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을 전(戰)이라 한다. 글자에 창을 뜻하는 과(戈)가 들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이 ‘전’은 다른 글자들과 결합하여 다양한 싸움 방식을 서술한다. 치고받는 것은 교전이고 맞붙어 싸우는 것은 접전이다. 국지적 싸움은 전투이고 규모가 큰 싸움은 전쟁이다. 육지의 싸움은 지상전, 공중 싸움은 공중전, 해상의 싸움은 해전이다.

사전은 해전을 ‘해상에서 일어나는 싸움’이라고 풀이했지만 작은 규모의 배 두 척이 잠시 싸우는 것을 해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때는 해상 접전, 해상 교전 정도가 어울린다. 적어도 몇 척이 대치하여 치열하게 싸워야 해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노량해전 등이 그것이고, 그 해전에서 크게 승리하면 한산대첩 같은 ‘대첩’이 붙는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근래 서해에서 일어난 남북 간 해상 싸움은 해전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다. 군함도 아닌 경비정인데다 포 사격도 없었으니 정식으로 한판 붙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교전 정도가 어울린다 싶다. 그런데도 연평해전, 대청해전이란 명칭을 붙여주었다. 상대적으로 노량·명량해전의 격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해군의 사기를 높이고 승리를 평가하는 뜻에서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지만, 이순신 장군이 지하에서 허탈해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모름지기 격에 맞는 용어를 사용할 일이다.

요즘 외국어고가 수난을 당한다. 외국어고란 외국어 인재를 기르자는 취지로 설립된 학교다. 하지만 명문대 입시 학교로 변했다. 용어가 실체와 부합하지 않으므로 존폐 논란이 생겨난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개편안은 폐지 대신 선발 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대학 입학사정관제를 보면 사정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주로 계약직 신분이어서 사정하는 권한도 제한적이다. 제대로 정착할지 미지수다.

이 같은 불안정한 제도를 고교에도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 개편방안 명칭이 ‘고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개편 방안’인데 과연 선진화 방안이 될지 후진화 방안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말만 선진화 대책이 아니었으면 한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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