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용 칼럼] 새마을호를 돌려달라 기사의 사진

두 달 전 낮 12시쯤 부산역에서 열차표를 예매하려다 난처한 경험을 했다. 2시쯤 출발해 서울로 갈 생각이었는데 새마을호는 4시 이후 것뿐이었다. 왜 이렇게 뜸하냐고 물으니 서울행 새마을은 하루에 4∼5회밖에 없다고 한다. KTX운행 간격은 30분인데 새마을은 4∼5시간이라니. 아무리 고속철시대라지만 제2도시의 새마을이 이렇게 적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KTX의 4인 가족석 바로 뒤 창문도 없는 좁은 좌석에서 숨이 막힐 뻔했던 체험을 한 후론 새마을을 애용하는 편이다. 할 수 없이 2시쯤 무궁화호를 예매했고, 6시간 가까이 타고 나니 허리가 욱신거렸다.

의문은 그저께 풀렸다. 파업 중인 철도노조가 29일 ‘나로서는 엄청난 비밀’을 폭로한 것이다. 노조는 “파업 때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측은 ‘돈이 되는’ KTX 100% 운영을 기준으로 나머지 다른 열차의 운행률을 낮춰 왔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학생이나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새마을, 무궁화호 운행률을 평균 60%까지 줄이면서 비슷한 시간대의 KTX를 이용하도록 한 것은 지나친 상업주의”라고 비난했다. 공사 측은 이에 대해 “평소 승객이 적고 예매율이 낮은 열차 위주로 줄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다.

"돈 되는 KTX 장사보다 서민 배려하는 경영이 공기업 사명 아닌가"

지금까지는 철도운행 체계상 그러려니 했다가 폭로를 듣고 나니 슬그머니 배신감 같은 게 일면서 또 다른 의문도 떠오른다. 수도권광역전철이 온양까지 연장되면서 온천을 자주 가는 편인데 영등포에서 2시간 20분이 걸린다. 딱딱한 좌석이 불편함에도 2700원으로 무려 3개 시도(서울, 경기, 충남) 130여㎞를 건너가다니,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같은 요금의 급행 전철로는 1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천안이 종점이다. 온양까지 불과 5개 역을 앞두고 완행으로 환승해야 한다. 노인에게 전철은 무료지만 추운 날씨에 승강장에서, 때로는 30분이나 걸리는 환승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런데 올 6월쯤 온양온천역까지 운행하는 ‘누리로호’ 열차가 새로 생겼다. 무궁화호를 대체하는 시범 열차로 빠르고 쾌적한 반면 6100원(평일)으로 전철보다 비싸다. 차량 기지 등의 문제로 급행전철이 온양까지 못 갈 거라고 봤던 순진한 생각은 누리로의 등장으로 또 무너지고 말았다. 그것도 돈 장사였나!

철도가 ‘국민의 발’인데도 철도운영은 공익성보다 수익성이 더 우선이다. 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철도가 KTX 위주 체제로 바뀌면서 서민을 위한 열차들은 대거 사라졌다. 서울∼부산 새마을호는 30분 늦어졌다. 서민을 배려하기보다 수익에 급급한 공사 측, 파업 전략상 이제서야 내막을 공개한 노조 모두 원망스럽다.

지난달 녹색성장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철도시대를 예고했다. 철도공사는 2012년까지 철도의 여객수송분담률을 현재의 8%에서 20%로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항공기는 공항 접근성이 불리하고 버스는 언제든 체증을 빚을 수 있어 철도 선호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선호도가 높아진 만큼 철도의 공공성 회복이 중요하다. 서울∼부산 주말 요금은 KTX 5만1200원, 새마을호 4만1100원, 무궁화호는 반값인 2만7700원이다. 새마을호는 좌석이 편해 책 보거나 잠자거나 주변의 경치를 완상하는 기차여행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승객의 선택 여지를 좁혀 놔 시간 여유가 있는데도 비싼 KTX를 타게 하는 꼼수, 다들 힘들다고 난리인데 ‘잘 나가는’ 공기업의 파업에 여론은 냉소적이다. 돈 되는 장사보다 국민을 배려하는 경영이 공기업의 사명일 것이다.

다양한 사회다. 110년 역사의 철도행정도 시대 변화에 걸맞도록 다양하게 펼쳐야 한다. 느긋하게 좀 더 싼 비용으로 기차여행을 즐기고 싶은 취향도 존중해야 한다. 이번 파업기간 부산∼서울행 새마을호는 아예 중단됐다. KTX 운행률을 90%대로만 낮춰도 새마을, 무궁화호 운행을 지금보다 훨씬 늘릴 수 있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돌려달라.

이형용 수석논설위원 h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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