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곳을 ‘화장실’이라 부르기 시작했는지…. 뒷간이면 뒷간이지 왜 ‘화장실’이라 했으며, 화장실의 뜻이 어째서 향기롭지 못한 환경을 가리키게 되는 것인지? 화장실을 보면 그 집의 문화 수준을 알고 국가사회의 개명(開明) 여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진리라면, 우리나라는 현대의 야만 국가가 아니면 미개한 현대국가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1961년 경향신문)

50년 전 우리의 화장실 문화를 엿보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지금의 공중 화장실은 시설도 좋고 쾌적하다. 대부분 실내에 위치하니 뒷간이란 명칭을 화장실로 바꾼 것은 미래를 내다본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쾌적함 이면에는 화장실을 청소해 주는 분들의 수고로움이 있다.

한때 이분들을 청소부 또는 청소원이라고 했지만 요즈음에는 환경미화원으로 부른다. 직업의 명칭을 바꾸는 것은 그 직업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아직도 신문이나 인터넷의 구인구직 난에는 청소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선 환경미화원이 굳어졌다.

최근 서울시와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특색 있는 행사를 벌였다. 공중 화장실을 청소하는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 자리에 유명한 연예인이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한국의 화장실 문화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관리인이 깨끗하게 청소해주지 않으면 편하게 쓸 수 없습니다.”

여기서 관심 가는 표현이 있다. 환경미화원 대신 ‘관리인’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올해로 10회째인 이 행사의 명칭도 ‘전국 우수 화장실 관리인 시상식’이다.

사회적 약자를 지칭하는 말은 대개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좀 더 품격 있는 용어로 바뀌었다가, 그것이 다시 차별적 언어로 인식될 즈음에는 또 다른 용어로 바뀐다.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때문이다.

세종시가 백결시(百結市)로 변해 간다. 그 기능상 명칭도 행복도시에서 기업도시로, 다시 경제도시로 바꾸잔다. 이 용어는 누구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저리도 급히 바뀔까.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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