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성기철] 대통령의 언론관을 알고 싶다 기사의 사진

대통령과 언론은 늘 긴장관계다. 백악관 취재의 산증인인 헬렌 토머스 기자는 미국 대통령들조차 백악관의 언론 개방을 꺼렸다고 증언했다.

“뉴스를 통제하는 현 시대에 있어서, 선거 유세에 나서는 대통령 후보자들이 ‘개방된 정부’를 약속하는 것을 들을 때면 항상 기뻤다. 그러나 그런 약속은 승리의 깃발과 함께, 취임식 파티의 장식물과 함께 내팽개쳐진다. 대통령이 일단 펜실베이니아 가(街) 1600번지 앞문의 열쇠를 갖게 되면 ‘개방된 정부’는 자물쇠로 잠겨져 버린다. 물론 대통령에 관련된 서류, 문서, 테이프, 기타 중요한 정보도 마찬가지다.”(헬렌 토머스의 ‘백악관의 맨 앞줄에서’)

청와대 춘추관은 언론 통제의 상징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꽃을 피우고 있는 미국이 이럴진대 한국에선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대부분의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언론 프렌들리를 표방하곤 했다. 하지만 대통령을 모시는 청와대 비서실은 정반대였다. 어떻게 하면 대통령에 대한 취재를 통제할 수 있을까 골몰해 왔다고 하겠다.

나는 청와대 춘추관을 언론 통제의 상징이라고 본다. 춘추관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90년 9월 청와대 동편 입구에 세워진 일종의 프레스센터(기자실)다. 초현대식 건물이어서 언뜻 보기엔 기자들에게 상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처럼 비치지만 본관, 관저, 비서동과 상당히 떨어져 있어 대통령과 비서관들을 취재하는 데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그 전엔 기자실이 비서동 안에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청와대 측은 춘추관 개관 이후 기자들의 비서동 방문 취재 봉쇄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수석비서관 등 당국자들의 공식 브리핑을 적극 주선하겠다는 미끼를 던지며 비서동 출입을 막으려 했다.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때는 출입기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예전처럼 출입이 자유롭게 허용됐다. 김대중 정부도 같은 시도를 했고, 논란 끝에 하루 두세 시간만 방문 취재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직후 이른바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했다. 국내외 모든 언론사에 춘추관을 개방하는 대신 기자들의 비서동 출입을 완전 봉쇄하고 말았다. 기존 출입기자들이 반발했으나 청와대 측은 막무가내였다. 이때부터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공식 브리핑이나 전화 취재에 의존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불문가지.

개방형 브리핑제는 청와대 측이 언론에 재갈을 물린 격이다. 기자들이 대통령의 비밀스러운 동정(動靜)을 살피거나 고급 정책 정보에 접근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사의 획일성을 초래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 노무현 정부의 언론 통제를 강력 비판했던 ‘이명박 사람들’도 새 정부 출범 후 개방형 브리핑제를 답습했다. 비서동은 여전히 기자 접근금지 구역이다. 비서동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기자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비서동 방문 취재를 금지시킨데 만족하지 못했음일까. 청와대가 공보담당관제란 걸 도입, 운영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국정 현안에 대해 책임감 있고 완결성 있게 취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비서관실 별로 33명의 공보담당관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기자들의 취재를 돕기 위한 제도라는 설명이다.

공보담당관제, 취재봉쇄 의도인듯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언론인은 거의 없다고 본다. 공보 창구 단일화를 통해 대통령과 청와대 관련 정보 유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선임 행정관 중심으로 구성될 공보담당관하고만 대화하고 그 상급자인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과는 접촉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은 출입기자의 전화 취재에조차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도 청와대에선 수시로 함구령이 내려지고, 비서관들은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언론 개방이 그렇게 두려운가. 대통령과 비서진이 언론을 멀리할 경우 당장은 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부정부패의 온상이 될 수도 있음을 왜 모르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론관은 ‘통제’보다 ‘자유’ 쪽에 더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청와대 주인이 되고 나서 언론관이 바뀐 것인가. 백악관이 어떤 길을 가든 청와대는 개방을 지향했으면 좋겠다.

성기철 편집부국장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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