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예수 수난 증언하는 호랑가시

[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예수 수난 증언하는 호랑가시 기사의 사진

깊어가는 겨울을 따라 성탄맞이 분위기도 깊어간다. 이즈음 반가이 맞이하게 되는 나무가 호랑가시나무다. 성탄 축하 카드에 흔히 등장하는 호랑가시나무에는 그리스도 수난의 곡절이 담겨 있어 바라보는 느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겨울에도 짙푸른 초록빛을 간직하는 호랑가시나무의 두툼한 잎 가장자리에는 가시가 듬성듬성 돋아나있다. 억센 가시가 호랑이 발톱을 연상시킨다 해서 호랑가시나무라고 우리식 이름을 붙였지만 크리스천들에게는 ‘그리스도 나무’다.

빨갛게 맺힌 열매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호랑가시나무를 성탄 축하카드나 성탄절 장식에 이용하는 데에는 특별한 연유가 있다. 우선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예수의 머리에 씌웠던 가시 면류관이 바로 호랑가시나무 가지로 만들었다. 호랑이 발톱만큼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고 찢긴 이마의 맨살에는 굵은 핏 방울이 선연히 배어나왔다.

이때 예수의 아픔을 덜어주려고 나선 작은 새가 있었다. 로빈이라고 부르는 티티새다. 로빈은 예수의 머리에 박힌 가시를 일일이 뽑아내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다른 가시에 여린 가슴살이 찔렸다. 그래도 끝까지 면류관의 가시와 애면글면 싸우던 로빈은 많은 피를 흘리고 죽었다.

예수를 따르는 크리스천들은 차마 자신들이 하지 못한 일에 나섰던 로빈을 귀하게 여겼고, 그가 좋아하는 열매를 맺는 호랑가시나무까지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함부로 따내면 가문에 재앙이 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이후 크리스천들은 예수를 생각할 때마다 기특한 새 로빈과 호랑가시나무를 함께 떠올렸다.

게다가 겨울에 선명한 빨간 빛으로 맺히는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보고 가시 면류관을 쓴 예수의 이마에 방울방울 굵게 맺혀 아롱지던 붉은 피를 생각했다. 이래저래 호랑가시나무야말로 예수 탄생과 함께 기억해야 할 나무가 됐다.

호랑가시나무는 우리나라에도 자생한다. 전북 부안 변산면 도청리의 호랑가시나무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제122호로 보호받고 있다. 짙푸른 초록의 잎과 날카로운 가시가 어울려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진 호랑가시나무는 성탄 때가 아니라 해도 크리스천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기억돼야 할 소중한 나무이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