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세계화] 한국어 열풍, 몽골·네팔·중동 넘어 동유럽까지… “I Love You” 대신하는 “사랑해요” 기사의 사진

지난해 11월 네팔의 영자 주간지 ‘네팔리 타임즈’는 ‘한류(Korean Wav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네팔에서 ‘엽기적인 그녀’같은 로맨틱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요즘 네팔 젊은이들은 네팔어나 영어로 사랑 고백을 하는 대신 한국어로 ‘사랑해요(Sarang hyo)’라고 고백한다”고 전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어의 인기는 “I Love You” 대신에 “사랑해요”라는 말이 쓰일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몽골에서는 우리나라의 영어유치원처럼 한국어유치원이 세워질 정도다. 최근에는 아시아뿐 아니라 중동·아프리카 지역과 동유럽까지 한국어의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이집트 카이로 시내 아인샴스대 외국어대학 강당에서는 ‘2009 중동·아프리카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올해 4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는 개최국인 이집트뿐만 아니라 요르단과 튀니지에서도 학생들이 처음으로 출전, 중동지역에서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한국어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주 이집트 한국대사관과 아인샴스대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대회에 출전한 학생들은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를 TV를 통해 접한 한류드라마에 대한 호기심과 신흥 경제강국 한국에 대한 동경에서 찾았다. 이집트에서는 2004년 드라마 ‘가을동화’와 ‘겨울연가’가 현지 방송을 통해 방영된 이후 한류 바람이 불었고 2008년에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 큰 인기를 끌었다.

아인샴스대에는 2005년 한국어학과가 개설됐으며 지난 6월에는 제1회 졸업생 27명을 배출했다. 현재 중동·아프리카 지역에는 터키, 모로코, 튀니지, 요르단 등을 포함 총 9개국 10개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요르단대학의 경우 자체적으로 한국학 교재를 편찬했을 뿐 아니라 한국학 센터도 설립, 한국어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이집트에서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초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 실시되기도 했다. 180분 동안 어휘·문법, 쓰기, 듣기, 읽기 등 4개 영역의 능력을 평가하는 이 시험에는 122명이 초급(72명), 중급(22명), 고급(28명) 과정에 각각 응시했다. 아인샴스대 한국어학과 학생들과 주 이집트 대사관의 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일반인, 한국어 강좌가 개설된 룩소르관광호텔대와 헬완대 학생들이 주로 응시했다.

주 이집트 대사관의 한국어문화원에는 지난해 2월 150명을 뽑는 수강생 모집에 800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대사관의 박재양 문화홍보관은 “이집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뛰어난 제품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집트에서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의 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몽골 울란바토르대학에서 열린 제6회 ‘한글 큰잔치’에는 약 3500명이 참여해 한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행사 내용은 ‘한국어 글짓기’와 ‘한글 예쁘게 쓰기’ ‘한국어 말하기’ ‘한국어 노래 부르기’ ‘한글 붓글씨 쓰기’ 등 다양했다. 가장 큰 인기를 끈 분야는 ‘한국어 노래 부르기’로 66개팀이 참가했다.

몽골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유치원도 4곳이 있다. 한 달 학비가 우리나라 돈 15만원 정도로 몽골에서는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인기가 높다. 몽골 내 한국어능력시험 지원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03년 287명이었으나 2008년에는 936명을 기록했다. 현길언 울란바토르대 한국학 연구소장은 “한국어가 몽골어와 어순이 비슷해 배우기 쉽다는 점도 ‘한국어 붐’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한류 붐을 타고 동유럽에도 한국어 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

2008년에는 헝가리 최고의 인문대학인 국립 엘테대학에 한국학과가 개설됐다. 15명 선발에 지원자 140여명이 몰렸다. 2011년엔 대학원 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다.

2008년 헝가리 공중파TV에서 방송된 드라마 ‘대장금’은 최고 시청률이 35%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왕의 남자’ ‘올드 보이’ ‘조폭 마누라’ 등 한국 영화도 현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동구권 내에서 한국어과가 가장 일찍 생긴 곳은 폴란드의 명문 바르샤바대학으로, 1983년 개설됐다. 1995년 한국어과를 개설한 불가리아 소피아대학은 2007년 ‘한국 고전문학사’를 펴내기도 했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대학에서는 2005년부터 한국어를 부전공 과목으로 배울 수 있게 됐다. 부쿠레슈티대학의 황정남 교수는 “한국어가 전공과목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한류 붐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교재 및 어학실습실 완비와 한국 기업들의 취업 보장 등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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