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의구] 수능 휴대전화 비극 기사의 사진

올해도 45명이 나왔다. 휴대전화 등을 갖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다 퇴실당한 수험생들이다. 그들이 작성한 시험지는 모두 무효 처리됐다. 꼼짝없이 한 해 더 고3 생활을 해야 한다. 이들 수험생은 분명히 잘못했다. 학교와 감독관으로부터 사전에 수차례 엄중한 주의를 받았지만 무시하거나 최소한 소홀했다. 이들이 흩트려 놓은 것은 국가시험 질서다. 불이익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단지 첨단제품으로 부정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에 시험에서 배제된 것이다. 시험 치르는 자리에서 제법 떨어진 가방 안에 전자제품을 넣어두었다가 적발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로 인한 ‘수능 비극’은 2005년부터 계속돼 왔다. 한 해 전 수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악용한 조직적인 커닝 사건이 원인이었다. 300여명의 수험생이 연루된 이 사건 이후 교육당국은 휴대전화 시험장 반입에 엄격히 대응하기 시작했다. 분노에 찬 여론을 좇아 2005년 11월 고등교육법 34조를 개정해 의심스런 물품을 소지한 수험생에 대해 2년간 응시자격을 박탈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듬해 7월에는 명백한 부정행위가 아닌 사안에 대해서는 한 해만 응시를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처벌이 지나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 2005년 33명, 2006년 45명, 2007년 48명, 지난해 57명이 시험자격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이 중 2년간 수능시험을 박탈당한 경우는 1건도 없었다. 모두 우려 물품 단순 소지자였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은 휴대전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애꿎은 아이들만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교육당국은 수능시험이 대체로 마무리되면 부정행위심의위원회를 열어 올해 적발된 수험생들에 대한 처분을 결정한다. 하지만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며 시험자격 박탈을 1년으로 할지 2년으로 할지를 정한다. 이들이 치른 시험은 이미 무효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수험생 퇴실 조치는 6·25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도입했다가 1년 만에 철회한 군의 즉결처분을 연상시킨다. 진격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전장을 이탈한 병사들을 지휘관이 군기와 군령 질서 확립을 위해 현장에서 즉각 처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다는 점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휘관의 판단과 재량을 인정하는 즉결처분과 달리 퇴실 조치에는 인정사정이 없다. 수험생의 사정이나 의도가 무엇이었든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경우 예외 없이 처단된다.

교육당국도 이런저런 문제들을 알고 있지만 당분간 제도를 완화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외를 두거나 융통성을 허용할 경우 이 틈을 노린 부정행위가 다시 고개를 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자기기를 사전 색출하는 첨단기기 도입이나 감독관의 수험생 일대일 검색 등의 대안은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당국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년이 채 못됐거나 갓 넘긴 젊은이들에게 이런 고초를 기어코 줘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사라지지 않는다. 부주의나 치기 때문에 젊은 날 한때를 고통 속에 보내고 있을 이들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교육 수요초과 현상이 고질화된 우리 사회가 이들을 희생양으로 몰고 있는 듯하다는 자책 때문이다. 대입 경쟁질서에 조금의 흠집이라도 나면 국기문란 행위인 양 받아들이는 사회가 이들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김의구 사회2부장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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