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김명자] 국민이 에너지 기술자다 기사의 사진

12월 코펜하겐 회의에서 포스트-2012 기후체제가 어떤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온실가스 중기(2020년) 감축안의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한다. 1안은 2005년 배출 대비 8% 증가, 2안은 동결, 3안은 4% 감축이다. 정부의 여론수렴에서 산업계는 1안에 기울었다고 한다. 당연하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부담과 감축기술 비용 등 산업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후체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언제까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필자는 10년 전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4년간 국가대표로 참석하면서 OECD 가입국으로서 의무감축 부담을 지지 않았던 외톨이의 느낌을 지금도 기억한다. 내년 G20 개최 국가, 스마트 그리드의 공동 선도국가이자 녹색성장 이니셔티브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국가로서 이 도도한 물결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브라질도 우리의 3안보다 높은 감축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경제-사회-환경 함께 고려해야

최근 글로벌 차원의 보고서 내용 가운데는 에너지 효율, 재생에너지, 삼림, 지속가능 토지이용만으로 전 지구 온실가스 감축분의 75%를 달성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고, 부문별 접근(sectoral approach)에 의해 전력, 삼림, 산업, 건물, 교통, 농업·폐기물 순으로 감축효과가 크다는 예측도 있다. 우리도 좀 더 치밀한 작업을 해야 한다. 현재 감축 시나리오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삼림부문에 대해서도 진일보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문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산업별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는 전략적 접근을 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감축 방안도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장 큰 잠재적 변수는 기술혁신이다. 그런데 기술혁신은 기술의 융복합 등으로 미래예측 수준보다 훨씬 앞질러 돌파구를 찾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그저 되는 건 아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예산·규제 등의 지원 대책이 확고해서 시장에 정확한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 정부의 감축목표 설정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외 상황을 살피면, 녹색성장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의 창이다. 그러나 그 결단은 기존의 경제성장 위주 회색 체제의 사고방식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경제성장이 우선이고 그 바탕 위에 사회적 환경적 복지를 고려한다는 이분법적인 논의구조에서 벗어나 경제-사회-환경을 동시에 통합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아우를 때 내릴 수 있는 결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정 운영에서는 때로는 이렇게 통 큰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기회를 잃는다.

녹색 성장의 주체는 국민

녹색성장으로의 전환에는 강력한 리더십과 국가혁신체제의 효율적 작동이 관건이다. 또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는 범부처적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모니터링과 수정보완 피드백을 제대로 하고, 민간부문 활성화를 위해 규제 합리화를 해야 한다. 둘째, 국민운동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에서 산업계의 생산활동보다 소비생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에너지 효율, 건물, 교통 부문은 매우 효과적인 감축 영역이고, 자원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에서 국민이 핵심적 기술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의 목표 달성은 사회적 합의와 동참을 전제로 한다. 국민이 동참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녹색성장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근원적 처방이고 녹색복지의 수혜자가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가 행복지수 조사에서 내리 최고 행복국가인 덴마크는 에너지 효율에서 세계 최고이고, 환경적 지속가능성에서 최고 국가군에 속한다.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국민적 역량에 자부심을 갖고 매진한다면 그린코리아의 기적은 실현가능한 꿈이다. 이제 그 실천이 남아 있다.

김명자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 KAIST 초빙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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