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이 있는 풍경] 겸손이 무르익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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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새싹이 돋았다. 벼락과 천둥, 비바람이 온 숲을 할퀴는 밤이 오자 나무는 새싹에 등을 내줬다. 눈부신 아침 햇살과 이슬을 먹고 성큼성큼 자라더니 어느덧 나무의 목까지 차올랐다. 하늘을 찌를 듯 허리를 휘감고 올라갈 땐 한 마리의 비단뱀 같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새싹의 꿈은 하늘까지 닿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리석은 욕망이었다. 찬바람이 불자 담쟁이덩굴은 붉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용서를 빈다. 높은 곳뿐 아니라 낮은 곳도 바라보라는 자연의 가르침이다.

글=윤중식 기자, 사진=최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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