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에 바람까지 선선하게 불어 산에 오르기 더없이 좋은 날씨를 보인 25일 오전, 일찍부터 북악산 팔각정 입구 근처에 모인 등산객들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입구 오른쪽으로 난 좁은 길을 쳐다보며 "이 길이 바로 청와대 습격에 사용됐던 길이다", "오랫동안 폐쇄됐었다는데…"라고 쉼 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며 등산길에 올랐다.

성북구청은 전날 41년간 출입이 금지됐던 `제2 북악스카이웨이 등산로'를 24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입구 근처의 성북천 발원지에서 북악산 정상인 하늘마루로 이어지는 1.9km의 좁은 산길이다.1968년 1월 김신조 등 북한 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할 때 이용한 뒤 폐쇄된 길로 일명 북악산 `김신조 루트'로 불리는 이 길은 40여년 간 사람들의 발길이 닫지 않아 생태적 가치가 높고 자연경관이 우수한 `서울 속의 비무장지대(DMZ)'로 알려졌다.

휴일을 맞아 관악산으로 가려다가 `김신조 루트'를 보러 왔다는 김태진(52)씨는 산을 오르기 전 "예전 청와대 습격 사건이 정말 대단했다.언론에서 이 길이 공개됐다는 얘기를 듣고 그 시절 기억이 나 북악산을 오르기로 했다"며 발길을 재촉했다.산세가 험하지는 않아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코스였지만, 감상에 젖은 등산객들은 중간에 멈춰 서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평소보다 등산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개방되지 않은 탓인지 길 주변으로 난 나무들이 가끔 등산객들의 눈앞을 가로막기도 하고, 땅에 박힌 돌들도 사람의 발길을 많이 타지 않아 아직 둥글어지지 않았지만 등산객들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아들과 함께 온 최모(42) 씨는 "단지 느낌뿐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오염이 덜 된 산을 오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중간 중간 있는 군용 시설물들도 이색적인 멋이 난다"고 말했다.

등산로 중간 지점에 있는 호경암에서는 기념촬영 행진이 이어졌다.

높이 3m가량의 이 바위는 청와대 습격사건 당시 총격전이 벌어진 곳으로 바위 곳곳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그날의 긴박한 상황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유난히 선명한 총알 자국 옆에 서서 사진을 찍은 이선호(38)씨는 "자연경관만 오염되지 않은 채 남은 것이 아니라 현대사의 생생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느낌"이라며 "앞으로 많은 사람이 이 길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등산객들은 구청 측에서 좀 더 사전 준비가 좀 더 충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늘마루 정상에서 만난 김모(53.여) 씨는 "어제도 이 길을 오르려고 했다가 어딘지 찾을 수가 없어 평소에 다니던 길로 등산했다"며 "오늘 와 보니 조그맣게 안내 표지가 있더라. 기왕이면 표지판도 크게 만들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야 했다"고 말했다.

최모(48.여)씨 역시 "등산 도중 길을 잃은 것 같아 겁이 나기도 했다"며 "모두 낯설어하는 길인만큼 안내 표지판 등을 중간에 더 많이 세워두는 것이 등산객들을 위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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