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경재원·지방교부금 등 생색내기에 사용, 2012년까지 21개 매각 “잉여금 30조원 달할 것”

정부가 그동안 공기업을 매각하면서 자산가치보다 훨씬 낮은 매각 예상가격을 책정해 실제 매각 금액과의 차액을 국회 감시 없이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이 금액의 상당 부분은 추경 재원이나 지방교부금 같은 정부의 생색내기 사업에 쓰였다.

국회 예결특위 소속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20일 밝힌 ‘주요 공공기관 매각 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2000년과 2002년 포항제철과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를 매각 예상액보다 높은 값에 매각해 약 5조5000억원이 넘는 차액을 남겨 세계잉여금으로 사용했다.

정부는 또 2010년 매각할 예정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기업은행의 일부 정부지분 매각 예상금액을 각각 5909억원, 1조2690억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소유한 인천공항공사의 순자산가치가 2조90억원, 기업은행은 4조8897억원에 달한다. 두 기관의 매각 예상금액과 순자산가치의 차이만 인천공항공사 1조4181억원, 기업은행 3조6207억원이나 된다.

이에 따라 두 공기업의 실제 매각 금액은 매각 예상금액과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차액은 국가재정법상 ‘세계잉여금’에 포함된다. 세계잉여금은 정부예산을 초과한 세입과 쓰고 남은 불용액을 합한 것이다. 세계잉여금 중 지방교부금 명목 등으로 사용되는 예산은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사용처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에 따라 세계잉여금은 국가채무 변제 등에 쓰여야 하지만 정부는 2006년 1조3728억원의 세계잉여금을 모두 지방교부금으로 사용했다. 2007년과 2008년에도 국가채무 상환에 일부를, 나머지는 지방교부금과 추경 재원 등으로 썼다.

이 과정에서 재해 복구에 쓰여야 할 지방교부금이 행정·재정 인센티브 특별교부세 용도로 전용되거나 ‘국가 정책에 적극 협조했다’는 이유로 일부 지역 도로 확장이나 스포츠센터 건립 등에 지방교부금이 사용된 사례가 지난 3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내년부터 2012년까지 21개 공기업을 차례로 매각할 예정이다. 강 의원은 “현 방식대로 공기업 매각이 이뤄지면 정부가 국회의 감시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세계잉여금만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정부의 세계잉여금 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원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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