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동 칼럼] 大入 홍보가 이렇게 허접해서야 기사의 사진

"진정한 명문대학에는 교육 수요자들이 자진해서 찾아간다"

쏟아지는 대학 홍보광고에서 입시의 계절을 실감한다. 매스컴마다 현란한 입시관련 광고들이 넘치는 듯하다. 자가발전시대에 홍보광고로 제각기 학교 이미지를 높여 인재를 영입하려는 노력을 뭐랄 게 아니기는 하다. 단순화하면 광고수입이 늘어나는 쪽에는 수지맞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론하기가 부담스럽지만 문제는 대입 홍보광고의 품격이다. 한마디로 뻥이 심하거나, 의문을 갖게 하는 광고가 너무 많다. 모든 대학의 광고가 그렇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일부 사실을 침소봉대하는 것은 대개 기본이고 허위·기만 수준의 유치찬란한 광고도 적지 않다.

그런 유(類)의 올해 저질광고 대표작은 어느 대학이 국가대표 스타 체육특기생을 입학시킨 후 주요 매스컴 광고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학교 이미지 광고이지 싶다. 신학기 시작 무렵 그 대학은 한번도 등교하지 않은 그 체육스타를 모델 삼아 자기 대학의 정신이 오늘날의 그를 길러냈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이른바 SKY대학이 언제부턴가 ‘명문대학’ 대명사가 됐다. 해당 대학들이 분야에 따라 걸맞은 콘텐츠를 상당부분 갖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거기가 우리 사회의 최고 엘리트 산실 혹은 특별히 공부 잘하는 선민집단처럼 회자되고 우상화되다시피한 현실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SKY 위를 난다”는 어느 대학의 홍보광고는 정말이지 민망하고 안쓰러웠다.

많은 경우 대학 광고는 극히 부분적인 자랑거리를 턱없이 부각시켜 교육 수요자들을 현혹한다. 세계적, 세계 최초, 국내 최고 등의 수사(修辭)를 곁들여 선뵈는 광고들이 그렇다. 광고만으로 보면 한국에는 세계 최상위급 명문대가 총집결해 있다.

대학 홍보광고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물량공세다. 몸집 비대한 대학들이 벌이는 ‘규모의 광고’ 경쟁은 대학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물신(物神)주의에 함몰시키는 데 한몫한다. 그것은 자칫 낭패 볼 부동산 따위의 허위 과장 광고와도 다르지 않다.

진리 탐구와 인재 양성, 세상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대학의 광고가 이렇게 가볍고 세속화하는 것에 비례해 국민들 심성까지 황폐화하는 것은 체험적으로 목도해 왔다. 싹부터 왜곡된 교육현장에서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건전한 민주시민 양성이 소망대로 될 리 없다.

광고를 떠나 언론이 본연의 임무로 대학사회의 진화에 어떻게 역할하는지도 문제다. 일례로, 특정언론사가 전국의 대학을 자의적 잣대로 종합평가하는 것은 진정한 공감을 얻지 못한다. 제한적으로 의미는 있겠으나 평가지표 설정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고, 이를 무리하게 해석해 특정 대학에 치명적 피해를 입힐 위험성이 있다.

실제로 한 신문사에서 매년 실시하는 전국 대학 평가결과는 중소 규모 대학과 의과대학 등이 없는 대학에 확연하게 불리해 잡음이 잦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마땅한 항거수단이 없다. 언론의 상업주의에 짓눌려 대학들은 좋든 싫든 언론권력에 순응하고 결국 그 영향력 밑에 놓인다. 전체 대학이 이처럼 한 신문사의 힘에 사실상 예속되는 것을 관행으로 치부하고 마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변화가 휘몰아치는 시대에도 개혁속도가 유독 더딘 곳으로 여전히 관청, 학교, 언론이 꼽힌다. 고교 평준화 이후 30년간 고착된 대학 서열화와 관련해 세 집단은 공교롭게도 불가분의 관계다. 언론은 교육현실을 놓고 정부와 대학에 지속적으로 간섭해왔다. 그러나 정작 후진적 대학 서열화는 낡아빠진 취재보도 관행과 교육정책이 더불어 견인해온 것이다.

그나마 때 묻지 않은 명문대학들이 띄엄띄엄 소리없이 건재하는 것은 위안이다. 이런 대학들은 천박한 세일즈광고를 하지 않는다. 대학의 홍보광고와 언론보도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유익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하는 일이다. 사실 진정한 명문은 허접스런 광고 따위가 없어도 교육수요자들이 자진해서 찾는 대학이다.

편집인 jerome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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