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현동] 지배구조와 기업가 정신 기사의 사진

오너 체제가 좋은가, 전문 경영인 체제가 좋은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오너 체제를 갖춘 많은 기업이 외환위기 당시 된서리를 맞았다. 반대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가진 상당수 기업들은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업 지배 구조는 경제 상황과 기업이 속한 나라의 정치·사회적 가치관 등에 따라 효율성이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우리 자본주의의 뿌리는 영국과 미국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은 영미식 지배 구조, 즉 전문 경영인 체제가 이상적 형태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경험하면서 이 같은 인식에 허점이 있음을 확인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영미식 지배 구조가 ‘절대선’은 아니라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문 경영인 체제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모든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온 글로벌 기업들이 파산 또는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제너럴모터스(GM)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이 대표적 케이스. 이들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킨 영미식 지배 구조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위기 앞에서 약했다. 왜 그런가? 최고경영자(CEO)가 머리는 좋았지만 적당히 타락했다. 일부 CEO는 망해가는 와중에도 전용 비행기를 타고 회의장에 나타났다. 거액의 스톡옵션도 챙겼다. 무책임의 극치다. 특히 영미식 지배 구조의 근간이었던 금융시장은 생각만큼 이성적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글로벌 금융 위기는 시장경제의 허점과 전문 경영인 체제의 한계를 노출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일본 도요타는 지난 6월 말 주주총회에서 와타나베 가츠아키 사장을 퇴진시키고 도요타 아키오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도요타 신임 사장이 누구인가? 도요타 쇼이치로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도요타 기이치로의 손자다. 14년 만에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부정적으로 말하면 ‘족벌경영체제’로 회귀다. 오너 체제로의 전환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도요타는 2008 회계연도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미국의 포드자동차. 미국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 자동차 메이커 중 유일한 오너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7일 자 신문에서 포드가 3분기 영업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GM과 크라이슬러는 아직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오너 체제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전후에 발생한 한보 진로 해태 등 수많은 기업의 몰락은 오너 체제의 폐해를 잘 말해 준다. 독단이 횡행했다. 심지어 대규모 투자결정을 역술가에게 물어봤을 정도로 비과학적인 기업도 있었다. 전문 경영인 체제나 오너 체제 모두 개인의 탐욕을 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오너 체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중요한 것은 어떤 지배 구조를 갖느냐보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느냐 여부다. 이는 경험이 말해 준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의 시작도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투자 부진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CEO는 위기 때 강해진다고 한다. 그런 기업가를 보고 싶다. 때마침 지금은 ‘기업가 정신 주간(10월 26일∼11월 8일)’이다. 한 가지 더. ‘전문 경영인은 선(善), 오너는 악(惡)’이라는 이분법도 털어버리자.

박현동 산업부장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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