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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학년도 대입 수능 출제단, 32일간의 합숙 기록… 수능 D-6 수리·언어팀이 신나게 한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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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영역팀, 수리영역팀, 외국어영역팀, 직업탐구팀….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엿새 앞둔 지난 6일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서 수능 출제단의 체육대회가 시작됐다. 시험 영역별로 팀이 구성됐다. 종목은 족구 배드민턴 훌라후프 다트 그리고 ‘셔틀콕 족구’. 공 대신 셔틀콕을 발로 차 넘기는 셔틀콕 족구는 협소한 공간에 맞게 출제위원들이 개발한 경기다. 종합우승은 수리영역팀이 차지했다. 지난해 우승팀은 ‘선수층’이 두터운 언어영역이었다.

수능 당일인 지난 12일 오후 5시30분. 수능 마지막 교시 제2외국어 문제지가 배포된 지 5분 만에 한화콘도 별관 진입로를 가로막은 육중한 철문이 빠끔 열렸다. 큼직한 가방을 끌고 나와 기다리던 남편 품에 안긴 여성은 직업탐구영역 검토위원. ‘1호 퇴소자’였다. “여보, 보고 싶어서 빨리 나왔어.” 아내를 맞으려 경북에서 5시간을 달려온 남편은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한 달간의 감금 생활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설악산의 ‘섬’ 한화콘도 별관

건물 9개에 객실 900개. 한화콘도 별관은 지난달 12일부터 설악산의 ‘외딴 섬’이었다. 폭 20m 진입로는 아파트 공사장에서나 봄직한 철제 펜스로 완전히 차단됐다. 별관을 빙 두른 담장 위에는 날카로운 철조망이 촘촘히 박혔다. 최근 몇 년간 이곳에 차려진 수능 출제위원 합숙소는 콘도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내년부터 다른 장소로 옮긴다.

출제위원 300명, 1차 검토위원 100명, 2차 검토위원 82명의 출제단과 이들을 지원하는 관리팀 181명은 32일간 외부와 단절된 채 68만 수험생의 당락이 걸린 1118문항을 만들어냈다. ‘문제의 질’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하는 663명의 32일 합숙기는 토론과 고뇌의 연속이었다.

“선생님 문제는 몇 개나 죽었어요?”

지난달 12일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버스 24대가 한화콘도에 도착했다. 90%가 대학교수인 출제위원 300명이 타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생 80여명은 이틀 전 입소해 교육을 마친 상태. 이들은 출제위원이 요구하는 참고서적을 5000권 규모의 서가에서 신속하게 찾아다주는 일을 했다.

출제위원들은 1인 1실로 배정된 객실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곧바로 출제에 나섰다. 주어진 시간은 6일. 과목당 출제위원은 10∼15명. 각자 예비 문제를 만들고 한데 모아 ‘타당성 검토’를 했다. 복수정답 가능성이 있거나 논리적으로 불명확한 문제부터 배제한다. 이렇게 탈락하면 출제위원들은 “문제가 죽었다”고 한다. 휴식시간이면 서로 “선생님 문제는 몇 개나 죽었어요?”라고 묻는 식이다. 출제단 관계자는 “자기 문제가 죽으면 자신감을 잃어 합숙이 끝날 때까지 다시 문제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난이도를 잡아라… 감정싸움도

최대 고민은 난이도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난이도 조정 난상토론에서 지적과 반박이 오가면 감정이 상해 서로 외면하는 위원들도 있다”고 했다. 이럴 때면 영역별 팀장인 기획위원들이 중재에 나선다.

지난달 18일 1차 검토위원 100명이 입소했다. 대부분 현직 고교 교사다. 이들에게는 나흘이 주어졌다. 첫 임무는 출제위원들이 만든 문제로 실제 시험을 쳐보는 것이었다. 너무 좋은 점수를 받으면 난도를 높이고, 너무 많이 틀리면 좀 쉽게 바꾼다. 같은 달 22일 합류한 2차 검토위원 82명도 조정된 문제로 시험부터 치른 뒤 6일간 난이도와 씨름했다. 시중 참고서와 문제집을 모두 가져다 똑같은 문제를 찾아내는 전수검사도 이 기간에 이뤄졌다. 여기까지 합숙기간의 딱 절반인 16일이 소요됐다. 68만명 시험지 인쇄에 2주가량 걸린다. 고르고 고른 문제 1118개는 지난달 28일 인쇄소로 향했다.

이후 9일간 오류 점검에 매달렸다. 문제지에 실린 도표 그래프 지도 등을 보고 또 본다. 몇 해 전엔 인쇄 막바지에 답안지 오류가 드러나 전부 다시 찍기도 했다. 나머지 7일간은 휴식. 해마다 이때 체육대회가 열린다.

합숙소 음식 쓰레기, 경찰이 뒤진다

한화콘도 별관 9개 동 가운데 5∼8동은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이, 9동은 관리팀이 썼다. 1∼4동은 합숙기간 완전히 폐쇄됐다. 사용하지 않는 객실과 사무실은 모든 문을 테이프로 두르고 관리본부 도장으로 봉인했다. 유선전화, 휴대전화, 인터넷 사용은 모두 불가(不可). 1∼4동 앞 지상주차장에 족구장 등 체육시설이 설치됐지만 식사 전후 2시간 외에는 이용이 금지됐다.

식사는 오전 7시30분, 낮 12시30분, 오후 6시30분부터 1시간씩 정확히 진행됐다. 단 한 끼도 같은 메뉴가 나오지 않았다. 합숙기간 중 100여 가지 음식이 만들어지며 사흘에 한 번씩 뷔페 만찬이 펼쳐졌다. 하루 1차례 제공되는 간식은 강냉이가 제일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자연산 회는 매주 한 차례 공수됐다. 인원이 워낙 많아 속초 횟집 4∼5곳과 계약해 받았다. 술은 휴식기간인 마지막 1주일에만 맥주 소주 와인이 제공됐다.

합숙소에는 전경 1개 소대가 상주했다. 매일 건물 곳곳을 순찰하고, 위원들이 먹다 남긴 음식 쓰레기까지 장갑을 끼고 모조리 뒤졌다. 혹시 쪽지 같은 게 반출될 수 있어서다. 별관 CCTV 20여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보안실에선 경찰관, 평가원 관계자, 보안요원이 함께 근무했다. 망원렌즈로 촬영될 수 있어 객실 벽에 출제 자료를 붙이는 것도 금지사항이다. 객실 청소와 빨래는 위원들이 직접 했다.

비상!! 신종 플루

수능을 2주가량 남긴 지난달 25일쯤 검토위원 2명이 신종 플루에 감염됐다. 입소 후 며칠 만에 발병해 보균상태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됐다. 보안요원 인솔 아래 한화콘도 합숙소를 벗어나 인근 보건소에서 타미플루를 받아왔다. 다른 위원들과 격리된 객실에서 수능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못했다. ‘이중 감금’ 상태였다.

지난달 27일엔 한 출제위원이 부친상을 당했다. 보안요원 2명과 함께 장례를 치르러 부산에 갔다. 보안을 위해 열차 대신 승용차를 타고. 정오에 출발해 합숙소로 돌아온 것은 다음날 새벽 2시, 빈소엔 고작 3시간 머물렀다.

수능 출제 ‘상비군’도 있다

해마다 6월과 9월에 치러지는 수능 모의고사 때도 실제 수능과 비슷한 규모의 출제단이 한 달간 합숙한다. 하지만 본 수능 출제위원은 거의 참여시키지 않는다. 모의고사 출제위원의 30%는 언제나 수능 출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경험자들로부터 출제 기법을 전수받는 일종의 ‘상비군 캠프’다.

모의고사 출제위원 중 능력을 인정받으면 본 수능 출제위원에 발탁된다. 지난해 수능 출제위원이던 서울대 최모 교수는 “수능 출제 방식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체계적 시스템”이라며 “특히 난이도 조절과 오답 예방 노하우는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속초=강준구 김원철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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