. 고요하고, 장
2018-08-04 04:03
[미술산책] ‘폭풍의 화가’의 외로운 자화상
바람이 분다. 파도가 거세게 넘실대고, 해송(海松)은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다. 바위에 걸터앉은 소년은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다 고개를 떨궜다. 저 멀리 수평선에는 돛단배 한 척이 위태롭게 표류하고, 조랑말의 시선은 바다로
2018-07-28 04:04
[미술산책] 영리한 황여새와의 호흡
영국 축구스타 베컴을 닮은 날렵한 머리 깃으로 유명한 황여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열매를 실컷 먹었기 때문일까? 가지 위에서 가만히 주위를 응시하고 있다. 검은 날개와 꼬리 끝에 노란색이 선명한 이 작은 새는 생물보호종의 하
2018-07-21 04:00
[미술산책] 그가 오늘 살아 있다면
인생에서 가정(假定)은 소용없는 법이지만 화가 최욱경(1940∼1985)이 오늘 살아 있다면 한국 추상화단은 좀 더 풍성했을 듯싶다. 고요하고 차분한 ‘단색화’와는 또 다른, 강렬하고 자유로운 추상작업이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그러기
2018-07-14 04:03
[미술산책] 밥 딜런만큼만 그리라고 해!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1941∼)이 8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이번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음유시인’으로서 갖는 공연이다. 2016년 딜런이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노벨문학상 115년 역사상 가장 큰 이변’이라며 큰
2018-07-07 04:03
[미술산책] 추상으로 빚은 생명
동글동글 부드러운 듯한데 힘차다. 유연함과 강인함, 수축과 팽창이 교차하고 차분하지만 역동적인 움직임이 분출한다. 굵은 붓에 먹을 듬뿍 묻혀, 툭툭 점(點)을 찍으며 대나무를 그린 뒤 입체로 옮긴다면 이런 조각이 나올 것만 같다.
2018-06-30 04:00
[미술산책] 수묵을 닮은 사진
커다란 한지 위에 낡은 기물이 부유하듯 떠 있다. 옛 선비들의 단잠을 돕던 목침(木枕)처럼 보인다. 한데 블랙홀처럼 빨려드는 검은 면이 심상치 않다. 대체 무엇일까? 정답은 뚜껑이 달아난 금속상자다. 일상에서 늘 쓰던 물건을 카메
2018-06-23 04:02
[미술산책] 땅과 생명, 그리고 인간
초록빛 보리밭 너머로 반백의 농부가 서있다. 뙤약볕 아래 검게 그을린 농부의 얼굴과 잘 자란 보리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화면을 상하로 과감히 분할해 하단에는 보리를, 상단에는 농부를 배치한 구도가 절묘하다. 윗옷을 벗어젖힌
2018-06-16 04:04
[미술산책] 불의 벽화
붉은빛을 발하며 벽이 타오른다. 훨훨 타던 불이 사그라진 자리엔 검은 그을음이 남았다. 타오름과 소멸을 거듭한 끝에 촘촘한 추상 패턴이 만들어졌다. 비정형의 삼각기둥이 무수히 도열한 ‘불(火)의 벽화’다. 물감도, 붓도 없이 오
2018-06-09 05:00
[미술산책] 매혹의 근대 풍경화
누런 흙바닥이 훤히 드러난 언덕에 기이한 형태의 나무들이 들어서 있다. 가지가 축 처진 걸 보니 죽어가는 나무인 듯하다. 화면 뒤쪽으론 나지막한 잡목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았다. 분명 을씨년스러운 야산 풍경인데 녹색과 적색, 황토
2018-06-02 05:06
[미술산책] 아름다운 그림, 아름다운 공헌
사과, 복숭아를 그린 정물화는 폴 세잔(1839∼1906)이 가장 유명하다. 세잔은 ‘사과로 서양미술사를 제패했다’고 평가될 정도로 탁월한 정물화 연작을 선보였다. 대상의 본질을 끈질기게 파고들며 평범한 주제를 위대한 미술로 끌어올
2018-05-26 05:05
[미술산책] 시원한 소나기 같은 그림
화폭 가득 검은 새 한 마리가 그려졌다. 새의 머리는 사람이고, 양 날개엔 물고기가 얹혀져 있다. 무심한 듯한 표정의 ‘인간 새’는 우리를 지긋이 응시한다. 천연덕스러우면서 수수께끼 같은 그림을 그린 이는 노은님이다. 독일서 작
2018-05-19 05:02
[미술산책] 세라믹 풍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예쁜 풍선이다. 꽃송이 같은 둥근 점을 누르면 꽃향기가 퍼질 듯하다. 마음까지 가뿐해진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웬걸, 딱딱한 세라믹이다. 묵직하고 차갑다. ‘폭신한 풍선’이란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진
2018-05-12 05:00
[미술산책] 사랑스러운 딸 클라라
17세기 유럽을 풍미했던 바로크 미술의 대가 루벤스(1577∼1640)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예쁜 딸이었다. 루벤스는 딸이 다섯 살이었을 때 그 앙증맞은 모습을 그렸다. 거장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빼어
2018-05-05 05:02
[미술산책] 흰 소, 이 땅의 가족이야기
회색 빛 마당에 흰 소 두 마리가 조용히 앉아 있다. 커다란 눈망울로 화폭 밖을 응시하는 순한 소다. 소 주위에는 호랑이와 토끼, 별과 달이 자리를 잡았다. 살구나무는 탐스러운 분홍색 꽃을 활짝 피웠고 새는 힘차게 하늘을 난다. 작
2018-04-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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