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끝자락에서 ‘은혜’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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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후 4장 6∼8절, 21∼22절

요즘 부쩍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인생이 긴 것 같지만, 덧없이 짧게만 느껴지는 것은 왜 그럴까요? 성경은 인생을 가리켜 ‘한 뼘 길이’ ‘왔다 갔다 하는 베틀의 북’ ‘날아가는 화살’ ‘아침에 잠깐 맺혔다 말라버리는 풀잎의 이슬’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짧은 인생과 죽음을 생각해 보면서 본문 21절의 ‘겨울 전에’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이 말은 일차적으로 자연의 겨울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 편지 전체를 읽어보면 바울이 단순히 자연의 겨울을 뜻하는 의미만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본문 말씀에서 ‘전제, 부어지고, 떠날 시각’이라는 이 세 단어는 죽음을 묘사하는 단어입니다.

이렇게 볼 때 바울은 지금 계절의 겨울과 죽음이란 겨울 문턱에 서 있습니다. 그는 계절의 겨울 앞에서 인생의 겨울, 즉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겨울의 최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1주일 후면 2009년 한 해가 완전히 저물어 버립니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겨울 문턱에 선 바울이 아들과 같은 디모데에게 부탁하는 내용을 통해 그가 처한 형편을 읽을 수 있습니다. 우선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딤후 4:9∼12). 인생의 겨울이 닥치면 마치 낙엽이 떨어지듯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나갑니다. 그래서 바울은 디모데에게 ‘빨리 오라. 올 때에 마가도 꼭 데리고 오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그의 몸에는 ‘겉옷’이 없습니다(딤후 4:13). 당시 겉옷은 이불로 사용할 정도로 생활필수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바울에게 이 겉옷이 없습니다. 돈이라도 있었으면 겉옷을 살 수 있었으련만 그는 겉옷을 살 형편이 못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손에는 ‘가죽 종이에 쓴 책’이 없습니다(딤후 4:13). 여기에서 ‘책’은 구약성경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그가 복음을 전하러 다니면서 성경을 두고 다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 ‘가죽종이에 쓴 책’은 로마 시민권과 같은 중요한 문서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겨울 문턱에 서 있는 사도 바울에게 사람이 없습니다. 겉옷이 없습니다. 가죽종이에 쓴 책, 즉 시민권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주님이십니다. 은혜입니다. 때문에 그의 외침은 이렇습니다. “나는 주께서 네 심령에 함께 계시기를 바라노니 은혜가 너희와 함께 있을지어다”(딤후 4:22)

바울은 인생의 겨울, 즉 죽음이 오기 전에 꼭 남기고 싶은 한 단어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은혜’, 또 ‘은혜’, 또 ‘은혜’였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우리도 깊은 겨울,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순간에 서 있습니다. 이날을 통해 바울의 깨달음이 우리에게도 절절히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은혜로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새해에도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주변에 많은 사람을 주셨습니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일터를 주셔서 일하게 하셨습니다. 새해에도 이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이러한 감사와 간구가 우리 심령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옥성석 목사 <일산 충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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