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김용백] ‘CO₂인류애’ 기사의 사진

연탄가스는 무서웠다. 연탄아궁이가 가정의 보편적 난방시설이었던 시절, 툭 하면 문틈이나 방바닥 균열을 통해 스며든 연탄가스로 초상을 치르는 가정이 많았다. 아침에 비실비실 겨우 방문을 열고 기어 나와 다 죽어가는 히놀놀한 낯빛으로 마루나 토방에 쪼그려 앉거나 누워 심호흡을 하곤 했다. 연탄이 제대로 타지 않아 나오는 일산화탄소(CO) 때문이었다.

인체에 직접 유해하게 작용하는 일산화탄소보다 더 무서운 가스가 지구를 엄습하고 있다. 일산화탄소에 산소(O)가 화학적으로 하나 더 결합한 가스, 바로 이산화탄소(CO₂)다. 일상에서 쉽게 느끼지 못하지만 지구를 망가뜨리는 온실가스의 대표적 주범으로 꼽힌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생태계 변화를 유도해 환경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녹색식물의 광합성 등에 꼭 필요한 가스라서 이롭게만 여겼던 인식의 전환이 절실해졌다. 무섭지 않으면서도 무서운 가스인 것이다.

지구 온난화 피해는 광범위하게 진행돼 자연재해로 인식되기 쉽다. 뚜렷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기상이변은 물론 갈수록 사나워지는 태풍, 가뭄, 홍수, 산불 등이 그렇다. 그래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문제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나 발등의 불이 됐다. 다음 달 중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 의제이기도 하다.

‘지상낙원’ 몰디브가 물에 잠길 위험에 놓였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국토가 물에 잠겨 온 국민이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비극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몰디브 대통령과 각료들은 지난달 17일 스쿠버 다이버 복장으로 바다 속 6m쯤에서 각료회의를 가졌다.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달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에 각료들이 차례로 서명했다. 지구촌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퍼포먼스였다. 물 밖으로 나온 몰디브 대통령의 절규와 같은 발언은 3면이 바다인 한국의 미래 상황일 수 있다. “우리는 죽고 싶지 않다. 손자들도 몰디브에서 키우고 싶다.”

우리 정부는 녹색 뉴딜을 선언하고 탄소 배출량 저감 목표치를 세계에 천명했다. 한국은 아직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 국가가 아니지만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란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산업적 차원에서의 실천 과정은 고충과 노력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책 실효성은 국민 개개인이 탄소 배출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제대로 인식하는 데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산화탄소 감축에 산업적, 환경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주요 20개국(G20)은 기후변화를 인류가 직면한 최대 인도주의적 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최근의 한 조사 결과가 있었다.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는 것도, 피해를 구제하는 것도 인도주의적 실천에서 해결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 문제로 이해하는 것, 그게 글로벌 시대 지구촌민의 자세로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저탄소 생활 방식 실천이 중요해졌다. 이산화탄소 문제는 이제 개인 차원에서도 자신과 공공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 묻는다. 정부의 녹색 뉴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개개인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생활을 일상화하는 게 필요하다. 내복을 입고, 수돗물·가스·전기를 아끼고, 일반 및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등 가정에서 할 일이 많다. 대중교통수단이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걷기를 생활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에게 수도꼭지를 잠그고 이 닦는 습관부터 익히게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해졌다. 지구촌 이웃 사람들의 고통과 눈물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이산화탄소가 우리에게 인류애를 일깨우는 상징으로 성큼 다가왔다.

김용백 국제부장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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