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갈대와 억새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갈대와 억새 기사의 사진

급강하한 날씨로 도심 가로수가 낙엽을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하다. 노랗게 물든 도심의 가을 풍광이 은행나무 낙엽 따라 지워질 기세다.

도심을 벗어나면 은행나무 단풍만큼 가을의 깊이를 알알이 느끼게 하는 식물이 갈대와 억새다. 갈대와 억새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나 가을 햇살을 머금고 반짝이는 꽃의 분위기가 비슷해서 헷갈리기 쉽다. 그러나 약간의 정보를 바탕으로 꼼꼼히 관찰하면 두 식물을 구별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갈대와 억새 사이에는 몇 가지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두 식물의 자생지가 다르다. 갈대는 습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늪이나 호수와 같은 습지라든가 강변에 자연스레 형성되는 모래 땅이 갈대가 군락을 이뤄 자생하는 곳이다. 물 속에 반쯤 잠긴 채 자라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물과 그리 친하지 않은 억새는 대부분 산과 들에서 자란다.

둘 다 가을 초입부터 꽃이 피어나지만 색깔과 모양에 차이가 있다. 갈대는 보랏빛을 띤 갈색 꽃을 피우지만 억새는 흰색 꽃을 피운다. 또 갈대는 풍성한 꽃 이삭이 서로 엉겨서 피어나지만 억새꽃의 이삭은 가지런히 뻗어나서 단정해 보인다.

줄기도 다르다. 갈대의 줄기는 억새에 비해 굵고 키도 커서 전체적으로 강인한 느낌을 주지만 억새의 줄기는 비교적 가냘프다. 갈대는 대부분 2m를 훨씬 넘어서 3m까지 자란다. 어른 키를 훌쩍 넘게 자란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억새는 갈대보다 작아서 잘 자라봐야 1m20㎝ 정도에 이를 뿐이다.

비슷한 식물의 미묘한 차이를 하나 둘 찾아내는 건 적잖이 흥미로운 일이고 자연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일이다. 돌아보면 갈대와 억새뿐이 아니다. 우리 산하에는 갈대와 억새처럼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를 가진 식물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그렇고 소나무와 잣나무, 산수유나무와 생강나무가 또한 그러하다.

얼핏 보아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고 그 작은 차이에 따른 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식물이나 자연을 더 사랑하는 첫걸음이다.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게 사람살이의 평화를 지켜가는 첫걸음인 것과 꼭 같은 이치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