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이강렬] 국회 폭력은 선거로 심판해야 한다 기사의 사진

최근 검찰과 법원은 지난해 말 한·미 FTA 비준안과 연초 미디어법안 상정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빚어졌던 폭력사태 관련자들에 대해 전혀 뜻밖의 구형과 선고를 했다. 검찰은 해머를 들고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 문을 부순 민주당 문학진 의원에 대해 벌금 300만원, 위원회 회의장에 들어가 다른 의원들의 명패를 던져 부순 민노당 이정희 의원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올해 3월 국회 로텐더 홀에서 민주당 서갑원 의원을 밀쳐 부상을 입힌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에게는 벌금 70만원을 구형했다. 그리고 법원은 올해 1월 국회 로텐더 홀 점거 농성을 한 혐의로 기소된 민노당 보좌관과 비서관 12명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법치주의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국민 여망을 외면한 ‘멋대로’ 판결과 구형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인정한 법원

시사주간지 타임 등 세계 언론에 가십거리로 등장하면서 대한민국과 국민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폭력 의원들과 보좌진들에 대해 법원과 검찰이 시혜적으로 준 어이없는 관용을 보며 국회와 더불어 법의 수호기관인 두 기관도 국민을 우롱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검찰, 이념적 판사들이 활보하는 법원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진정한 법치국가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치주의 최후 보루인 이들 두 기관이 권력과 이념에 휘둘리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하다. 법을 제정하고 법을 수호하는 기관에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니 역시 대한민국은 ‘힘 센 자가 지배하고 힘 센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누굴 믿어야 하나?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날지 모르나 국회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법 제정 노력을 하는 정치권의 자정노력에 속는 셈 치고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국회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의사당내 폭력 근절법을 제정하면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자조의 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중심으로, 또한 국회 운영제도 개선특위를 통해 국회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나오고 있으니 한번 믿어보고 싶다. 지난 3월 국회윤리위가 징계 자격 심사소위를 열어 문학진 의원에게 본회의장 30일 출석정지 결정을 내렸지만 이를 최종 결정할 특위 전체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하다.

한나라당은 국회폭력으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의원직을 박탈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하는 안을 검토 중이며, 자유선진당은 국회폭력으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역시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운영제도개선위원회도 폭력방지를 위해 9명의 외부인사로 구성된 윤리위 조사위를 설치하도록 했으나 민주당은 국회폭력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노력에 대해 무대응이다. 폭력보다는 이를 유발한 한나라당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한나라, 자유선진당이 추진하는 정도의 안이라면 괜찮다.

그러나 민주당이 문제다. 의사당내 폭력사태는 다수의 ‘도둑질’을 막기 위한 소수자의 불가피하고 불가항력적인 항거였다는 논리로 의사당 폭력방지법에 소극적이다. 정세균 대표가 추구하는 것처럼 민주당이 ‘뉴 민주당’으로 그 모습이 바뀌려면 국회운영과 제도 개선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민주당의 바람대로라면 다음 19대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테니까 말이다. 소수세력임을 빙자한 국회에서의 고함과 야유, 힘의 행사에 어느 국민도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폭력 근절 위한 자정노력 기대한다

국민주권의 힘은 선거를 통해 나온다. 역대 총선에서 표출되었던 국민의 선택은 늘 현명했다. 검찰과 법원이 자신들의 임무를 방기하고, 국회가 자정능력을 상실한다면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반민주적 사고와 행태를 보이는 의원들을 솎아내야 한다. 단언컨대 유권자들은 18대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의원들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또다시 찍어줄 만큼 어리석지 않다. 정치는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하나 그 말은 옛이야기다. 정치와 정치인이 국민의 의식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면 선거를 통해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정치권의 맹성을 촉구한다.

이강렬 국장 기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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