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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박근혜를 어찌할꼬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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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好事多魔)? 지지율이 오르고 오랜만에 잘 나가나 싶던 이명박 대통령이 엉뚱한 데서 복병을 만났다. 야당이나 진보·좌파 세력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가 그의 리더십에 제동을 건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주, 당면 최대 이슈인 세종시 원안 수정 논란과 관련하여 “원안에다 필요하면 플러스 알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는 수없이 약속한 사항” “정치는 신뢰”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는 등 격한 표현도 불사했다.

이에 따라 9부2처2청을 옮기는 내용의 세종시법을 개정하려던 여권의 구상은 벽에 부딪혔다. 야당들의 반대에 친박계 50여명의 의원들 중 상당수가 동참함으로써 법 개정에 필요한 의석 확보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 도전받는 대통령의 리더십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 기자는 얼마 전 이 난에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약속이라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게 옳다, 세종시 계획은 잘못된 것으로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보탤 말이 없다.

이번 일은 세종시 문제는 물론, 이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과도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시작돼 여당의 차기 대선 후보가 결정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줄다리기 중 하나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엔 차기 여당 후보의 다크호스로 거론되는 정운찬 총리가 총대를 멘 세종시 수정론이 타깃이 됐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대권 전략과 맞물려 묘한 느낌을 준다. 역시 대권의 꿈을 키우고 있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재·보선을 통해 당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올인하고 있는 시점에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제기됐다는 점도 그렇다.

이 대통령은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수정 불가론으로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물론 이 대통령은 아직까지 세종시 수정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바 없다. 그러나 정운찬 총리후보가 수정론을 제기했을 때 많은 이들은 대통령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했었다. 이 대통령이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엔 정권이 욕을 먹더라도 적당한 타협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을 때, 특히 세종시엔 부처 이전보다 포항이나 구미처럼 주민들이 먹고 살 산업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여권 인사가 전했을 때는 더욱 그랬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만일 세종시 원안을 추진한다면 그의 본뜻이 어디에 있었든지 마치 박 전 대표에게 끌려가는 모양이 되고 만다. 반대로 수정을 추진할 경우 앞에서 말했듯 의석 부족으로 이를 위한 법 개정이 용이치 않다.

대통령 위에 있는 결재권자?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에 이 대통령에게 먼저 전달할 순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엎질러진 물이고, 이 대통령으로선 이제 다시 세종시 원안 추진이냐, 수정이냐의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부담은 따르게 돼 있다. 전자를 선택할 경우 여론조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수정론을 특정인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되며, 그래서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처를 받게 된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 박 전 대표와의 정면충돌, 나아가서는 결별까지를 각오해야 하며 남은 임기 동안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로부터 결단을 요구받을 때마다 미봉책으로 이를 미뤄 왔다. 그러다 보니 중요 국정마다 박 전 대표의 결재를 받는 모양새가 됐다. 물론 야당들이 정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당 내 비주류의 역할은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국가 경영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으로서는 언제까지 그래야 될지, 또 중요 국정 대목마다 그래야만 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소속 의원 모두의 의견을 묻는 것도 판단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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