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길-김순정] 진정한 몸짱을 위하여 기사의 사진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저마다 다르지만, 걸음걸이가 바르면 자연히 자세도 바르게 되고 시선도 안정된다. 그런데도 그동안 바른 걸음걸이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모델의 걸음이 바른 게 아니다). 나이가 들면 다리 사이가 벌어져 O형 다리가 되거나, 갈지(之)자로 걷게 되거나, 심지어 키가 줄어드는 이유도 걸음걸이와 관련이 있다.

인간이 태어나 말을 배우는 과정은 주위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학습을 통해 바른 말 고운 말을 알고 따르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런 교육은 제대로 없었다. 바른 몸이란 연예인들의 깎아 만든 조각 같은 몸이 아니고, 피트니스센터에서 다진 우람하고 탄탄한 근육질 몸과도 다르다.

바른 몸을 만드는 법은 사실 아주 쉽고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마사지나 헬스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는 오해가 만연해 있다. 뼈가 틀어지고 근육이 굳기 이전부터 바른 몸에 대한 교육을 시키면 안 될까? 뼈가 제자리를 잡고 굳어 있는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지도자들의 몫이다.

얼마 전 흥미로운 두 가지 기사를 읽었다. 하나는 ‘공부 때문에 몸이 망가지는 청소년’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2000∼2008년 학생신체능력검사 결과가 공개되었는데, 신체활동 감소 등 복합적 원인으로 인한 체력저하 현상이 이전보다 현저히 늘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단순한 운동 감소 때문이 아니라, 바른 몸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체력의 기본은 바른 몸이고, 이는 곧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적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바른 몸을 가지지 못하면 체력이 저하되고, 장년과 노년기에 들어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건강과 행복을 누리면서 살려면 무엇보다 바른 몸을 만드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른 기사는 김연아 선수의 체력과 기술이 현저하게 좋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는 데, 앞의 기사와 비교할 때 우리의 불균형한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연아가 한국의 정규교육만을 받았다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까? 발레리나 강수진이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의 강수진이 될 수 있었을까? 한 사람의 몸은 그 사람이 살아 온 시간과 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다고 뛰어난 운동선수나 무용수가 바른 몸이지도 않다. 지나치게 혹사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노원구의 한 극장을 찾았다. 한산하던 극장 주변과는 달리 늦은 밤 어두운 대로변에는 청소년들이 인근 학원에서 수업을 끝내고 쏟아져 나왔다. 열시도 훌쩍 넘은 시각, 지친 학생들과 그들이 타고 갈 버스와 자가용들이 뒤엉킨 모습은 마치 영화 속 악몽 같았다.

어둠 속의 학생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없고, 등은 굽었으며, 어깨는 처져 있었다. 그런 자세야말로 바른 몸을 만드는 데 최악의 적이다. 바른 자세는 자아 존중감과 자신감을 갖게 하고 나아가 대인관계 개선에도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바른 몸을 갖기 위해 커리큘럼을 초·중·고의 체육 및 무용교육에 반영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기 몸의 균형과 안정성, 리듬감까지 터득하도록 공공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개인이 바른 몸을 갖고 건강해지는 것이 나라의 건강을 보장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김순정(성신여대 교수·스포츠레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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