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지긋하신 것 같은데 홀몸이시네요.” “네, 돌싱입니다.”

요즘 ‘돌아온 싱글’의 줄임말로 ‘돌싱’이 유행한다. ‘이혼남, 이혼녀’를 대신하는 은어인데, 뉘앙스는 좀 다르다. 여성이 ‘나 돌싱이야’라고 말했다면 ‘결혼, 즉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의 뜻을 읽을 수 있다.

반면 ‘이혼녀’에는 그런 뜻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 일반적으로 ‘나 이혼했어’라고는 하지만 ‘나 이혼녀야’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이혼녀’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 의미를 ‘돌싱’이 다소나마 해소시켜 주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 상대방에게 ‘돌싱’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자칫하면 ‘가볍게 처신할 여지가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신문에서는 ‘미망인’이란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흔히 미망인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여성을 높일 때 쓰는 말로 인식된다. 그러나 사전에서는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이 담겨 있다고 풀이한다. 즉 이 말 속에는 가부장 사회의 여성 차별적 요소가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미망인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신문에서는 주로 ‘미망인 아무개씨’ 대신 ‘부인 아무개씨’라고 한다. 이처럼 이중적 의미를 지닌 말은 역지사지 차원에서 조심해 가며 사용해야겠다.

국적법을 개정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중국적자가 국내에서 병역을 마치면 그 이중국적을 계속 허용한다는 취지이다. 한데 이 새 법안은 이중국적이란 명칭을 복수국적으로 바꾸었다. 이중국적이란 표현에 부정적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이중생활, 이중인격, 이중장부 등의 단어를 보더라도 이중이란 말에 은근히 그런 뜻이 엿보인다. 이중국적자가 국내에서 이중적인 생활을 한다는 인식이 세간에 퍼져 있기도 하다. 해서 이중국적 대신 객관화된 용어인 복수국적을 사용한 것이다. 해당자들도 복수국적자란 호칭을 통해 다소 떳떳해졌다면 양다리 걸치기 식 이중생활에서 벗어나야겠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