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거짓말을 두 종류로 나눈다. 하얀 거짓말과 검은 거짓말이다. 전자는 사심 없이 좋은 취지로 하는 거짓말이고, 후자는 자신의 이익을 탐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기 위한 거짓말이다.

새빨간 거짓말도 있거니와 사람들은 노란 거짓말, 파란 거짓말이란 말도 한다. 3대 거짓말이라고 하는 밑지고 판다, 시집 안 간다, 일찍 죽어야지 등은 노란 거짓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이유로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기도 하나, 흰색 계통의 거짓말은 사회에 순기능을 할 때도 있다.

하얀 거짓말은 주로 남을 위한 것이고 검은 거짓말은 나를 위한 것이다. 양자가 혼합된 것도 있는데, 굳이 이름 붙이자면 회색 거짓말 정도가 되겠다. 즉 남을 위한 듯하지만 자신의 이해관계와도 연관된 거짓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거짓 증언이다. 증언자가 가해자와 짜고 거짓 증언을 하면 피해자는 억울하게 당하게 된다.

그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뇌물 혐의와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돈을 준 사람의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증언자의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검토한 결과 돈 봉투를 건네기 전과 후의 호주머니 모양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증언이 회색 거짓말의 누명에서 벗어난 셈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혐의도 회색 거짓말 여부를 가리는 게 핵심이다. 한쪽은 돈을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고 말하고, 다른 쪽은 입은 옷에 주머니가 없었다고 반박한다.

검뿌연 거짓말을 몰아내야 할 사회가 뜻하지 않게 이런 거짓말을 조장하는 수도 있다. 본인은 전혀 거짓말을 할 뜻이 없는데 주변에서 부추기는 것이다.

교육 당국이 외고 입시에서 학생의 제출 서류에 사교육 경험 유무를 기재하도록 하려는 모양이다.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해서 컨설팅 등의 사교육이 성행할지 모른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도 안 받았다고 적을 가능성은 없을까. 당국은 면접을 해 보면 그런 거짓말이 다 드러난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이 제도가 적어도 순진한 학생을 거짓말에 이끌리도록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빈대 잡겠다고 성냥 불 그어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