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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형오 국회의장] "정치적 사안 헌재 가는일 없어야"

[인터뷰-김형오 국회의장]

(대담=이강렬 국장기자)

헌법재판소가 야당의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판결을 내리던 지난달 29일 국회의장실에서 김형오 의장을 만났다. 그는 참았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감기 때문에 강원·충북 지역의 ‘희망탐방’까지 중지했던 김 의장은 “요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이 지쳐 보였다. 본격 인터뷰에 앞서 가벼운 화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지난 10월 6일부터 지난해에 이어 ‘우리 땅 희망탐방’을 했습니다. 어디가 가장 인상 깊으셨나요?

“송도는 상전벽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우리 민족의 저력을 엿본 천지개벽의 현장이었고, 쌍용차 공장은 노사의 생산 활동 회복 노력이 눈물겨웠습니다. 울산에 가서는 6000년 전 선사시대 암각화가 있는 반구대가 물에 잠긴 현장을 보았습니다만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암각화에 특이한 고래가 나옵니다. 아기를 업은 고래, 인간이 작살을 꽂는 장면 등. 수십 종의 고래와 사슴 멧돼지 고라니 등 판독이 안된 동물들도 많이 나옵니다. 인간이 수천 년 전에 기록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인데 이게 물속 1m 이하에 있어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물고문’을 받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세상에 이런 창피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헌재가 미디어법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있었지만 내용은 유효하다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국회가 정치적 사안을 갖고 헌재로 가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국회에서의 폭력도 사라져야 합니다. 지금 국회는 토론과 협상의 자리가 아니라 샅바싸움에 시간을 보내는 민속씨름 경기장처럼 됐어요. 왜 민속씨름이 관중에게 외면을 받는지 아세요? 선수들이 곧바로 경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지루한 샅바싸움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중(국민)들이 다 떠나버린 상황입니다. 국회는 힘으로 밀고 막는 곳이 아니라 대화하고 타협하는 곳입니다. 힘으로 하는 정치는 망합니다.”

-야당은 김 의장께서 직권상정을 가장 많이 한 국회의장이라고 비난하는데.

“직권상정에 대해 총결산을 해봅시다. 내가 세 번 직권상정을 했고 한 번 시도를 했어요. 내가 직권상정 카드를 꺼낸 것을 계기로 여야가 합의에 이르게 되거나, 여야 원내대표들이 당내 반발을 우려해 나한테 찾아와 먼저 직권상정을 요청한 경우도 있었어요. 특히 미디어법은 지난해 말부터 직권상정 요구가 있었지만 8개월 넘도록 내가 미루었습니다. 야당의 반발을 의식해 당초의 여당 안을 내가 나서서 얼마나 깎아냈는지 아세요? 그랬더니 보수 진영이 법을 누더기로 만들었다고 욕을 많이 했습니다.”

김 의장은 직권상정을 많이 한 의장이라는 말에 대해 대단히 못마땅해 했다. 저간의 사정이 있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횟수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의원직 사퇴서를 낸 야당 의원이 여럿 있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하실 것입니까?

“그분들의 사퇴서가 내게 오지 않았어요. 의원들이 사퇴서를 국회의장이나 동료 의원들에게 처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국회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에게 의사를 묻고 사퇴 문제를 결정해야지 지금처럼 국회의장이나 동료 의원들이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의원직 사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런 것을 막기 위해 사퇴서를 수리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분들 좀 뵙자고 불러도 안 옵니다.”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와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의원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다.

-세종시 문제가 뜨거운 현안입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김 의장은 이 대목에서 말을 아끼려고 했다. 그리고 “문제입니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할 말은 많은 데 무척 참는 모습이었다.

“참 어렵습니다. 어려운 문제예요. 요는 국회에서 진지하게 협의하고 논의를 해야 합니다. 여기에 당리당략을 배제해야 합니다.”

그는 조금 시간을 두고 다시 말을 이었다.

“내 나름의 의견이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첫 단춧구멍을 잘못 끼웠어요. 무려 5조원이 땅속에 이미 들어갔지 않습니까? 정말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원안 고수다, 수정이다 단순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는 끝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국회에서 충분히 협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국회 제도 개선으로 옮겨갔다. 김 의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대목이다.

-최근 국정감사가 끝났지요? 국감에 대해 부정적 혹은 긍정적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요?

“모든 상임위가 같은 시기에 국감을 하니까 언론은 이에 주목하지 않고 여야가 싸움하는 장면만 조명합니다. 나는 1년 내내 상임위별로 기간을 달리해 상시 국감을 벌여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국회를 봅시다. 임시국회를 30일 여는데, 많게는 25일을 여야가 의사일정을 조정하느라 허비하고 실제로 일하는 날은 5일이 채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국회가 의사일정을 지금처럼 여야 합의에 의해서 정하지 말고 아예 법에 날짜를 정해놓고 때가 되면 무조건 국회를 열게끔 해야 합니다. 1주에 어느 날은 어떤 위원회가 열리고 어떤 날은 장관이 와서 답변하고 하면 예측이 가능하잖아요.”

김 의장은 이런 내용의 국회 제도 개선 법안을 운영위원회에 넘겨놓은 상태로 “여야가 이 개선안만큼은 이번 정기국회 중에 꼭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정리=손병호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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