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n&Out] 가수 장기하 “2집요? 나도 그게 궁금해요” 기사의 사진

“하고 싶은 음악만 해선 돈을 못 벌고, 하고 싶지 않은 음악을 하면서 먹고 사는 건 싫고,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먹고 살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어요.”

2007년 가을은 막막했다. 군대를 마치고 졸업을 한 학기 남겨 놓은 상태. 취미로 하던 음악이었다.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면 사회가 밥을 먹여줄 거다, 그런 믿음이 있었어요.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고 그게 다른 사람에게 효용이 있는 일이라면, 굶어죽도록 사람들이 내버려두진 않을 거 아니에요?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길은 가장 나답게 사는 거예요. 유력하다고 생각하는 길을 따라가니까 개성이 약해지는 거죠.”

장기하(27)는 혼자서 음반을 만들었다. 노래를 쓰고 악기(기타 베이스 봉고 드럼 등)를 연주하고 친구 도움으로 녹음을 마쳤다. 그렇게 제작된 앨범 100장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레코드 가게들을 찾아다녔다.

2008년 5월 발표된 장기하의 첫 앨범(싱글) ‘싸구려 커피’는 1만4000장 팔렸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판매량이고, 인디음악(대형 기획사나 상업주의로부터 독립된 음악)계의 사건이었다. 2009년 2월에는 장기하의 정규 1집 ‘별일 없이 산다’가 나왔다. 4만장이 팔렸다.

그렇게 2009년은 ‘장기하의 해’가 됐다.

-올해 1월 1일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

“한창 1집 작업 중이었어요. (음반이) 빨리 나오면 좋겠다, 나오면 신나겠다, 그런 생각밖에 없었어요.”

-‘장기하 현상’을 놓고 많은 분석이 있었습니다. 본인이 분석하는 성공 요인이 궁금합니다.

“최대한 내 식대로 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음악 하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들 골 때린다, 재미있다, 이런 반응이었죠.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제 마음이 전달된 거 같아요.”

-가사를 쓰거나 노래를 만들거나 공연을 꾸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뭡니까?

“솔직하게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자기가 자기 마음을 정확하게 포착해야 해요. 여자 친구와 헤어진 경험을 표현한다고 할 때, 자기 진짜 마음이 아니라 관습적인 어휘에 기대게 되는데 그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또 너무 과잉되게, 마치 억장이 무너지는 양, 그렇게 써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 마음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면 그게 유일한 마음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순간 그 사람의 마음은 세상에서 하나인 것 같은데, 자꾸 관습에 기대니까 식상해지는 거죠.”

세상에서 하나인 것, 요즘 유행하는 말을 쓰자면 ‘온리 원(Only One)’인데, 이 말은 장기하의 성공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된다. 세련미와 디지털화, 서구화 등을 향해 가던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에서 보자면 장기하는 돌출적이다. 그의 음악은 촌스러움과 아날로그, 복고풍, 느림 등으로 무장했다. 김창완이나 배철수 송창식 등의 옛 노래에 빠져 그들을 자기 음악의 선생으로 내세우는 젊은 가수가 장기하 외에 누가 있을까. 노래에서 가사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한국어 노랫말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점, 인디밴드에서 보기 드문 댄스팀(미미시스터즈)을 거느린 것도 장기하만의 독특한 부분이다.

-장기하의 음악에 대해 재미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본인도 재미가 중요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더군요. 어떤 음악이 재미있는 음악입니까?

“군대 시절, 황병기 선생님의 가야금 음반을 들었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판소리 음반도 재미있었고. 판소리를 들으면서 한국말 작사법의 모든 게 여기 담겨있는데 가수들이 헛물켜는 게 아닌가 싶었죠. 저도 한 명의 리스너(감상자)니까 어떤 음악을 들을 때 재미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어요. 들을 때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고, 온전히 빠져들 수 있는 음악들이 그런 음악인 것 같아요.”

-본인의 음악 취향에 대해 설명한다면?

“이렇게 하면 귀에 팍팍 꽂히겠지 하면서 만든 음악도 싫고, 누가 듣든 말든 나는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도 싫어요.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는 음악이 좋아요. 저도 그런 음악을 하려고 하고….”

-CF는 왜 거절했습니까?

“몇 차례 요청이 있었어요. 간단히 말하면, 마음이 안 내켰어요. 광고와 제 이미지가 안 맞는다고 생각한 경우도 있었고, 어쨌든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요. 1, 2년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지금 훨씬 많이 벌어요. 그러면 사람이 만족해야 되는데, CF 찍겠다고 나서는 게 스스로 안 좋아 보였어요. 그리고 돈을 받으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요.”

-앞으로 당신을 인디로 분류해야 합니까, 메이저로 분류해야 합니까?

“분류는 큰 의미가 없어요. 인디라는 구분은 인지도의 문제가 아니라 음악 하는 태도와 활동 방식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나는 어디서 자본을 받아 하는 게 아니니까 인디인 게 확실하죠. 메인스트림이냐 아니냐는 상관없어요. 그런 구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지난달 24∼29일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장기하와 얼굴들’ 1집 마무리 콘서트는 6일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 공연을 끝으로 장기하는 2집 준비에 들어갔다.

-올해 공연을 가장 많이 한 가수가 아닐까 싶은데.

“100회는 넘는 것 같아요. 페스티벌이나 대학 축제, 기업체 행사, 방송 등 다 합쳐서.”

-그 중 최고의 공연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마무리 콘서트죠. 무대 위에서 지금 이 순간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느꼈어요. 드라마 콘서트 형식이었는데,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게 구현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1집 활동을 마쳤습니다. 2009년이 재미있었나요?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 그걸 대전제로 놓고 인생의 국면마다 선택해 온 것 같아요. 재미있는 공연을 계속하고 싶다는 게 꿈이었는데, 재미있게 잘한 것 같아요. 그런데 대외적으로만 표출하다 보니까 내 속이 비는 것 같더라고요.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을 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재미있게 사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가장 안타까운 손실이 있다면?

“여유, 여유죠. 그래서 이제부터 그걸 찾으려고 하는 거예요. 사실 저는 바쁜 걸 안 좋아해요. 노래 원 없이 하고 공연 원 없이 하고, 제 기준으로 볼 때 꿈도 못 꾸던 대형공연도 했어요. 좋죠. 근데 너무 바쁜 건 싫더라고요. 바쁘게 사느라 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부터 할 거예요. 하루 종일 잠자기, 그걸 며칠 전에 했어요. 올해는 직장인처럼 살았어요.”

-2집은 언제쯤 나옵니까?

“나도 궁금해요. 당장은 크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부담감을 완전히 버리고 재미있겠다 싶은 시점부터 시작할 거예요. 억지로 만들어서 발표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지 않고. 쉬고 놀다 보면 또 재미있는 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10년 계획은?

“놀아야죠. 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죠.”

200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던 청년은 어느새 ‘올해 뭔 일 있었느냐’는 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장기하는 놀 줄 안다. 놓을 줄 안다. 무엇보다 먼저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래야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그걸 안다. 장기하는 영리하다.

장기하는

1982년생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드러머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자신의 밴드를 결성했다. 싱글앨범 ‘싸구려 커피’에 이어 정규 1집 ‘별일 없이 산다’를 발표했다. 2008년 쌈지페스티벌 ‘숨은 고수’, EBS 스페이스 공감 ‘9월의 헬로 루키’로 선정됐고, 2009년 한국방송대상(신인가수상), 한국대중음악상(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록노래상,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상), 골든디스크상(록부문상) 등을 받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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