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궁 민] 가을, 편지를 띄우세요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는 지금 글쓰기 열풍에 휩싸여 있다.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업 작가처럼 업으로 글을 쓰지 않을 뿐이지 누구나 글쓰기에 매달리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일기를 쓴다. 중고생들은 대입 논술시험에 대비해 글쓰기를 공부한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재미있는 글로 블로그를 꾸민다. 댓글도 단다. 미니홈피를 방문해서는 방문록을 작성한다. 이메일은 적어도 하루에 1∼2통은 보낸다. 메신저에 글을 써 대화하고, 휴대전화로는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보낸다.

글쓰기는 이렇게 다양한 방식을 통해 간편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펜을 들어-요즘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글을 잘 쓰기는 녹록하지 않다. ‘태백산맥’ ‘아리랑’ 등 대하소설을 쓴 작가 조정래씨는 최근 지난 인생과 작가생활을 돌아본 자전 에세이 ‘황홀한 감옥’을 펴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 쓰는 것은 피를 말리는 것처럼 온 몸을 쥐어짜는 것과 같은 경험이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끝에 글을 쓴 성취감은 온 세상을 모두 가진 것 같은 충일한 만족감을 준다. 글쓰기가 감옥은 감옥이되 황홀한 만족감을 주는 감옥이다.” 올해로 등단 40년째를 맞는 대작가이지만 글쓰기의 과정은 고통의 과정이라고 토로한다. 200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터키의 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도 ‘글쓰기는 바늘로 우물파기’라고 말했다니 참으로 힘든 일이 글쓰기다.

하지만 글쓰기가 꼭 고통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는 자유를 준다. 작가(作家)의 한자적 의미처럼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그 속에 빠져들어 무한대의 공간에 집짓기를 맘껏 즐길 수 있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도 되고,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궁전을 짓는 것도 자유자재다. 맘에 안 들 땐 지우개로 쓱쓱 지우고 다시 짓기만 하면 된다.

글쓰기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숙명을 안고 태어난다. 일기조차도 자신이라는 독자가 있다. 그래서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궁금한 것이 생기면 참을 수 없고, 사실 관계가 맞는지 알기 위해 애를 쓴다. 읽는 이가 무슨 생각을 할지 알고 싶은 충동도 느낀다.

성취감도 빼놓을 수 없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소설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가 ‘하얀 밭에 검은 씨를 뿌리는 것’이 글쓰기라고 했듯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한 글자 한 글자를 정성스럽게 담으면 풍요로운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쓰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해 글을 완성했을 때 느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다.

또 자신을 돌아보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흔히 살아온 인생을 책으로 쓰면 10권은 족히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글쓰기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데 그만이다. 어제의 삶이 오늘의 삶을 말해주기에 성공으로 가는 길을 인도한다. 그래서 글을 쓰면 행복해진다.

이처럼 많은 즐거움을 주는 글쓰기 중에서 가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편지다. 고은 시인이 ‘가을편지’에서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라고 했듯 가을은 편지 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사색을 즐기고 감성이 풍부해진다. 낙엽이 쌓인 길을 걸으면 그립고 외롭다. 그래서 파란 하늘 아래 공원 벤치에 앉아 펜을 들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게다가 편지는 고통 받고 있는 이에게는 희망을 주기도 하고, 사랑을 얻는 행운도 가져다준다.

우정사업본부도 매년 10월이 되면 가을맞이 편지쓰기 대회를 연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초등·중고등·일반부로 나누어 글솜씨를 겨룬다. 편지지 3장 분량으로 소중하고 그리운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쓰면 된다. 펜을 들어 마음을 적어보자. 누구에게 보내도 좋다. 깊어가는 가을, 편지를 띄우자.

남궁 민 우정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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