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삶의향기

[삶의 향기-김윤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삶의 향기-김윤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기사의 사진

신종 플루로 온 나라가 비상이다. 일종의 독감으로 그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오다니…. 유난히도 울적한 가을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과연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태초부터 있어 왔던 기초적 질문을 다시 던져 보게 된다. 각자 대답이 다를 것이다. 그 답을 알기 위해서는 역으로 ‘나의 삶에서 지금 없어진다면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되물어 볼 수 있다. 추측하건대 그 답이 아파트라든가, 돈이라든가, 골동품이나 보석 등 물질적인 것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라든가 직업 또는 하고 있는 일이라는 대답이 나올 가능성도 작을 것이다.

카네기 멜론대의 랜디 포시 교수는 췌장암 말기환자로 죽어가며 그의 마지막 수업에서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을 ‘가족’으로 결론내린다. 이것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본다면 사람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 즉 ‘인간관계’라 할 수 있다. 그 사람이 가족이든, 부모든, 애인이든, 자녀든, 친구든, 직장동료든, 상사든 대상은 다를 수 있으나 결국 인생의 마지막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은 인간관계를 되돌아보며 아쉬워하고 후회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사랑을 베풀지 못해 아쉽고, 관계가 소원해진 사람과는 그 관계를 다시 회복할 시간이 없어 안타깝고, 미워했던 사람에게는 용서할 수 없었던 자신의 못남이 마음 아프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쳤을 때는 용서를 빌 시간이 없어 후한이 남을 것이다.

그러기에 개리 스몰리는 저서 ‘관계 DNA’에서 ‘인생은 관계이고, 나머지 모든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고까지 정의했다. 작년에 작고한 박경리씨도 인간관계의 불가피성을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서 “생명들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라고 피력했다. 이렇듯 우리는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천국과 지옥을 맛보고 있다.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은 삶을 의미 있게 사는 시작이다. 요즈음엔 사람들이 만나 대화하기보다는 전자메일로 간단히 일 처리하기를 점점 원한다. 휴대전화에 대고 음성을 들으며 통화하기보다는 문자메시지를 선호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신종 플루까지 겹쳐 사람 모이는 곳을 꺼려하고 마스크를 쓴 채 대화하고 강의도 해야 할 판이다. 인간관계가 그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중요한 인간관계를 아름답고 올바르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선현들에게서 지혜를 얻어야 한다. 유대교 전승 해석의 일인자인 1세기 학자 힐렐은 ‘내가 싫어하는 일은 남에게도 행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얼마나 적절한가!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이나 듣고 싶지 않은 언어는 남에게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만 실천해도 세상은 훨씬 좋아질 것이다.

한편 예수님은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으나 완전히 180도 각도를 달리해서 말씀하셨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가르치셨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비하면 힐렐의 가르침은 소극적이며 창조적인 에너지가 부족하다. 반면 예수님의 가르침은 적극적이요, 생산적이요, 창조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내가 듣고 싶은 말대로, 내가 인정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고, 말해주고, 인정해주라는 말씀이다. 통쾌한 해답이다. 그러나 왜 이 말씀이 잘 실천되지 않는 것일까. 왜 실천하기에 서로 간에 인색한 것일까. 이 가을에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김윤희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대학교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