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민태원] 연구원 이탈을 막으려면 기사의 사진

최근 과학 기술계의 오랜 숙원인 ‘65세 정년 환원’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8월 외국 국적으로 처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장에 오른 한홍택 원장이 ‘임기 중 연구원들의 정년 환원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나서부터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9월 여야 국회의원 19명의 서명을 받아 우수 과학 기술인의 65세 정년을 법률로 보장하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 설립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이 잇따라 지지 성명을 내놓으면서 법 개정에 탄력이 붙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학기술 분야 20개 정부 출연연에 근무하는 모든 연구자의 정년이 11년 전인 65세로 환원된다.

정부 출연연의 정년은 1998년까지 책임급 연구원 65세, 그 외 직급은 55∼60세로 보장됐으나 IMF 외환위기로 인한 경영혁신 조치에 따라 책임급은 61세, 그 외 직급은 58세로 단축됐다. 짧은 정년과 신분 불안은 출연연 연구자들의 사기 저하를 불렀고, 우수한 연구원들이 65세 정년이 확실히 보장되는 대학 교수직으로 대거 이직하는 결과를 낳았다. 벤처 창업을 하거나 해외 이민을 가는 경우도 상당수 됐다. 2003년 이후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연구원 중 500명 가까이가 떠났다. 여기에는 석사급 이상 연구원 60% 이상이 비정규직인 열악한 근무 여건도 작용했다.

우수한 연구원들의 이탈을 막으려면 신분 불안정과 처우 개선이 급선무인데, 이를 위해 과학 기술계는 우선적으로 출연연 연구원들의 정년을 비슷한 활동을 하는 대학 교수와 동일한 65세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회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선 대학졸업 후 석·박사와 포스닥(Post-Doc)을 거치는 등 최소 6∼9년의 교육과 연구 경력을 지낸 후 진입하는 연구직의 특성상, 타 분야와 합리적 차별이 인정돼야 한다는 게 과학 기술계의 입장이다.

외국의 경우 과학 기술자 정년은 대개 65세 이상이거나 더 연장하는 추세이며 아예 법적 정년이 없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관할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들의 정년 연장 요구를 들어줄 경우 교사 등 다른 분야로까지 ‘정년 연장 도미노’가 불지 않을까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참 더 일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연구원들이 대부분 60세 이전에 연구 현장을 떠나는 것은 국가적으로 손실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방치하다간 현재 심각한 수준인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연구직은 단순한 연공 서열로 연구 경험과 지식이 창출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지식 연구 활동에 의해 축적되는 지식 기반 직업이다. 그만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구 환경이 중요하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이 70, 80세가 넘도록 연구소에서 ‘한 우물’만 판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단 한 명도 내지 못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과학 기술계가 바라는 것처럼 모든 연구직을 65세 정년으로 하는 것은 자칫 ‘도덕적 해이’의 우려도 있는 만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신 엄격한 평가 시스템을 통해 성과를 내서 입증되는 연구자에게만 자격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서울대나 KAIST 등 일부 대학이 시행하는 테뉴어제(엄격한 심사를 통한 정년 보장제)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민태원 생활과학부 차장 hrefmailto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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