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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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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장 정치를 사악(邪惡)한 것, 그래서 하지 말아야할 것으로 볼까. 아이러니하게도 정치로 밥을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아닐까 싶다. 그건 여야가 상대방을 비판할 때 예외 없이 “정치 공세”니 “정략”이니 하는 말을 끌어다 붙이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정치라는 것을 좋은 것, 선한 것으로 본다면 상대방을 비판할 때 “정치”라는 말을 끌어다 쓸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에 정치 공세를 하지 않으면 무슨 공세를 하란 말인지, 또 정략이 없이 어떻게 정치를 하란 말인지 모르겠다. 정치란 나라를 경영하는 데 꼭 필요하고 좋은 것이라며 그걸 가장 사랑해야할 사람들이 정치를 이렇게 나쁜 의미로만 사용하는 건 자가당착이요, 자기 비하다.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집권프로젝트 없는 게 더 문제

안타깝고 답답하기는 여당도 마찬가지지만 요즘 보면 야당인 민주당이 더 한 것 같다.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라고 비판하는 게 그렇다. “청계천 복원으로 재미를 봐 집권한 이명박 정부가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게 그 한 예다. 정당의 궁극적 목표는 자신들의 이념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것, 즉 집권에 있다. 여당이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건 장사꾼이 이윤을 남기려한다고 탓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리가 이러할진대 민주당은 정권을 비판하려면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 자체를 욕할 일이 아니라 국민에게 4대강 사업의 부당함을 설득력 있게 호소하는 게 옳다. 민주당은 한걸음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으로 집권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들도 그보다 나은 정권 탈환 프로젝트를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 정권이 하는 일을 뒤쫓아 가면서 반대만 할 일이 아니라 정권에 앞서 국민이 흔쾌히 정권을 맡길만한 정책안을 내놓으라는 얘기다. 미국 민주당에게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 공화당의 상징인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충고한 조지 레이코프를 인용할 것도 없이, 민주당이 정권을 비판하는 데만 몰두하다보면 결국 정권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히는 꼴이 되고 만다.

요즘 민주당을 보면 장기적인 정권 탈환 프로젝트는커녕 당면 현안에 대한 전략이 부재인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제 밥그릇도 못 챙기는 것 같다. 2주 전 민주당이 결사반대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선포식에 민주당 소속의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가 참석하여 열렬히 환영하고 대통령에 감사의 말씀까지 드림으로써 당을 곤혹스럽게 한 게 단적인 예다. 지난주의 호남고속철 기공식도 비슷한 예다.

민주당도 프로젝트 만들어야

민주당이 이처럼 헛발질을 하고 있는 까닭은 뭘까. 소수 야당의 한계에도 원인이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국민은 변하고 있는데 민주당만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와 전남의 단체장들이 주민들의 뜻에 반하여 행사에 참석했을까. 영산강 살리기는 호남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며 호남고속철은 지금의 민주당 사람들이 집권하고 있을 때 세운 정책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들 사업에 반대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이어야 했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최근 정세균 대표가 생활 정치로의 과감한 변화를 통한 뉴 민주당 플랜을 들고 나온 데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다만 아직도 극한투쟁만이 살 길이라고 믿는 강경파가 민주당을 주도하고 있으며, 밖에선 급진 친 노무현 세력이 민주당을 위협하고 있어 정 대표의 구상이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변해야 한다. 정권이 하는 일에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뭘 원하는지 미리 알고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함께 할 정권 탈환 프로젝트를 수립해야 한다. 민주당의 집권은 논외로 하더라도 정치 발전을 위해서 민주당의 체질 개선은 필요하다.

백화종 전무이사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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