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窓―김영중] 천연물신약 개발하려면 기사의 사진

회색 빛 도심 속에서도 샛노랗게 단장한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릴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은행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로 은행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수로서,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되어 있다. 은행잎에는 바이플라보노이드 계열의 성분과, 징콜라이드라는 약효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혈류개선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주목한 독일의 슈바베라는 제약회사는 은행잎 추출물을 이용하여 말초혈행개선제를 제품화하여 매년 2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원산지인 중국을 제치고, 독일의 한 제약회사에서 은행잎으로 신약을 개발하였으니, 중국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배 아파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제조업 등의 산업발전에 중점을 두던 중국이 유구한 전통의약의 역사를 바탕으로 국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천연물연구에 쏟아 부으며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천연물 연구를 수행하는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산업을 통해 세계 천연물신약 시장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TCM 산업은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다.

미국의 경우, 얼마 전까지도 천연물신약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안전성 규제가 까다로운 미국 식품의약품안정청(FDA) 규정상,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천연물을 약물로서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천연물신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추세를 거스를 수 없어, 신약개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미 의회는 1994년 식이보조제보건교육법을 통과시켰다. 이를 계기로 천연물을 식품보조제로 분류하고 안전성만 입증되면 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관련 분야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그 결과 2006년 녹차잎 추출물을 이용한 신약이 미국 FDA에서 승인받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천연물신약 성공사례로는 작년 한 해에만 747억원의 매출을 올린 쑥 추출물을 원료로 하는 위염치료제를 꼽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천연물신약 후보군이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어, 천연물신약의 리스트는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의 천연물신약 개발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분야의 총체적인 문제인 기초 학문에 대한 지원 부족, 우수한 연구인력의 해외유출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제약회사 수준에서는 힘겨워 보이는 엄청난 연구개발 비용 문제 등으로 신약개발의 길은 요원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 한해 매출액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제약회사보다 몇 십에서 몇 백배 많은 상황을 감안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의 경우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이 매출액 대비 5%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획기적인 신약의 개발은 힘든 상황이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미흡한 것 또한 사실이다. 보건복지부는 2001년에 ‘천연물신약개발촉진계획’을 제정하여, 관련 제약산업과 학계를 들뜨게 했었다. 하지만 2001년에서 2005년까지 시행된 1차 계획이 눈에 띄는 진척 없이 시간만 보냈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예정된 2차 계획도 흐지부지되었다. 신약개발은 개발단계부터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보통 1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의 성과를 중시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마련된 법규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 사실이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려면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톱니바퀴와 같은 다제간의 연구를 해야 하는 현실을 인식하여, 우물에서 숭늉 찾는 식의 근시안적인 접근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법규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영중(서울대 약대 교수·학술원 회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