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동일 (1) 아직도 자랑스런 별명 ‘치킨 아저씨’

[역경의 열매] 정동일 (1) 아직도 자랑스런 별명 ‘치킨 아저씨’ 기사의 사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고린도전서 13장이다. ‘사랑 장’으로 널리 알려진 이 말씀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어렵고 힘든 이웃을 위해 살아가라는 사명감을 갖게 한 말씀이기 때문이다.



신앙심이 부족해서인지 성령과 같은 특별한 은사를 받은 것이 없다. 기도를 많이 한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나는 늘 생활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려고 한다. 아직 여명이 트지 않은 새벽녘에 일어나 집을 나서기 전 이 고린도전서 말씀을 한번 읽는다.

특히 13절의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말씀은 나의 기도제목이며 내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늘 부족한 신앙을 일깨운다. 구청 일을 하다보면 힘들고 지치고 역경이 닥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 말씀은 내게 위안이 되어주고 구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큰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구청장이 되고 나서 크게 변화된 삶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아무리 바쁜 일정이 있더라도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가 빠지지 않고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다. 셋째는 늘 깨어서 감사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나는 다섯 살 때 어머니와 사별했다. 아직도 ‘어머니’라는 단어만 생각해도 가슴이 찡하게 울린다. 남들은 나에게 잘 웃는 구청장이라고 좋아하지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 웃음 속에 진한 슬픔이 있다고들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슬픔을 잘 극복했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 보면 감히 내가 구청장이 될 수 있는 환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온갖 잡일을 하며 보냈다. 그 바람에 제 나이에 공부를 할 수가 없어서 뒤늦게 검정고시를 통해 학력을 인정받아 대학 공부를 마쳤다. 나는 모진 가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 또한 굶주린 시절을 겪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소외되고 아픔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을 나누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농부였던 아버지께서는 언젠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동일아, 목마를 때 물 한 모금 주는 사람의 은혜를 잊지 마라. 그리고 배곯을 때 보리밥 한 그릇 주는 사람의 은혜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부족하지만 늘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살았다. 그래서 ‘고아들의 치킨 아저씨’라는 별명도 듣게 되었다. 그들과의 인연은 15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작은 사랑이 모여서 구민들은 나를 중구청장으로 일하게 해준 것 같다.

약력=신일교회 집사/동국대 졸업/연세대 행정대학원 정치학 석사, 동국대대학원 행정학과 정책학 박사과정 수료/서울 중구청장/충무로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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