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이근식] 자유와 평등 기사의 사진

자유와 평등은 갈등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다. 이는 평등을 본원적 평등, 사회적 평등 및 경제적 평등의 세 가지로 나누어 봄으로써 알 수 있다.

본원적 평등이란 모든 개인은 인격, 인권과 존엄성에서 완전히 동등함을 말한다. 모든 개인은 똑 같이 존중 받아야 하며, 아무도 다른 사람을 차별하거나 억압할 수 없다는 만인 평등의 사상이 이를 표현한 말이다. 프랑스 혁명의 인권선언, 미국 독립선언, 유엔 인권선언 등 근대의 역사적 선언들이 모두 이 본원적 평등을 첫머리에 명시하고 있다. 근대 자유주의의 첫 번째 핵심 사상이 이것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

자유주의가 보급되지 않았던 전근대 사회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인 평등의 생각은 일부 선각자의 머릿속에만 있었고 대부분 사람들은 신분, 인종, 성, 종교 등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을 당연시하였다. 만인 평등은 사회 정의와 관련하여 유일하게 자명한 명제일 것이다. 사회 정의에 관한 다른 모든 명제들은 그 자체로 자명하다고 보기 힘들며 그것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논증이 필요하며 논쟁의 여지가 있다. 반면에 이 만인 평등의 명제는 그 자체로 자명하여 이를 증명하기 위한 그 어떤 논증도 필요하지 않으며, 이것으로부터 사회 정의에 관한 다른 명제들이 도출되는 가장 근본적인 사회적 공리일 것이다. 본원적 평등은 ‘사회 정의에 관한 으뜸 공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평등은 본원적 평등이 사회적으로 실현된 것을 말한다. 만인이 법 앞에서 평등한 법적 평등, 모든 사람이 동등한 참정권을 갖는 정치적 평등, 그리고 신분 성 인종 교육수준 종교 재산 재능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 관행, 그리고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우리의 의식 속에 확고히 자리잡은 만인 평등의 의식이 이에 속한다. 사회의 진보는 이러한 사회적 평등의 확대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경제적 평등은 부와 소득의 평등한 분배를 의미한다. 여기엔 기회 균등과 결과로서의 분배 평등이 포함된다. 기회 균등이란 부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경제활동의 출발 선상에서의 평등을 의미하며, 결과로서의 분배 평등이란 경제활동의 결과로 얻어진 부와 소득의 평등 분배를 말한다.

이 세 가지 평등 중에서 경제적 평등만 자유와 갈등 관계에 있고, 나머지 두 가지 평등은 자유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다. 본원적 평등은 자유의 당위성이 도출되는 근거이다. 만인이 평등하므로 아무도 다른 사람을 억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평등은 사회적으로 실현된 평등이므로 현실에서 실현된 자유이다. 법적 평등은 개인의 자유를 법으로 보장하며, 정치적 평등은 모든 사람에게 정치적 자유를 제공한다.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사회적 관행이 정착하는 것과 비례하여 인종 신분 교육 성 재산 등의 이유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 받는 일이 줄어든다.

경제적 평등과 자유 함께 추구를

반면에 경제적 분배의 평등은 자유와 충돌한다. 특히 자본주의 경제에서 그러하다. 자본주의 경제에 존재하는 기회의 불평등과 결과로서의 분배 불평등을 시정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면 그만큼 개인의 경제활동과 재산권 처분의 자유가 침해 받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 간의 갈등은 바로 이러한 갈등, 즉 경제적 분배의 평등과 자유 간의 갈등을 가리킨다.

상호 갈등 관계에 있는 경제적 평등과 자유는 어느 하나만이 아니라 둘 모두를 함께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경제적 평등만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가난과 억압에 질식 당할 것이며, 자유만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경제적 동물로 추락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보람을 찾기 힘들 것이다. 이 둘을 어느 정도로, 어떻게 배합할 것이냐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되지만, 일반적으로 윤리 의식이 발전한 사회일수록 경제적 평등에 대한 고려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근식(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