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한국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이 아프간에 군대를 파견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이를 어기고 군대를 보낸다면 ‘나쁜 결말’을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번역된 ‘나쁜 결말’은 듣기가 껄끄럽다. 일반적으로 경고성 발언이라 하더라도 수사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게 국제관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친 발언임에 틀림없다. 물론 ‘천백배의 보복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북쪽 표현보다는 정도가 훨씬 덜하다.

‘나쁜 결말’을 부드럽게 말하면 ‘좋지 않은 결말’이 된다.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나쁘다’보다는 ‘좋지 않다’가 더 점잖은 느낌을 준다. 좋지 않다는 말은 나쁘다는 뜻 외에 보통이라는 뜻까지 담겨 있어 부정의 정도가 덜하다. 내 심기가 불편하더라도 상대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배려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처럼 부드럽게 말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곳이 있다. 국회를 무대로 한 정치판이다.

정치권에 막말의 계절이 도래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하루속히 내년 예산을 처리해야 하는데, 4대강이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 이맘때 상황과 똑같다. 그때는 해머와 전기톱이 등장하는 바람에 해머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세계적 망신을 당했으니 이번엔 그런 무기류가 동원되지 않을 것 같다. 그 대신 막말전은 더 치열할 듯하다.

그제 여야 간에 첫 충돌이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예결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들이닥쳐 몸싸움을 벌였다.

“날치기 조장하나?” 한나라당 의원이 점잖게 한마디 한다. 하지만 그 말엔 탈레반의 ‘나쁜 결말’처럼 가시가 돋쳐 있다. “시끄러워.” 민주당이 일축한다. 여차하면 한판 붙을 태세다. 가는 말과 오는 말이 동급이다. 전초전이지만 벌써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말싸움 몸싸움으로 해머국회와 같은 전장의 효과를 내야 할 입장이니 앞으로 얼마나 험한 말들이 오갈까.

정작 빌미가 된 4대강은 이런 싸움에 초연해 말이 없다. 천만년 이어질 나라의 젖줄이 백년대계니 고식지계니 따위에 개의할 리 없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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