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동 칼럼] 동남권신공항,또 다른 세종市 되나 기사의 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도 이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고 고백했듯이 2002 대선에서 결정타 한 방은 신행정수도, 즉 세종특별자치시 공약이었다. 그 해 대선의 한나라당 패배자는 훗날 다른 정당을 만들어 ‘충청도 핫바지’로 꽤 재미를 보더니 이제 ‘사즉생(死卽生)’을 부르짖으며 세종시 건설 투쟁에 앞장섰다.

노무현 정권은 타당성을 검증할 틈을 주지않고 천도(遷都) 삽질을 서둘러 해버렸다. 2003년 위헌 결정 후에는 한나라당도 선택의 여지 없이 세종시에 끌려들어갔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다시 디자인했지만 ‘정치사생아’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종시 논란 속에 시작된 여권의 분란 조짐도 여기에 기인한다.

2007년 부산 경남 대구 경북 울산은 인천공항을 보완할 동북아 제2허브공항을 국토의 동남권에 만드는 것이 요긴하다는 데 어렵잖게 합의했다. 당장은 김해공항의 포화상태에 기초한 것이다. 현재까지 압축된 신공항 후보지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신공항을 놓고 대구 경북 울산 경남이 의기투합해 부산을 상대로 벌이는 경쟁에서 어쩐지 또 하나의 세종시가 어렴풋이 보인다.

부산시는 공항 기능을 우선적으로 강조한다. 경남도는 공항을 유치해 개발 효과를 확보하는 것에, 대구·울산시와 경북도는 접근성 쪽에 각기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그 행간에서 치열하게 맞선 지역이기주의가 읽힌다. 지역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데는 이론이 없으나 제각기 이해득실에 따라 각축하고 있는 것이다.

"공항 입지 선정은 외국인 전문가 집단에 100% 일임하는 결단 있어야"

경험에 비춰 이런 일에는 으례 정치가 끼어든다. 큰 국책사업에 정치세력이 관심을 갖는 자체를 뭐랄 것은 아니다. 수백억에서 수천억, 수십조 원까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사(國事)가 특정 집단 또는 개인의 사사로운 이해에 휘감겨 심각하게 왜곡되는 것, 이것이 문제다.

그 비극적 결과는 몇몇 공항만 훑어봐도 금방 안다. 5공화국 때 그 지역 출신 권력실세의 입김 덕분에 건설됐다고 해서 ‘유학성 공항’으로 불렸던 예천공항은 수요가 없어 5년 전 폐쇄됐다. 김대중 정권 때 비슷한 연유로 착공해 2년 전 개항한 무안의 ‘한화갑 공항’은 이용률이 2.5% 정도다. 같은 시기에 계획이 확정된 울진 ‘김중권 공항’의 경우 1200억여원을 들여 공정률 85% 단계에서 2004년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해 순이익을 낸 국내 공항은 김해(약 664억원) 김포(529억원) 제주(277억원)뿐이다. 적자규모는 양양(약 101억원) 여수(79억원) 무안(71억원) 울산(61억원) 포항(56억원)청주(54억원) 사천(35억원) 순이었다. 좀 낫다는 광주공항 대구공항의 만성적자도 고만고만하다. 3500억원을 들여 2002년 완공한 양양공항은 누적적자가 600억원을 넘는다(한국공항공사 2009년 국정감사 자료). 적자 공항이라고 무조건 문닫아야 할 것은 아니지만 글쎄….

동북아신공항 건설에 드는 돈은 현재 기준으로 10.8조∼14.5조원이라고 한다. 허브공항에는 몇 가지 공통필수요건이 있다. 소음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등 환경피해로부터의 상대적 자유, 24시간 항공기 이·착륙 가능, 공사비와 추후 확장 및 그에 따를 비용의 비교우위, 항만 물류기지 등 배후 인프라의 효율적 연계가 그렇다. 동남권신공항 입지선정에서 특별한 고려 사항으로는 새로운 세계 추세와 인천공항 대체·연계 용이, 안개 운무 등 기후, 철도와 도로 교통망 확충 등이 지적될 수 있다.

국책사업 때마다 ‘투명성 확보’는 단골이었지만 결과는 늘 신통찮았다. 이번 일도 정치공학 내지 정치적 판단에 좌우될 공산이 농후하다. 그래서, 이번 일 만큼은 정치논리를 완전 배제하고 전문가 집단에 입지 선정을 100% 일임하도록 제안한다. 중앙정부는 심사원이 몇명이든 전원을 외국인 전문가로 위촉하고 지자체들은 심사팀에 원없이 의견만 제시토록 하는 방식을 채택하기 바란다. 정치와 정치인에 의한 국가 차원의 자해행위가 더는 없어야겠기에 하는 말이다.

한석동 편집인 jerome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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