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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식물이야기] 가을에 피는 벚꽃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가을에 피는 벚꽃 기사의 사진

가을에 꽃을 피우는 벚나무가 있다. 북미에서 들어온 품종으로, 봄에 피는 벚꽃과 생김새나 꽃 모양, 줄기 표면의 무늬까지 꼭 닮았다. 가을에 꽃이 핀다는 점만 다르다. 아직 공식적인 우리말 이름이 없지만, 가을에 꽃을 피우는 특징에 기대어 흔히 ‘가을벚나무’라고 부른다.

가을벚나무는 대개 늦은 가을부터 이듬해 이른 봄까지 내내 꽃을 피운다. 한꺼번에 꽃을 피웠다가 화들짝 지는 봄 벚꽃과 다른 양상이다. 처음 피어난 꽃송이가 떨어지면, 그 곁에서 새로운 꽃송이가 피어나는 방식으로 겨울을 난다. 지금 천리포수목원에 이 가을 벚꽃이 한창이다.

모든 식물이 꽃을 피울 때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겨울에 꽃을 피우는 건 위험하다. 꽃을 피우기 위해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면 추위를 이겨낼 에너지가 모자라게 된다. 찬 바람 불면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동물이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따스한 봄볕이 한껏 무르익을 때 감상해야 할 벚꽃을 선선한 가을이나 매운 바람 부는 겨울에 만나는 일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꽃잎의 화사한 분홍색도 울긋불긋한 단풍의 원색이 어우러진 가을 숲에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생경한 탓일까. 가을벚나무는 언제 보아도 신비롭다. 더구나 겨울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갛게 꽃을 피우는 생명력은 놀랍기까지 하다.

우리네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잡은 벚꽃의 이미지에는 봄 내음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깊은 가을이나 한겨울에 만나는 가을벚나무는 신비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험한 추위와 싸우며 꽃을 피우는 운명을 띠고 태어난 가을벚나무는 그래서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정도이다.

최근 국내 최대의 벚꽃 명소 가운데 하나인 진해시에서는 시내의 공원 지역에 가을벚나무 군락지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가을에도 벚꽃을 볼 수 있게 한다는 관광 전략의 일환이다.

늘 일상의 전복을 꿈꾸면서도 일상에 갇혀 지내는 우리로서는 계절을 뛰어넘은 가을벚나무의 생명력을 신선한 자극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게다가 찬 바람 불자 벌써부터 새 봄 그리워하는 조급한 마음 탓에 이즈음 피어난 벚꽃은 무척 반갑기만 하다. 더불어 머지않아 보게 될 진해시의 가을벚나무 군락지의 벚꽃 무리도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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