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 걸리나?”

공부와 담쌓은 녀석이 엉뚱한 상상을 한다. 엄마가 즉시 쏘아붙인다.

“생각한다는 게 고작 그거니?”

녀석이 그래도 외친다.

“신종 플루야, 살짝 들어왔다가 얼른 나가 다오.”

이유는 한 가지, 선생님의 따뜻한 말씀 때문이다. “다 낫기 전까지 집에서 푹 쉬거라.”

교실 여기저기에 빈 자리가 있다.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에서 쉬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다. 해서 속없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하신 말씀, 즉 ‘다 낫기 전까지 쉬거라’는 괜찮은 표현일까. 일반적으로는 ‘다 나을 때까지 쉬거라’라고 한다. ‘나을 때까지’와 ‘낫기 전까지’는 어떻게 다를까.

‘3시까지 와라’와 ‘3시 전까지 와라’의 의미 차이를 보자. 전자는 3시에 와도 된다는 뜻이고, 후자는 3시에 오면 안 된다는 뜻이다. 즉 ‘까지’는 앞말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다른 표현을 보자. ‘죽을 때까지 사랑하자’와 ‘죽기 전까지 사랑하자’는 어떤 의미 차이를 보일까. 전자의 경우 ‘죽을 때’는 죽는 시점까지 사랑하자는 말이다. ‘죽은’ 시점은 포함되지 않으므로 ‘까지’가 들어가는 것은 타당하다. 후자 ‘죽기 전까지’는 어떨까. ‘죽기 전’이란 죽기 직전일 수도 있고, 죽기 10년 전일 수도 있다. 즉 ‘전’은 기간의 폭이 매우 크다. 그러므로 ‘전까지’라는 의미는 모호하다. 이럴 땐 ‘직전까지’라고 하는 게 좋다. 특정 시점을 적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의 ‘3시 전까지 와라’도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다. ‘3시에 오면 안 된다’는 뜻을 담겠다면 ‘늦어도 3시 이전엔 와라’로 하는 게 좋다.

‘낫기 전까지 쉬거라’도 마찬가지다. ‘나을 때까지 쉬거라’가 정확하다. ‘낫기 전’이라는 표현을 살리자면 ‘다 낫기 전에는 학교에 오지 말아라’로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전까지’를 무조건 ‘때까지’로 바꿀 수는 없다. ‘차가 출발할 때까지 와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이는 출발 개념까지 포함한다. 출발한 시점에 오면 안 되므로 ‘출발하기 전’을 써야 한다. 이 경우 흔히 ‘출발하기 전까지 와라’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출발하기 전에 와라’가 더 적절하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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