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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식물이야기] 겨울꽃이 더 아름답다

[고규홍의 식물이야기] 겨울꽃이 더 아름답다 기사의 사진

낙엽 마친 나무들이 애써 맺은 열매까지 새들에게 모두 내어주고, 겨울채비에 들어갔다. 햇살 따라 양분 만들고 그 양분으로 생명을 이어가던 나무들이니만큼, 여려진 햇살 따라 생명 활동도 줄였다. 이처럼 음전해진 숲의 분위기와 달리 이때 생명 활동의 절정인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다. 여느 꽃과 달리 유난히 화려한 몸단장으로 눈길을 끄는 꽃들이다.

겨울 꽃의 상징인 동백꽃은 아직 이르지만, 수목원의 겨울 정원에는 동백과 친척 관계인 애기동백과 성급한 풍년화가 꽃봉오리를 활짝 열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꽃은 화려한 노란 색 꽃을 가지 끝에 조롱조롱 매단 뿔남천 종류의 식물이다. 초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피어나는 강인한 꽃이다.

뿔남천처럼 겨울에 피는 꽃들은 개화 시기가 비교적 길다. 한겨울에 여린 살갗의 꽃잎을 연다는 것만으로도 기특한 일인데, 매운 바람, 눈보라에 맞서 오랫동안 꽃을 피우는 강인함까지 갖춰 더 신비스럽다.

까닭이 있다. 계절과 무관하게 식물이 꽃을 피우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자손 번식에 있다. 식물은 하나의 개체라도 더 늘리려는 생존본능에 따라 씨앗을 맺으려고 꽃잎을 연다. 그래서 씨앗을 맺기 위한 꽃가루받이를 이룬 뒤에는 이내 시들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봄 여름과 달리, 바람 찬 겨울에는 꽃가루받이를 도와줄 곤충의 수가 적어진다. 살아남은 곤충들조차 활동이 뜸해진다. 찾아오는 벌 나비가 적으니, 꽃가루받이의 성공률도 낮아진다.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벌 나비의 눈에 들어야 한다. 하나같이 화려한 색깔과 모양으로 피어나는 것도 그런 생존 전략의 결과다. 매운 바람 견디기 위해 더 강해야 하고, 곤충의 눈에 들기 위해 더 아름다워야 한다. 오지 않는 곤충을 기다리다 지친 동백꽃은 아예 동박새라는 작은 텃새에게 꽃가루받이를 맡기기로 전략을 바꾸기도 했다.

어쨌든 생존의 목적을 이루려면 화려한 매무시와 오랜 기다림이 필수다. 바람 모질고 눈보라 몰아쳐도 꽃가루받이에 성공할 때까

지는 시들어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더 강해져야 한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모진 바람 맞으며 더 강해지고, 오랜 기다림 끝에 더 아름다워지는 건 똑같은 이치이지 싶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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