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정진영] 안원구 국장 사건을 읽는 법 기사의 사진

국세청 안원구 국장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 고위직 세무공무원이 저지른 일반적인 범죄인가,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은 국세청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는 사건일까. 정답은 후자다.

겉으로 보면 이 사건은 안 국장이 직위를 이용, 세무조사 대상 기업에 부인이 관장인 미술관에서 미술품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게 한 평범한 형사 사건이다. 그러나 사건의 바탕에는 국세청의 고질적인 인사 비리가 있고, 이면에는 이를 둘러싼 알력과 갈등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숨어 있다.

고질적 인사비리, 숨은 알력과 갈등

국세청 직원들은 어느 부처 공무원들보다 ‘인사’에 예민하다. 승진 여부, 어떤 보직을 받느냐에 따라 자신의 권한이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는 현직은 물론 퇴직 이후의 몸값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인사 때만 되면 온갖 연줄이 동원되고 돈이 오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 인사권의 정점에 국세청장이 있다. 직원 2만여명의 인사권을 사실상 청장 1인이 갖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인사 잡음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사고도 잇따랐다.

안 국장도 인사 잡음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는 1980년대 중반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간부로는 이례적으로 10년 이상을 대구에서만 근무했다. 한마디로 별로 빛을 보지 못한 셈이다. 그러던 중 DJ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 초기까지 청와대에서 파견 근무한 뒤 본청 총무과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한다. 그가 총무과장으로 왔을 때 ‘안원구가 누구야’라고 묻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이후, 세무 관료로서의 그의 인생은 날개를 단다. 총무과장에서 요직인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을 거쳐 본청 국제조세관리관을 맡은 다음 대구국세청장에 보임된다. 나이(60년생)와 서열을 뛰어넘는 파격 승진은 당연 뒷말을 낳았다. ‘안 청장 뒤를 누가 봐주지’란 말이 공공연히 들렸다. 본인 스스로 국세청의 인사 적폐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특혜 인사의 단맛을 누린 것이다.

대구청장 재직 시 전군표 청장이 구속되고 후임에 한상률 청장이 왔다. 한 청장은 대구에서 오래 생활해 TK 실세 인맥에 정통한 안씨의 도움이 필요했다. 두 사람은 접촉이 잦았고 사실상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국세청 내부에서는 ‘차기 본청 차장에 안원구 대구청장이 유력하다’는 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결과는 180도 딴판이었다. 대구청장 다음 안 국장의 자리는 서울청 세원관리국장. 초임 국장이 가는 자리였다. 한 청장이 안 국장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안 국장의 부인은 최근 언론에 “한 청장이 3억원을 주면 차장을 시켜주겠다고 제의했다”고 털어놨다. 이때부터 안 국장은 ‘복수의 칼’을 갈기 시작한 듯하다. 그의 부인은 지난 1월 전군표 청장 부인이 이른바 ‘그림 로비’ 의혹을 제기했을 때 그 사실을 언론에 확인해 줌으로써 한 청장을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직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국세청장 돼야

국세청은 안 국장의 이 같은 행동이 조직의 명예와 위상을 크게 실추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그를 대기발령하고 미국 연수를 보낼 계획이었다. 안 국장은 강하게 반발했고, 이 상태로 몇 개월이 흘렀다. 국세청은 그에게 사퇴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퇴임 이후의 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회유하고, 비리를 조사하는 감찰과를 동원해 압박도 했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양동작전을 통해 퇴진을 채근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거부했다. 그 와중에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그는 구속됐다. 이제 그의 부인이 새로운 사실을 밝히면서 ‘안원구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백용호 국세청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계속 ‘공정한 인사’를 강조했다. 인사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도 많다. 그렇지만 아직 미진하다는 지적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청탁하는 사람을 본보기로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식의 언론 홍보로는 안 된다. 직원들이 마음으로 신뢰할 수 있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세청 직원들이 그렇게 꺼리지만, 국세청 개혁의 교과서처럼 거론되는 국세청 외부감독위원회 설치 논의가 재점화될지도 모른다.

정진영 편집국 부국장 jyju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