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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세종시는 정면 승부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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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에도 발전 단계가 있다. 처음엔 어떤 하나의 문제만 가지고 다툰다. 그러다가 상대를 한방에 제압하겠다는 의도로 저쪽의 옛날 약점을 들추는 것으로 한 단계 높아진다. 이어 남자는 처가의 흠을, 여자는 시집의 흠을 잡는 것으로 발전한다. 이쯤에서 당초 다툼의 원인이었던 문제는 자취를 감추고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온 집안이 남자 편 여자 편으로 갈라져 패싸움으로 비화한다.

패싸움이 된 세종시 논란

지금 세종시 논란이 그렇다. 처음 논란은 세종시의 원안 추진이냐, 수정이냐를 놓고 시작됐다. 그러다가 ‘원안파’와 ‘수정파’가 서로 “과거에 당신네가 어떻게 했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냐”며 상대를 몰아세운다. 급기야 ‘원안파’ 쪽에서 “세종시는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으로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고 듣기에 따라선 여차하면 몸담고 있는 당에 대해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한다. ‘수정파’ 쪽은 “당신네 아버지도 국민에게 한 약속을 수없이 어겼다”고 응수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시집과 친정의 흠을 들추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논란은 패싸움으로 커졌다. 원안이냐 수정이냐의 당초 다툼은 부수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야당들과 한나라당의 박근혜계가 ‘원안파’로 한편이 됐고, 한나라당의 이명박계가 ‘수정파’로 다른 한편이 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전에 세종시 문제에 나름의 소신을 개진하던 국회의원들이 패싸움으로 번지면서 대부분 벙어리가 돼버렸다. 야당과 박근혜계 의원들 중에서도 세종시 계획은 수정돼야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이명박계 의원들 중에서도 원안대로 추진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지금은 각 정파 내의 다른 목소리들이 사라졌다. 명색이 각자 헌법기관이고, 국가백년대계를 외치는 이들이 이렇게 비겁해진 것이다.

지금의 다툼은 앞으로 3년도 더 넘게 남은 차기 대선을 겨냥한 전초전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는 정운찬 총리를 앞세운 이명박계와 본인이 직접 선봉에 선 박근혜계가 승부수를 띄운 모양새다.

이건 아니다. 야당이야 그렇다 쳐도 여당마저 차기 대권을 의식해서 주류와 비주류가 승부수를 띄우기엔 때가 너무 이르다. 물론 이명박계의 주류로서야 언제까지 박근혜의 결재를 받아가며 국정을 운영해야하는지 회의가 생길 것이고 차제에 그 굴레를 벗고 싶을 것이다. 또 박근혜계로서는 한번 뽑은 칼인데 물러설 경우 어디까지 밀릴지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다시 대화해야

그러나 여당 내 양대 계파가 정면충돌해서 국정에 좋을 게 없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대통령의 국가경영이 사사건건 야당과 여당 내 비주류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닐 터이다. 또 박근혜의 집권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여당이 분열되는 것이 그에게 유리한 점보다는 불리한 점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보다도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보고 그것이 불가능할 때 승부수를 띄워도 늦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정파 간 이견이 국론 분열 상태로 빠지기 전에 정부와 여야 그리고 충청도민 등 모두가 솔로몬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 이미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부도 충청도민들이 만족할 만한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겠다니 일단 기대를 갖고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각 정파의 지도급 인사들은 허심탄회한 대화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해야하고, 이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정운찬 총리와 박 의원의 대화도 기피해선 안 된다. 지도급 인사들은 또 추종자들에게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윽박지르지 말고 각자의 소신을 펴도록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리하여 다수의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좇으면 된다. 그것이 민주적 지도자의 모습이다. 또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 큰 상처입지 않고 물러설 수 있는 퇴로가 된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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